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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통권 환수 이후의 한반도 전쟁 작계(作計)

‘고강도 열전(熱戰)’ 5027 약화,‘원거리 족집게 타격’ 5026 중심으로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전시작통권 환수 이후의 한반도 전쟁 작계(作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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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버웰 벨 사령관의 발언

이렇듯 구체적인 훈련이 진행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작전계획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군사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동원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설정해둬야 훈련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통권을 환수해 지휘체계가 바뀌면 현재의 연합작계를 폐기하고 새로운 작계를 작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오는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작통권 환수 일정이 결정되면, 양국은 구체적인 지휘체계와 작계를 마련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벨 사령관이 제안한 새로운 공동훈련은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작계를 한국군이 감당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반도 유사시와 관련해 미군은 모두 다섯 개의 작전계획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계 5026∼30으로 부르는 이들 작계의 ‘50’은 한반도가 미 태평양사령부 관할구역임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정밀타격하는 상황을 가정한 5026, 북한이 남침해 전면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한 5027은 한미연합사가 작성해 주도하는 작전계획이다. 그간 미국과 연합지휘체계를 유지해온 한국은 이들 작계를 공유해 한국군의 작계로 활용해왔다. 연합사는 2004년부터 북한에서 정변(政變) 등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하는 작계 5029 작성을 추진했지만, 한국 정부의 반대로 개념계획 상태로 유지하기로 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작통권 환수 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작계는 어떤 형태가 될 것이고, 기존의 연합작계와는 어떻게 달라질까. 단순히 지휘체계 변화에 따른 ‘사령부 이원화’ 수준일까, 아니면 작계가 설정하는 전쟁의 개념이나 진행상황 자체가 달라질까.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한국군의 최종 작전목표에는 변화가 없을까.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이 7월13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국회 안보포럼 강연에서 작통권 환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항목들이다. ▲미국의 군사력 지원 규모 ▲지상작전에 대한 미군의 기여 수준 ▲작통권 단독 행사시 한국 정부의 전시 목표 ▲지휘관계 변화와 유엔사의 역할 및 정전협정 상관관계 등이다. 이들 항목은 새로운 작계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논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추려낸 것이다. 비교적 가볍게 보도된 이날의 발언은 각 항목이 정교하게 계산된 것이 분명하다. 사실상 작통권 이후 작계의 핵심적인 사항이 모두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공군 중심 지원’의 의미

벨 사령관 발언의 핵심은 ‘작통권 환수 이후 한반도 전쟁개념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북한의 남침이나 그에 준하는 사태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과연 이 전쟁의 최종목표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단순히 북한의 공격으로 초기에 상실한 지역을 회복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양 이북까지 진격해 정권을 붕괴시킬 것인가. 후자일 경우 과연 미군 지상군이 북한 지역으로 진격해 점령지역에 대한 군정(軍政)에 참여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방침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해보자.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작계는 5027이지만,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는 2003년 확립된 5026이 먼저 가동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북한의 전면 기습남침의 가능성이 사실상 높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지상군 전선전이 핵심이 되는 5027보다는 압도적인 공군력과 정밀유도무기를 이용해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족집게 타격하는 5026 상황이 시간적으로 앞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남침을 위해 휴전선 일대의 장사정포와 방사포, 스커드 미사일 발사 등의 선제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확실해졌다고 가정해보자. 5026은 이에 대응해 장사정포를 타격함으로써 수도권 및 아군 시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북한군 수뇌부의 지휘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며, 핵 및 생화학무기, 미사일 기지, 공군기지, 지휘소 및 통신시설 등을 정밀공격해 전쟁능력을 조기에 마비시킨다(‘신동아’ 2004년 7월호 ‘자주국방 예산, 왜 제각각인가’ 참조).

2004년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미군은 작계 5026에서 합동직격탄(JDAM)을 이용해 파괴할 북한 내 주요 목표물을 열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F-15E, F-117, B-1B, B-2, B-52H 등 폭격기들이 공격할 700여 개의 목표지점을 사전 설정해놓았다.

그러나 작계 5026의 가동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의 전쟁수행 의지가 꺾이지 않아 지상군 남침을 감행한다면, 상황은 5027로 넘어간다. 5027은 북한의 대규모 기계화부대가 휴전선 3대 축선을 통해 남하하는 경우 7시간 이내에 예비사단을 전선에 투입하고 72시간 이내에 서부전선 군단의 사단 편성을 두 배로 늘려 응전하는 시나리오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증강된 지상군이 휴전선 20~30km선에서 북한군을 저지하면 그 사이 미국의 전시증원군이 도착해 북한군 격퇴에 동참한다는 것. 이와 함께 각종 기동타격 전력이 공중강습과 동·서해상으로 적진을 돌파 내지 우회하여 북한 내륙지역에 침투하고 동시다발로 평양을 포위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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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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