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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권주자 심리분석 시리즈 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추진력, 개혁성 갖춘 내향적 사고형, 독선 경계하고 비전, 철학 키워야

  • 김종석 인천광역시 의료원장 mdjskim@naver.com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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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31 지방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일 듯하다. 당의 참패는 곧 그의 참패이기 때문이다. 1996년 국회의원이 된 이래 최연소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의장, 통일부 장관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그에게 최대의 시련이 닥친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고난을 극복한 역사가 있어야 한다. 정 전 의장은 지난 실패를 딛고 대권에 다가갈 수 있을까.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초등학교 때부터 반장 한번 해본 적이 없어요.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무서웠으니까요. 웅변 잘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양면성이 있지요. 그것을 못하니까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죠.”

정동영(鄭東泳·53)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2001년 소설가 공지영과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뛰어난 언변으로 대중을 휘어잡으며 친화력 있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지금의 정동영을 생각하면 다소 뜻밖의 고백이다.

정동영은 본래 내향적 사고형 인간이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원리원칙을 고수한다. 신출내기 사건기자로 일하던 1979년 2월 정동영은 열네 살 소년의 죽음을 보았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소년은 사흘 전 상경해 신발공장에 취직했다. 소년은 작업장 입구에 멈춰 있는 화물 운반용 승강기에 올라탔는데, 그 순간 승강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황한 소년은 엉겁결에 뛰어내렸는데, 문이 닫히는 바람에 그만 승강기 틈 사이에 끼었다. 고용주의 책임이 컸다. 그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어린 소년에게 일을 시켰고, 승강기 안전관리도 소홀히 했다.

정동영이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는데 선배 기자가 와서 취재내용을 방송에 내보내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 회사 중역이 친척이라고 했다. 정동영의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권력자의 비리에 대한 비판은 고사하고, 공장에서 비명횡사한 어린 소년의 죽음조차 보도할 수 없다면 내가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힘, 돈, 인정의 벽 앞에서 이렇게 쉽게 무릎을 꿇을 거라면 나는 기자가 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가 너무 비참했다. 그러나 비참한 만큼 비장해졌다.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 기사가 못 나간다면 차라리 기자를 그만두겠습니다.” 정동영의 완강한 태도 때문에 소년의 죽음은 그날 밤 ‘뉴스데스크’에 선배 기자의 리포트로 단독 보도됐다.



내향적 사고형은 분석적, 논리적이며 치밀해 매사에 빈틈이 없다. 1991년 1월 LA 특파원이던 정동영은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이 이라크 공습을 개시하기 일주일 전, 이라크와 인접한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파견됐다. 전쟁을 목전에 두고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있었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군사적 제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과 최후 협상을 다시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정동영은 요르단으로 떠나기 전, 미국 유수의 신문 및 방송, 잡지에 보도된 뉴스를 종합하고 면밀히 분석했다. 군사 전문가나 국제정치학자의 의견도 청취했다. 덕분에 요르단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분위기를 토대로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최후통첩 종료일인 1월18일의 공세가 확실하다는 것. 이런 결론을 바탕에 깔고 D데이 닷새 전, 나흘 전, 사흘 전 하는 식으로 카운트다운을 하며 현지 분위기를 한국에 전했다. 그리고 폭격 당일 낮에는 이라크와 요르단 국경 근처의 사막에서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미국과 다국적군의 공습을 몇 시간 앞두고 있습니다. 자정이 지나고 새벽이 오기 전에 바그다드는 화염에 휩싸일 것입니다….”

당시 국내에서 이렇듯 확신에 찬 보도를 내보낸 방송사는 MBC뿐이었다. 대개 공습이 일어날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로 나눠 양다리를 걸친 보도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의 보도는 모험에 가까웠다. 그러나 정동영은 자신있었다. 실제로 현지시각 새벽 1시를 기해 일제히 함포 사격이 시작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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