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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눈높이 설법, 유리알 회계로 강남 도심 ‘태풍 포교’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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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능인선원을 설립한 지광 원장스님.

한의원과 납골당도 있다. 능인종합사회복지관은 신도들을 위한 한의원을, 능인선원 상조회는 회원과 그 가족들이 이용할 수 있는 납골당을 운영한다. 자체 발행 신문인 ‘능인신문’은 신도들의 자원봉사로 만들어진다.

최근 능인선원은 부산의 지역 일간지인 국제신문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능인선원 원장인 지광스님(56)은 10월26일 이사회에서 송석주 전 동국대 총장을 대표이사로 추천하고 자신은 명목상의 회장직만 유지하기로 했다. 지광스님은 “불교계 일각에서 일간지를 하나 해보자고 부탁해 도움을 드렸는데 뜻하지 않게 최대주주가 됐다. 신문사를 직접 경영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시간도 없다”고 밝혔다.

수배 피해 지리산 암자 들어가

능인선원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적’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능인선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85년. 지광스님은 서울 서초동 삼익상가의 28평 사무실을 보증금 500만원, 월세 15만원에 빌려 ‘능인선원’ 간판을 내걸었다. 당시 신도수는 10명 남짓. 그로부터 21년 만에 신도수가 2만5000배로 불어난 셈이고, 선원의 규모는 전국의 사찰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급성장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신도들은 원장인 지광스님의 ‘원력(願力)과 말씀’, 그리고 선원 행정조직의 유기적 시스템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능인선원의 신도 배출 창구라 할 불교대학과 가정법회를 만들었고, 22년이 지난 지금도 법회와 교육을 직접 주관하는 만큼 능인선원이 기적 같은 성장세를 이룬 가장 큰 동력을 원장스님에게서 찾는 것이다. 신도들에게 비친 지광스님은 경이원지(敬而遠之)하게 되는 고고한 법사라기보다 부처님 말씀을 자상하게 가르치는 교사이자 인생 카운슬러에 가깝다.



그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서울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지광스님은 한국일보 기자로 근무하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직됐다. 당시 광주 민주화운동 현장을 취재하던 그는 일상사처럼 이뤄지는 언론 검열에 항거하다 해직을 당하고 수배자 신세로 쫓기게 된다. 추적의 눈을 피해 숨어든 곳은 지리산 화엄사 인근의 한 토굴 암자.

그는 그곳에서 수련하는 스님들을 만나 불교에 매료됐고 마침내 승려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광스님은 지난해 신군부 치하의 민주화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민주화 유공자로 선정됐다. 도피할 당시 그에게는 아내와 네 살배기 아이가 있었지만 그때의 이별이 결국 속세에서의 마지막 인연이 됐다.

불교에 입문하기 전 지광스님은 가톨릭 신자였다. ‘아우구스티노’라는 세례명을 받고 성당 주일학교 교장을 맡을 만큼 열성이었다. 지광스님의 이런 이력은 후일 능인선원의 도심 포교 ‘태풍’을 일으키는 자양분으로 작용한다.

지광스님은 그 연배의 스님으로는 드물게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하버드대 초청으로 미국에서 두 번이나 한국 불교 강연회를 연 것도 그 덕분이다. 그는 기자 시절 한국일보 외신부와 ‘코리아타임스’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그가 출가한 후 한 최초의 ‘포교활동’도 영어와 무관하지 않다. 1984년 말 스님은 지리산에서 내려와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신도의 집에 기거하게 된다. 선방과 토굴의 고된 수행으로 상한 몸을 추스르기 위해서였다.

과외가 금지된 당시 스님은 그 신도의 자녀들에게 영어로 불경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명문대 출신의 인텔리 스님이 영어로 불교경전을 강독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다른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도 모여들었다. 영어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시키겠다는 속셈이었다.

스님의 예상은 적중했다. 부처님이 어떤 인물인지,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모르고 그저 복을 달라고 빌던 신자들이 종교의 진정한 의미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스님은 지리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초동 상가를 빌려 능인선원을 개원한다. 그는 선방에서 참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가야 할 길은 포교와 전법(傳法)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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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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