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9월28일 박세일 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이 주도하여 창설된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창립기념 심포지엄. 왼쪽은 한나라당 ‘정권 창출·유지 전략’ 문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 문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증적 사례를 들어 당의 진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문건은 집권 이후 전략까지 담고 있다. 문건 내용 중 내년 대선을 이념전(戰)으로 몰고가야 한다는 주장, 미국 민주당 싱크탱크에 대한 연구, 집권 후 ‘기업참여형 우파 운동’ 전개를 제안한 부분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 2007년 대선 ‘7대 3’ 구도 만들기
문건은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할 때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체제는 질적 변환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현 국가체제를 지탱하는 양대 축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지한다고 천명한 바 있지만, 문건은 여권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표출했다.
문건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현 집권 세력에게 나라를 한 번 더 맡기면 국가체제가 파탄난다’는 논리를 유용하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논리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위기감 조성에 따른 결속력 강화 효과를 가져오고 외부적으로는 한나라당 집권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주요 명분이 된다는 것이다.
문건은 내년 대선과 관련해 한나라당으로선 우려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여론조사로 결과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지지율의 두 배 이상인데도 문건은 “현 상태로는 한나라당이 아무리 잘못해도 질 확률은 50%, 또 아무리 잘해도 이길 확률은 50%”라고 내다봤다. 문건은 “2007년 대선은 ‘동전 던지기 게임’으로 예상”하면서 대선에서 여권과 한나라당은 예측불허의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점쳤다. 새 여권 대선주자의 차별화 시도, 지역감정, 여권의 집권 프리미엄 등이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어 문건은 “최근의 우파운동 활성화는 지금의 위기가 ‘보수세력’의 위기가 아니라 ‘보수정당’의 위기임을 입증한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우파운동이란 뉴라이트 운동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지금의 한나라당은 보수세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2류 보수’라는 것이다.
여권은 한나라당에 대해서 “수구, 냉전, 기득권 수호, 부정부패 등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건은 그보다 “근본지형에 대한 확실한 자기신념이 없다”는 점을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근본지형’이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남북한 평화와 상호주의 같은 ‘이념’과 ‘가치’를 의미한다. 문건은 “남북 문제도 이슈가 아니라 가치를 갖고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대선을 유권자 이념대결로
문건은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가능성을 높이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내년 대선을 70대 30의 게임으로 만들려면 대선은 ‘이념과 가치’로 무장된 유권자의 싸움이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실정(失政) 탓에 구체적인 정치, 외교, 경제, 사회 현안에서는 우위에 서 있는지 모르지만 이들 이슈의 ‘상위’ 개념인 이념과 가치의 영역에서 무기력하기 때문에 내년 대선이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거꾸로 보자면 상당수 유권자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국정 운영에 실망한 상태이므로 한나라당이 구체적 국정 운영 실패 사례들을 ‘이념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실망한 유권자를 ‘반(反)진보좌파 성향’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7대 3의 대선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무엇이 기준이고 무엇이 가치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