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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최초 검거 남파간첩 정경학

외국 애인 대동하고 한국 침투, e메일로 北에 정보 보고

  • 이정훈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참여정부’ 최초 검거 남파간첩 정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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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군 조직인 적공국이 해외공작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으므로 1981년 적공국은 해외공작부를 해체했다. 그후 정경학은 적공국에서 공작원을 양성하는 지도원으로 활동하다 28세 때인 1986년 대학원 과정에 해당하는 김일성정치대학 연구원 과정에 입교해 3년간 공부했다. 이러한 그는 33세이던 1991년 2월 군복을 벗고 본격적인 해외공작기관인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소속 공작원에 선발됐다.

북한의 공작조직은 크게 노동당 소속과 인민군 소속으로 나뉜다. 노동당 소속의 대남공작기관에는 대남전략을 짜고 남북대화를 벌이는 ‘통일전선부’, 한반도 해안을 통해 한국으로 침투한 공작원을 관리하는 ‘대외연락부’, 공작선 등을 이용해 대외연락부 공작원의 한국 침투를 지원하는 ‘작전부’, 그리고 제3국을 무대로 우회 침투하는 ‘대외정보조사부’가 있다.

‘블랙’ 요원으로 양성

인민군 소속 공작기관으로는 총참모부 산하 ‘작전국’이 유명하다. 작전국은 잠수함 등을 이용해 특수부대원을 침투시킨다. 1996년 9월 일어난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도 작전국이 일으킨 것이다. 인민군 보위사령부는 주로 내부 쿠데타를 막는 대전복(對顚覆) 기관으로 활동하나 때에 따라서는 정보를 수집하는 공작을 펼치기도 한다.

종종 국가정보원에 비교되는 국가안전보위부는 북한 정부 기관으로 내부 방첩과 보안 그리고 공작을 병행한다.



대외정보조사부 공작원으로 유명한 인물은 1987년 KAL 858편을 폭파시킨 김현희와 필리핀 사람으로 위장해 12년간 한국에 머물며 학자로 활동하다 1996년 검거된 깐수(정수일 박사), 그리고 북한으로 납치한 일본인 하라타 다아키의 신분자료를 이용해 일본인으로 행세하며 그의 여권으로 한국에 침투했다가 1985년 2월 검거된 신광수 등이 있다(김대중 정부는 신광수를 2000년 9월 북한으로 돌려보내,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커다란 반발을 산 바 있다).

대외정보조사부는 정보세계에서 ‘블랙’으로 불리는 요원을 주로 양성한다. 정보원은 크게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뉜다. 화이트는 외교관 등 정부 조직원으로 위장해 다른 나라에 들어가는 정보기관원을 가리킨다.

정보기관끼리는 공식·비공식적으로 협조할 것이 많다. 따라서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은 요원들에게 영사나 공사 같은 외교관 직함을 줘 외국에 파견해, 그 나라 정보기관과 정보를 교류한다. 이러한 요원은 상대에게 신분을 밝히고 들어가는 것이라 ‘화이트’로 불린다.

‘블랙’은 상대국에 전혀 통보하지 않고 집어넣는 공작원이다. 이들은 유학생, 상사 주재원, 노동자, 심지어 언론사 특파원으로 위장해 들어간다. 블랙은 신분을 들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수년간, 때로는 십수년간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지내며 현지인화를 시도한다.

화이트는 외교관 신분인지라 면책특권이 있지만 블랙은 정체가 드러나거나 첩보 수집을 하다 걸리면 간첩으로 몰리고 두 나라 사이에 외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블랙은 앞으로 있을 특수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침투시킨 인물인지라 이들은 조심스럽게 움직이는데, 대외정보조사부는 블랙 요원을 침투시키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1993년 1월 대외정보조사부는 35세인 정경학에게 주민등록 체계가 도입되지 않은 방글라데시로 침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정경학은 7개월간 무전 송수신법과 난수(亂數) 사용법 등을 익히고 7000여 달러의 공작금을 받아 그해 7월27일 베이징으로 나와 8월5일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에 들어갔다.

정경학은 그곳에서 만난 관광 안내원 모하메드 알리에게 150달러를 주고 알리 명의의 여권신청서에 자기 사진을 붙여 여권을 신청해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방글라데시인 신분을 획득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외모가 방글라데시인과 너무 다르고 방글라데시어를 익히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15일 만에 철수했다.

김정일 특별지시로 만든 문화연락실

태국에는 화교가 많이 살고 있다. 1993년 8월말 베이징으로 나온 정경학은 대외정보조사부의 변복현 과장과 상의해 언어를 배우기 쉽고 화교가 많아 섞이기 쉬운 태국을 다음 침투지로 선정했다. 그해 9월초 정경학은 알리 이름의 방글라데시 여권으로 태국에 들어가 고정적인 월급을 받지 않는 국제직업학교의 관리인과 자동차 수리공 등으로 일하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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