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상황에서 한 지방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성공적인 경영 실험은 어느 쪽에서 봐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듯하다. 양극화 시대, 전통 제조업, 비(非)대기업, 비(非)수도권 기업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감안하면 그 가치는 더욱 빛이 난다.
지역 재계에서 ‘한국형 나눔경영’을 실현한다는 찬사를 듣는 주인공은 경남스틸(주) 최충경(崔忠坰·59) 사장.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오랜 기간 벌어들인 거액을 몰아서 사회단체에 분배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자사 임직원에게 지속적으로 보상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만들고, 지역사회 기부를 통해 기업 이미지, 나아가 현물가치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매출과 이익구조를 개선한다는, 언뜻 ‘공자님 말씀’ 같은 철학이 최 사장의 경영 요체다. 요컨대 회사 이익과 직원 복지후생, 주주 이익, 지역 환원은 서로 상승·보완작용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일부 기업인들은 ‘적극적 분배를 통한 적극적 성장’이라는 이런 독특한 경영모델에 대해 “기업과 임직원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 좀더 비축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한다.
경남스틸의 복지 혜택에는 굴지의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이 회사 직원의 직계존비속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 병원비(입원비와 수술비)를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지난해의 경우 부모의 암 수술비 700만∼1000만원을 지원받은 직원도 몇 사람 있다.
자녀수와 상관없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의 학비 전액이 제공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또한 연간 100만원 한도 내에서 직원들의 악기 배우기나 레저 등 문화 예술이나 취미 활동을 지원한다. 식당 아주머니까지 포함해 직원 52명이 모두 정규직인데, 4년에 한 번꼴로 1억원 이상을 들여 해외 고급 휴양지로 전(全)직원 연수를 떠나기도 한다.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2004년 5월에는 문화관광부에서 시상하는 ‘메세나 우수기업’에 선정돼 중소기업으로는 첫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1990년 설립된 경남스틸은 포스코에서 냉연코일을 공급받아 소비자가 주문하는 규격으로 가공해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굴뚝기업이다.
1991년 매출 56억원, 영업이익 1억1500만원의 첫 실적을 기록한 후 창립 15년 만인 2005년 매출 1400억원, 영업이익 80억여 원으로 매출은 25배, 이익규모는 70배가량 수직상승했다. 그 사이 노사분쟁 한 번 없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을 포함, 매출과 이익은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 적이 없다. 1995년부터 주주들에게 매년 평균 22%의 고배당을 실현했으며, 지역 장애인 돕기와 교육사업 투자를 위해 매년 이익금의 10%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인터넷 경제전문지 ‘이데일리’에 따르면 2000년 코스닥에 상장된 경남스틸은 ‘상장 이후 순이익 지속 증가 코스닥 기업’ 순위에서 동서, 하나투어, 안국약품, 진양제약 등 쟁쟁한 중견기업에 이어 5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