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요즘 필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화병은 젊은 여성에게도 꽤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청소년도 예외가 아닌데, 사이버 공간에는 무엇엔가 화가 난 중·고등학생들이 “복수하겠다”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화병에 대해서도 기존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병은 정신질환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신질환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두뇌 때문에 오는 병이 아닌데 두뇌 때문에 오는 병으로 알고 있다.
화병은 정신질환?
화(火·가슴이 번거롭고 답답해지는 것) 또는 적(積·한방에서 五臟의 일정한 부위에 있다고 하는 덩어리)이 찼다고 하면서 이를 삭이는 약을 먹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화병이 왜 생기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내리는 처방이다. 몸을 네 가지로 구분하면서 체질별로 다른 약을 먹으라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화병은 몸이 많이 굽어 공명(空明)이 심하게 막힘으로써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을 말한다. 보통 화병의 증세에 대해 가슴이 답답한 것을 주로 지적하는데, 이는 화병의 여러 증세 중 하나일 뿐이다.
가슴이 답답한 것은 명치 부위에 화 또는 적이 차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공명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이 막혀 있을 때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다. 이런 사람의 명치 밑 부위를 누르면 자지러지게 아파하는데, 이곳이 공명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직접 눌러볼 수 있는 곳이다.
화병에 걸린 여성은 별다른 이유 없이 다른 식구들을 원망한다. 옛날 대가족제도 아래 살 때에는 시집 식구들을 원망했다. 본인은 열심히 잘하려고 하는데 시어머니, 시누이가 공연히 트집을 잡는다는 데서 시작해 남편과 자식들마저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했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원망할 대상이 남편과 자식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식구를 원망하는 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화병에 걸리면 가슴만 답답한 게 아니라 몸 여러 군데가 아파 늘 긴장하고 짜증이 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기운이 떨어져 만사가 귀찮고, 여기에다 우울증까지 겹치게 되면 고립감에 빠져든다. 사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것이다.
몸이 너무 아파 1주일 정도 입원하면서 이런저런 진단을 받아보아도 아무런 병도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은 ‘종합병동’이라고 할 만큼 몸은 엉망진창이다. 가슴이 답답할 뿐 아니라 위도 아프고 장도 아프고, 특히 공명이 너무나 아프다. 화병은 오장육부의 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