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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 10개월 동행 취재기

현장주의·전문가 존중이 리더십 원천, 거친 화법과 ‘반타작 용병술’은 넘어야 할 산

  • 이재기 CBS 사회부 기자 dlworl@cbs.co.kr

이명박 전 서울시장 10개월 동행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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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 10개월 동행 취재기

지난해 12월24일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한 이명박 전 시장.

이 전 시장은 이 날 “작은 기회지만 여러분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말로 특강을 맺었다. 당시 강연에 동행했던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시장이 노숙자들에게 다가가려고 일부러 쑥스럽고 구차한 자신의 과거를 들춰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부모 잃은 아이에게 남몰래 선물

지난해 2월9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서른세 살 설동월씨 부부가 설날 귀성길에 사고를 당한 차량의 운전자를 구한 뒤, 빙판길에 미끄러진 차에 치어 숨졌다. 당시 이 부부의 사연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서울시는 정부에 설씨 부부를 의사자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의사자 지정을 받았다. 그런데 숨진 설씨 부부에게 20개월 된 승환이란 이름의 아들이 있어 주위의 안타까움이 컸다.

이 전 시장은 인터넷에 올라온 설씨 부부 기사 밑에 ‘sibac’이란 아이디로 “설동월 이진숙씨 부부의 안타까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서울시는 홀로 남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그 뒤 이들 부부는 세인의 기억에서 잊혔다. 그러나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초, 이 시장은 여비서에게 “승환군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고 싶다”며 “겨울점퍼를 구입해달라”고 부탁했다.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이명박’ 하면 1960, 70년대 고(故) 정주영 회장과 열사의 중동에서부터 구 소련의 동토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누비며 한국 근대화에 일익을 담당했던 이력을 배경으로 ‘선이 굵은 저돌적 인간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서울시 공무원들 또한 치밀하고 과감한 업무 추진력에 빗대 그를 ‘컴퓨터 달린 불도저’라고 불렀다.



로마의 영웅 시저가 “사람은 자신이 눈으로 보는 사실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평가한다”는 경구를 남겼듯 이 전 시장에 대한 평가도 상당부분은 표피에 드러난 모습과 결과에 근거한다. 이 전 시장의 이른바 ‘불도저’ 이미지는 저돌적인 추진력보다는 일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 계획 수립 및 결정 단계에서의 주도면밀함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있다. 서울광장을 조성할 때의 일이다.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 2부시장은 “서울광장을 조성하고 세종로에 횡단보도를 그어, 서울도심의 통행체계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2003년 7월부터 시작됐지만, 그로부터 무려 8개월이 지난 뒤에야 공사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시장이 공사를 강행할지 말지를 반복해서 물을 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불도저? 답답할 정도로 신중”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수만대의 차량이 오가는 시청광장에 큰 공사를 벌일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세종로에 횡단보도를 긋는 계획에 대해서도 경찰의 반대가 완강했고, 시의원들도 하나같이 반대했다. 장 전 부시장은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교통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고, 착공 후 설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내가 풀어가겠노라고 얘기하면서 어서 결정만 내려달라고 했을 만큼 이 시장의 의사결정 과정은 답답하기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서울시 간부들은 ‘불도저’로 알려진 이 시장의 이 같은 면모에 적잖게 놀랐다고 한다.

이렇듯 신중에 신중을 기해 한번 결정한 사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 또한 이 전 시장의 스타일이다. 그래서 결국 ‘불도저’가 되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재임 당시 사석에서 “대학시절 내성적인 성격이 싫어서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등 성격개조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고 이후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타고난 본성은 어쩔 수 없는가보다. 강승규 전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이명박 전 시장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정이 많다”고 말한다. 시장 임기를 사흘 남겨둔 6월27일에는 실·국장들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이임환송연에서 이 전 시장이 구속된 양윤재 전 부시장과 검찰 수사 중 자살한 박석안 전 주택국장 이야기를 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 전 시장은 1992년 새해 첫날 정든 현대그룹을 떠나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로부터 전국구 국회의원 영입제의를 받고 정계에 입문한다. 14대 전국구와 15대 지역구(종로)로 국회의원 2선(選)을 하고, 민선 3대 서울시장을 역임한 그의 주변에서 현대 시절 함께했던 인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정계에서 쌓은 인맥이다. 그의 한 측근은 “이 전 시장은 사람에 대한 장악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끌릴 수밖에 없는 흡인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한번 쓰기 시작한 사람은 ‘돈을 먹지 않는 한’ 자르는 법이 거의 없다”고도 했다. 이 전 시장이 자신의 용병술과 관련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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