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여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한예슬이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늘 도도하고 ‘싸가지’ 없는,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특유의 새침한 표정으로 “꼬라지하고는…”을 쏘아붙이는 부잣집 사모님 ‘안나 조’,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에는 성질은 그대로지만 때론 바보 같은 ‘나상실’ 역을 맡아 ‘환상의 커플’에서 그야말로 ‘환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
그의 망가지는 연기는 ‘삼순이’를 뛰어넘는다. 아이스크림을 훔쳐 달아나다 차 유리창에 얼굴을 뭉개고, 자장면 한 그릇을 순식간에 게걸스레 해치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내 꼬라지가 왜 이런 거야” 하며 울부짖는 장면은 배꼽을 잡게 한다.
그와의 인터뷰는 제대로 망가질 뻔했다. 일단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면 인터뷰가 불가능하다. 우리 방송 여건상 대개 그 주에 방영될 분량을 그 주에 촬영하는 식이어서 짬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인터뷰를 청했는데, 한예슬은 “시사지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스케줄을 살펴보더니 “모처럼 촬영이 일찍 끝날 것 같은 날이 있으니 그날 촬영장에서 보자”고 했다. 오후 4∼5시면 촬영이 끝날 것 같다고 해서 그보다 조금 일찍 경남 남해읍에 있는 촬영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매니저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아침부터 촬영이 많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예슬은 머리는 산발을 한 채 1970년대에나 입었을 법한 촌스러운 옷을 걸치고 있었다. 메이크업도 ‘촌티’ 그 자체였다. 그래도 예쁜 얼굴인데 어떠랴 싶어 “사진부터 먼저 찍자”고 했더니 “처음 만나는 ‘신동아’ 독자께 예쁘게 보이고 싶은 여배우의 욕심을 헤아려달라”며 완곡히 거절했다.
화려한 캐릭터인 안나 조 신(scene)을 촬영할 때 틈을 내 사진을 찍기로 했지만 그 신 촬영은 이튿날 새벽 4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더구나 가발을 쓰기 때문에 헤어스타일도 문제였다. 배우도 촬영스태프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사진을 찍기 위해 촬영을 미뤄달라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한예슬도 피로에 절어 눈이 풀려 있었다. 그런 처지에서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일이 이렇게 돼서 정말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