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독점 공개

‘60억 비자금 여권 유입 說’은 허위?

진정인 김성래(전 썬앤문그룹 부회장), 옥중 편지에서 ‘말바꾸기’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mshue@donga.com

‘60억 비자금 여권 유입 說’은 허위?

3/5
‘60억 비자금 여권 유입 說’은 허위?

경기도 양평군 소재 양평TPC 골프장 전경(골프장 홈페이지).2

A4용지 6장 분량의 김 전 부회장 편지는 60억원의 사용처를 이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돈이 정치권으로 갔다’는 얘기는 일절 없다. 구체적 표현과 전체적인 문맥상 ‘60억원 비자금 계좌는 가압류 해지에 쓰인 것’으로 되어 있다. 김 전 부회장의 말이, 옥중 편지와 이후의 검찰 진술(‘농협에도 전해졌고 정치권 실세에게도 전해졌다’)에서 달라진 셈이다.

김 전 부회장이 편지에서 거론한 ‘농협 가압류 해지’ 건은 ‘신동아’ 2004년 3월호가 최초 보도해 파장을 낳았던 사안이다. 농협중앙회는 2002년 12월4일부터 2003년 3월17일까지 썬앤문 그룹 계열 대지개발(주)이 발행한 양평TPC 골프장 회원권 매수자 39명에게 120억3000만원을 대출했다. 서류상으로는 대지개발이 120억3000만원 전액에 대해 보증을 섰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가운데 37건, 115억3200만원은 김성래 당시 썬앤문 그룹 부회장이 서류를 위조해 사기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그를 기소했다. 재판에서 그의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기소 당시엔 김성래 부회장과 썬앤문측이 공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거액의 대출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농협중앙회는 일단 채권을 확보해두는 차원에서 2003년 4월2일 수원지법 여주지청에 대지개발 소유 경기도 양평군 소재 양평TPC 골프장 부지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농협측은 6월초 양평TPC 골프장에 대한 가압류가 해지되도록 했다. 농협측이 채권 확보 차원에서 가압류해놓고 그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모양새가 돼 주변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출서류에 따르면 대지개발은 보증인이다. 당시엔 그 서류가 위조됐는지, 대지개발은 전혀 책임이 없는지에 대해 최종 결론(대법원 판결 등)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농협의 한 간부는 당시 국회에 출석해 “가압류 해지는 법원이 결정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더욱 커졌다. 당시 ‘신동아’가 입수한 2003년 6월2일자 농협중앙회의 ‘제소 포기 승인’ 서류에 따르면, 양평TPC 골프장이 가압류된 뒤 대지개발측은 “가압류 처분이 부당하다”며 여주지원에 이의신청을 냈는데, 농협측이 응소를 포기함으로써 가압류가 해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성래 폭로, 파장은 큰데…

김성래 전 부회장 편지는, 농협측이 2003년 6월께 문병욱 회장측 재산에 설정된 가압류를 풀어준 것은 문 회장의 비자금이 농협 간부에게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농협의 가압류 해지 건은 향후에도 진상이 더 명확히 규명될 필요가 있는 사안이긴 하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의 이 같은 편지 내용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이 제시한 계좌 복사본에 따르면 60억원이 인출된 시점은 2003년 2월21일. 그런데 문병욱 회장과 농협 간부가 50억~60억원을 주고받기로 합의했다는 시점은 같은 해 3월17~20일이다. 김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 문 회장의 돈 60억원이 합의금으로 농협 간부에게 건네졌다면, 합의 후 문 회장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됐어야 한다. 그런데 복사본에 따르면 합의가 있기 한 달 전에 돈이 모두 계좌에서 인출된 상태였다.

문 회장과 농협 간부가 합의했다는 시점과 가압류 시점도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앞서 밝힌 대로 문 회장이 농협 간부에게 50억~60억원을 주는 대신 농협측이 문 회장 소유 양평TPC 골프장에 대한 가압류를 풀어주기로 합의했다는 시점은 3월17~20일이다.

그런데 농협측이 양평TPC 골프장에 가압류를 설정한 시점은 2003년 4월2일이다(농협중앙회 문서). 따라서 김 전 부회장이 편지에서 주장한 대로라면 ‘가압류가 설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압류 해지를 전제로 돈이 오갔다’는 얘기가 된다. 2003년 3월이라면 상식적으로 문병욱 회장은 농협 간부에게 ‘가압류를 설정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서 50억~60억원을 건넸어야 한다.

3/5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60억 비자금 여권 유입 說’은 허위?

댓글 창 닫기

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