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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48시간, ‘칭짱철도’ 탑승기

13억 꿈 실어나를 철마… 고공 인해전술은 시작됐다!

  • 정호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demian@donga.com

베이징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48시간, ‘칭짱철도’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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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2001년 처음 공개됐다. 무려 330억위안(약 4조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거얼무-라싸 철도공사는 초기부터 ‘과대망상적 광기’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스위스의 세계 최고 터널을 건설한 업자조차 얼음산 때문에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사의 5분의 4 이상이 해발 4000m가 넘는 원시고원에서 진행돼야 했다. 이 정도 높이면 산소량이 지표면의 60%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사인부는 산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공사가 절대 불가능한 환경은 아닐지 모른다. 문제는 철로가 놓이는 지반이다. 티베트고원은 얼어붙은 땅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치산치수(治山治水)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급작스러운 폭우나 폭설로 인해 새로이 물길이 생기고, 순식간에 지형이 바뀌는 곳이다. ‘세계의 지붕’이라 부르는 땅에 철길이라니….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근대문명의 상징인 철로에는 말 그대로 치명적인 여건이다.

육중한 기차가 레일 위를 통과하면 철로를 받치는 지반이 녹아들 수 있다. 이 경우 레일이 뒤틀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선의 상당 부분이 땅 위에 설치되지 않고, 노반에 통풍용 관로를 묻고 그 위에 자갈과 흙으로 새 길을 만들어 선로를 얹는 첨단 건설기법이 동원됐다고 한다. 아예 새롭게 길을 만든 셈인데, 칭짱선 사진을 보면 교량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공사비, 지형을 바꾸는 공사, 그리고 티베트인들의 심정적 저항. 그럼에도 중국은 1958년 이후 50여 년에 걸쳐 흔들리지 않고, 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1984년 시닝-거얼무 (814km) 구간을 개통한 데 이어 2005년에 라싸까지 역사적인 철길이 완성됐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히말라야 고원을 넘는 친디아(Chindia) 철도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인민들이 칭짱철도에 열광하는 이유는 티베트를 비롯한 서방 이민족에 억눌려온 과거를 잊게 할 현대 중국의 역사적 승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대륙을 기차로 횡단하는 여정은 매력적이다. 50여 년간 ‘죽의 장막’에 가려 있던 중국은 현대 한국인에게 어쩌면 아메리카 대륙보다도 낯설다. 대륙적인 풍광을 구경하는 것 외에 철도여행의 또 다른 장점이란 좀처럼 접근하기 힘든 중국인민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표가 없는 불안한 신분에서 벗어난 만큼 기차의 맨 앞부터 뒤까지 차근차근 순례했다. T27열차(중국인들은 ‘칭1호’라 부른다)는 2량의 1등칸, 8량의 2등칸, 3량의 3등칸, 그리고 1량의 식당칸으로 구성됐다. 800명에 달하는 승객 가운데 서구인은 4~5명에 불과하다. 한국인과 일본인도 몇 명은 있을 텐데 중국인과 닮아서인지 분간할 수 없다. 중국인들은 긴 기차여행을 위해 가방 가득 음식을 싸왔고, 3등칸에선 언제나 그랬다는 듯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 있는 승객들도 있다.

중국인의 ‘서부개척시대’

꼬박 48시간을 좁은 기차에서, 그것도 말동무 없이 지낸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옆 좌석의 중국인들과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4인 1실의 침대칸에는 두 가족이 탑승했는데, 양쪽 모두 어머니와 아들인 점이 특이했다. 모두 칭짱철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먼저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는 황위(黃羽·21)씨. 베이징 인근의 자그만 도시가 고향이라는 그는 50대의 어머니와 함께 티베트로 가는 중이다.

“아버지가 칭짱철도 공사 일을 하셔서 티베트에 계세요. 그래서 오랜만에 아버지를 뵈러 가는 길이에요.”

두 번째 가족은 칭짱철도의 후폭풍을 짐작하게 했다. 중국 남부의 우한(武漢)에서 베이징을 거쳐 왔다는 40대 여성과 아들 유웨이팅(尤偉廷·20)씨. 이들은 커다란 가방을 무려 3개나 안고 있어 한눈에도 평범한 관광객으로 보이지 않았다.

“티베트에서 장사를 해볼까 해요. 사실은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었는데, 신천지인 티베트로 방향을 돌렸어요. 혹시 티베트가 맘에 들지 않으면 한국에 갈지도 모르니까, 연락처를 좀 주세요. 호호…”

젊은 모자는 필자에게 연락처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한창 혈기왕성한 아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원했는데, 자신의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끼자 급기야 우한에 살고 있다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통역을 부탁하는 투지까지 보였다. 그의 여자친구가 통역해준 내용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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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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