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와중에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8월23일 대전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신귀섭 부장판사)는 아파트 시행사 (주)드리미가 천안시를 상대로 낸 ‘입주자모집공고안 불승인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민간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해 조성한 부지에 신축되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를 제한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천안시가 2004년부터 시행해온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가 발단이 됐다. 천안시는 2002년 400만원대이던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가 2003년 577만원으로 급등하자 ‘아파트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건설사가 이를 초과해 분양 승인을 요청할 경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4년 599만원, 2005년 624만원, 올해 655만원으로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천안시가 매년 초 분양가를 자체 조사하고, 지역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물. 지난 2년간은 가이드라인이 별 문제없이 지켜져왔다.
655만원 vs 877만원
그런데 천안 불당동 및 쌍용동 일대에 중대형 아파트 297가구(시공사 한화건설)를 분양할 예정인 시행사 (주)드리미가 천안시의 가이드라인 제도에 제동을 걸었다. 드리미는 지난 2월, 평당 920만원에 분양 승인을 신청했다가 천안시가 조정을 권고하자 877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천안시는 분양가를 더 낮출 것을 요구했고, 드리미는 천안시가 권고하는 655만원으로 분양가를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평당 877만원에 분양할 수 있도록 승인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천안시는 “드리미가 정한 분양가격이 지역정서에 부합하지 않게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결국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드리미는 천안시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충남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내는 한편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 충남 행정심판위원회는 드리미의 청구를 기각하며 천안시의 손을 들어줬다. 충남 행정심판위원회는 “천안시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물어 올해 적정 분양가를 평당 655만원 이하로 결정한 것이 사회 통념이나 천안지역 아파트 시세 등을 감안할 때 적절하다고 판단돼 평당 분양가를 877만원으로 제시한 시행사의 분양가 승인신청을 반려한 것은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지방법원 행정부는 판결문에서 “주택시장의 안정 등 공익상의 필요를 들어 법적인 근거 없이 가격 통제를 행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법치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일침을 놓았다.
소송 당사자인 성무용(成武鏞·63) 시장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천안시청은 진입로며 외관이 특급호텔을 연상케 했다. 천안시는 지난해 천안역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에서 벗어나 불당동 신축 건물로 청사를 옮겼다. 천안역보다 천안아산역에 가까운 불당동은 천안에서 소위 ‘뜨는’ 동네다. 천안시와 소송 중인 드리미가 분양할 아파트도 불당동에 짓는다. 이 지역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평당 850만∼900만원에 형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