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조선과 고구려는 평양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북부에 있었다. 그래서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한반도 북부를 그들의 역사 영토이고 장차 회복해야 할 정치 영토로 보고 있다. 중국은 한민족을 한반도 남부에서 생겨난 마한 진한 변한이라고 하는 3한의 후예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민족의 역사와 정치 무대는 한강 이남이어야 한다는 것이 동북공정을 펼치는 중국측 주장의 핵심이다.
중국은 한국보다 월등히 많은 사료를 근거로 이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호 신동아가 발매된 후 적잖은 독자가 “사료를 갖고 덤벼드는 중국의 공세를 막을 수 있느냐. 중국 주장을 봉쇄할 방안이 없느냐”고 물어왔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깰 비책은 없는 것일까. 단군이 신화 속의 인물이고 평양에서 활동했다는 고정관념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단군으로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역사를 멋지게 복원할 수 있다.
유럽 국가 vs 동북아 국가
국가란 무엇인가. 학자에 따라 정의가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법치(法治)를 할 수 있는 권력체를 가진 공동체를 국가라고 한다. 법치는 혈연공동체보다는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다.
혈연공동체에서는 대체로 서열이 높은 사람이 권력자가 된다. 그러나 지역공동체에서는 서열보다는 객관적인 권위를 가진 사람이나 세력이 권력자가 된다.
혈연공동체는 한 가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지역공동체는 여러 가지 산업을 도모한다. 지역공동체로 대표적인 것이 도시국가인 아테네다. 아테네는 농업을 할 수도, 목축을 할 수도 없는 지역이었다. 그런데도 이곳이 발전한 것은 항구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항구가 되기 위해서는 배를 만드는 기술자가 있어야 하고, 배에 실을 농산물이나 축산물을 제공해줄 농부나 목부(牧夫)가 있어야 한다. 배에 실려온 물건을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장사꾼도 있어야 한다. 항구에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만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 갈등을 서열보다는 좀더 객관적인 것, 즉 법으로 해결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법치가 시작되는데, 법치를 할 사람은 모두가 인정할 실력이나 권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1800년대 후반 미국의 루이스 헨리 모건은 인디언 사회를 연구한 후 인디언 사회는 혈연공동체적 요소가 강하고, 그가 살고 있는 백인 사회는 지역공동체적 요소가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사회를 ‘문명사회’로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