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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들려준 ‘변호사 노무현’의 좌충우돌 법정 비화

판사에 반발해 자료 내던지며 퇴장… 서류 한 장도 직접 떼던 성실한 변호사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변호사들이 들려준 ‘변호사 노무현’의 좌충우돌 법정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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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많고, 화 못 참고, 틀에 안 매이던 사람”
  • 선임계도 안 내고 “나는 적법한 변호사”라며 재판 참석
  • 생각 기발하고 사건 보는 눈 남달랐다
  • 법원에서 서류 떼며 푼돈 깎던 가난한 변호사
  • 판사 시절엔 착실하고 발랄하고 창의적인 청년
변호사들이 들려준 ‘변호사 노무현’의 좌충우돌 법정 비화

1980년대 후반, 노무현 변호사가 부산에서 해고 근로자들에게 법률 상담을 해주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는 처음 대통령이 된 노무현(盧武鉉·60)은 정작 변호사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지 못한다. 대구·부산지역 법조계 일부에선 노무현을 ‘이단아’로 평가한다. 이단아의 사전적 의미는 전통과 권위에 맞서 자신의 개성을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고립된 사람이다. ‘독불장군’ ‘무원칙주의자’ 같은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노 대통령을 정치에 입문시킨 김광일(金光一·67) 변호사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열 가지 이유’라는 주제로 성명을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 노무현’을 ‘정치인 노무현’으로 탈바꿈시킨 당사자다.

‘변호사 노무현’은 1988년 13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김 변호사의 추천으로 김영삼 진영에 들어감으로써 ‘정치인 노무현’의 닻을 올렸다. 그런데 김 변호사는 왜 자신이 추천한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지 못하도록 반(反)노무현 성명을 발표했을까. 그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열 가지 이유’란 성명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첫째, 그는 돌출적인 행동과 무분별한 발언으로 항상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둘째, 그는 세상 넓은 줄 (외교의 힘)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요, 핵장난의 위험(김정일의 속셈)을 외면하는 철부지입니다. 셋째, 역사적인 국회 청문회에서 전직 대통령인 증인에게 명패를 던져 깽판을 만든 일을 기억하면서 지금도 ‘깽판’ 소리를 자주 하는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 감정의 기복에 따라 언제 무슨 깽판을 벌일지 알 수 없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 가운데,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소수이고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 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잘 모르는 다수는 그의 정체를 바로 알아야 할 것입니다.…’

당시 이 성명은 열띤 선거 분위기에 희석되어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이내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취임 초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킨 노무현 대통령의 과격한 언행과 사고방식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불안의 눈길도 여전하다.

“법정에서 얼마나 투쟁적인지…”

불현듯 기자는 4년 전 김광일 변호사가 발표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열 가지 이유’라는 성명이 떠올랐다. ‘노무현을 잘 아는 소수’를 만나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변호사 노무현’에 대해 듣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변호사요? (판사들은) 노 변호사가 소장을 접수했다는 얘기가 들리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심더. 노 변호사와 재판하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은 악몽이었으예. (노 변호사가) 얼마나 투쟁적인지 아십니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겁니다. 법정에선 감정통제를 못해 소란을 자주 피웠어요. 처음엔 ‘변호사가 뭐 저러노’ 싶데요. 말도 마이소.”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향판(鄕判) 출신 변호사 K씨가 털어놓은 ‘변호사 노무현’은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수소문 끝에 ‘변호사 노무현’을 법정에서 겪어본 ‘그때 그 시절 법관’들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노무현을 잘 안다’는 이들은 주로 부산, 대구를 비롯한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향판 출신 원로 변호사다.

마산과 대구에서 16년 동안 판사를 했다는 정성균(鄭晟均·70) 변호사는 “‘변호사 노무현’을 기억하느냐”라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이제 와서 새삼 왜 묻느냐’는 투였다. 기자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정 변호사는 1985년 마산지법에서 겪은 일화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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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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