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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假髮), ‘가발(佳髮)’로 진화하다!

애인 안고 롤러코스터 씽씽, 창문 열고 드라이브 쌩쌩

  • 최국태 자유기고가 ghkd18@hanmail.net

가발(假髮), ‘가발(佳髮)’로 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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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가발 제조업체 밀란이 야구인 하일성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듬성듬성하던 하씨의 머리가 50대 후반으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스타일로 바뀌자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말이 결코 인사치레가 아닌 상황이 빚어진 것.

‘눈에 보이는 블루오션’

가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깬 것이 유명 연예인들 덕분이라면, 롤러코스터를 타도 될 만큼 자연스러운 가발이 나온 것은 가발업체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 덕분이다.

국내 대표적 가발 제조업체인 ‘밀란’은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초경박 인조스킨, 가발을 견고하게 유지시키는 본딩(bonding) 공법을 개발했고, ‘하이모’는 2000년대 들어 SF영화에서나 봤음직한 3D 내추럴 헤어시스템(의뢰인의 두상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표현)과 버추얼 헤어시스템(의뢰인의 얼굴에 수십 가지 스타일의 가발을 씌워보는 영상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기술로 이른바 ‘맞춤형 가발’이 탄생했다.

세련된 헤어스타일과 안정된 착용감은 젊은 탈모자들에게서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하이모와 밀란의 2005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의 전체 회원 7만여 명 중 30대 이하가 절반이 넘을 정도다. 예전에는 50∼60대 남성이 대머리를 가리기 위해 가발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령층이 30대다. 고령층에서는 ‘나이도 있으니 머리가 좀 벗겨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전히 “나 가발 썼소!”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더욱이 지금도 밀란이나 하이모 같은 전문업체보다 가내 수공업체가 만드는 가발시장의 규모가 더 크다. 국내 가발시장의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다만 하이모와 밀란의 지난해 국내 매출이 500여 억원인 것을 근거로, 1000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가발을 포함한 모발 관리, 두피 이식수술 등 국내 모발산업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도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 모발 관련 협회에서 조사한 추정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매년 20% 이상 신장하는 초우량시장이라는 것. 게다가 350만∼500만명에 이르는 탈모 인구 중 가발 사용자는 아직 20만명도 채 안 된다. 그래서 가발업체 종사자들은 ‘가발시장은 눈에 보이는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하이모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유영준 과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국내 가발시장은 막 피어난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선 6·25전쟁 직후부터 가발산업이 시작됐지만, 1980년대까지는 외국의 하청이나 가내수공업 수준에 머물렀다. 내수시장도 보잘것없었다.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기술개발에 뛰어든 1990년대부터 조금씩 신장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 급속도로 커졌다.”

가발시장을 블루오션이라고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들어 여성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점유율이 전체 사용자의 5%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0%로 늘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가발시장이 5년 정도 앞서 있다는 일본에서는 가발을 사용하는 여성의 비율이 30%에 이른다. ‘패션 가발’이 아니라 탈모 때문에 쓰는 가발만 놓고 하는 얘기다.

가발업계는 지금…

1950년대 전성기 다시 맞을 준비 중


가발(假髮), ‘가발(佳髮)’로 진화하다!

가발은 1950년대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이었다. 당시 가발공장.

국내 가발 공장들은 이미 1970년대에 동남아로 이동했다. 1990년대 초에 창업한 대표적 전문업체인 밀란과 하이모도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밀란은 베트남에도 공장이 있다.

두 회사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를 시장으로 삼고 있다. 두 회사의 수출액은 연 5000만달러.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해 계속 공장을 확충하는 중이다. 6·25전쟁 이후 대표적인 수출상품으로 나라 경제 발전에 효자노릇을 했던 가발 산업이 몇 년 안에 다시 전성기를 구가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주문이 들어온 뒤 제작,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맞춤형 가발’을 쓰고 있는 셈인데, 실제로 두 회사는 ‘맞춤 가발’에 관한 한 세계적인 브랜드다.

그렇다고 영등포역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가내수공 가발업체들이 완전히 백기를 든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통계를 잡지 못해서 그렇지, 가내수공업 매출이 더 많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가격은 하이모와 밀란 제품의 50∼80% 수준이다.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두 메이저 회사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가 건재하는 것이 기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내수공업 업자들은 “단골집을 한번 정하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 중년남성들의 소비패턴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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