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길 낙엽을 밟으며
지구별에서 걷는 가을의 은행나무 길 노오란 가을 물감으로 물든 은행나무 숲길을 걷는다. 온 세상이 노오란 은행나무 길 땅 위에 쌓여 있는 은행잎을 맨발로 밟으면서 가을 길을 걷는다. 은행나무 길을 혼자서 걸으며, 나는 은행나무 숲의 가을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온 이 아름다운 지구별에는 가을이 노오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길이 있다. 나는 그림 속의 은행나무 숲길을 걷는다. 지구별과 내가 하나가 되어. -새벽의 낙엽길을 걸으며 |

12월이 오면 우리는 정든 사람들과 함께 송년모임에서 만날 것이다. 고향 친구들과 만나는 송년 모임, 동창들과 회포 푸는 송년회, 직장동료들과 함께하는 송년회. 송년회로 바쁜 12월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눈 쌓인 겨울이 가고 새로운 한 해를 맞게 되겠지.
내겐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송년회가 없다. 친구들 송년모임에서 우리는 세상의 이해관계를 잊어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우정을 나누며 옛날로 돌아간다. 동심으로 돌아간 친구들은 서로 이름과 별명을 큰소리로 부르며 학창시절처럼 개구쟁이가 된다.
고향 친구들과 수백번 송년 모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무심코 착각했던 나는 오늘 낙엽이 덮인 산길을 오르면서 문득 내 인생에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송년 모임이 있을까 생각했다. 여태껏 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송년회가 남아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조차 없다. 수많은 송년회가 남아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오다 이제 서른 번도 채 안 되는 송년회가 남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가 살아온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됐다. 몇 번이나 더 가을을 맞게 될까. 가을 색으로 물든 이 산길. 이 나무들을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언젠가 이 지구별에서 시간을 다 보내고 내가 온 별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자니 이 새벽 산길에서 만나는 나무들과 산새들의 소리가 이토록 새삼스럽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남아 있는 한 해, 한 해가 이처럼 소중할 수 없다는 것을 가슴속 깊이 새기면서 낙엽 길을 걸었다.
올해는 친지들과 함께 한 해를 보내면서 송년회를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하고 추억에 남는 모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새벽 산길을 걸었다. 언젠가 내가 온 별로 다시 돌아갔을 때 나는 지구별에서 친지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송년모임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