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대해 KBS 제작진은 “드라마가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지엽적인 것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서울 1945’는 이념 드라마가 아닌 멜로 드라마”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박사는 장 박사와 함께 7월6일 “‘서울 1945’가 허위사실로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드라마 제작진과 KBS 임원진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박사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기자에게 먼저 인터뷰를 제의해왔다. 이 박사와의 인터뷰는 8월5일 이화장에서 6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 왜 ‘서울 1945’ 방영이 중단돼야 한다고 봅니까.
“언론이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KBS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국민을 속이는 내용을 방송해선 안 되죠. ‘서울 1945’는 근본적으로 잘못됐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호도하고 있어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남북분단의 원흉으로, 여운형씨 암살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잖아요.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 제작진의 교묘한 편집을 통해 시청자들이 그렇게 믿도록 만들어놨어요. 이건 명백한 ‘범죄’입니다. KBS 관계자들이 ‘멜로 드라마니 괜찮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입니다. 실존한 인물을 그리면서 그게 말이 되나요? 조작된 역사를 홍보하고 있는 거죠.
‘서울 1945’는 현 권력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나라’라는 뜻으로 말한 적이 있는데, 그런 역사관(觀)에 따라 제작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멜로 드라마라 괜찮다’니…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는 오랜 고민거리다. 특히 허위사실 방영에 의한 실존인물의 명예훼손 논란은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영화 ‘그 때 그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엔카’에 심취한 ‘정력가’로 묘사했다. 가수 심수봉씨는 “궁정동 안가에서 엔카를 부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영화는 결국 법원의 결정에 의해 앞부분이 삭제된 채 상영됐다. 삭제된 부분은 픽션이 아닌 현대사의 실제 장면을 촬영한 기록 영상. 법원의 결정은 실제 장면을 영화에서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영화의 모든 내용이 ‘창작된 것’임을 명백히 한 것이다. 제작진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동시에 실존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은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서울 1945’에선 광복 전후의 실상을 담은 사진들이 픽션과 섞여 방영되고 있다. 장중한 음악과 함께 흑백 기록사진들을 보여주는 대목이 끝나면 바로 뒤이어 마지막 사진 속 배경과 유사한 드라마 세트장이 등장하면서 흑백 화면이 컬러로 서서히 바뀌고 픽션이 시작된다. 시청자들에게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