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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림운동가 김철의 ‘스스로 건강법’

화 병(火病)

잊힌 호흡기관, ‘공명(空明)’이 트이면 세상이 트인다

  • 김 철 몸살림운동가 www.momsalim.or.kr

화 병(火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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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에 대해 웬만큼 아는 의사를 만나면 그래도 다행이다. “화병이군요.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조심하세요”라는 위로조의 조언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병을 모르는 의사를 만나면 오히려 창피만 당한다.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꾀병 부린다는 듯이 눈총을 준다. 그리고 쌀쌀맞게 말한다. “아무 병도 없으니 돌아가세요!”

이런 상태에서 가족의 평안을 위해 정신력으로 참고 버티려 노력하지만,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다. 어쩌다 한번 증세가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다. 소리소리 지르고 울면서 남편부터 원망하기 시작한다. 자식들도 참다 참다 “엄마, 이제 그만 좀 하세요”라고 한마디 쏘아붙이면 이제부턴 화살이 자녀들을 향한다.

화병 일으키는 공명의 비밀

화병과 함께 오는 증상은 허리 디스크, 다리의 땅김·오십견·견비통·목 디스크 같은 근골계통 질환, 우울증·협심증·불안초조·불면증·불숙면(不熟眠) 같은 신경계통 질환, 만성 소화불량, 속 쓰림, 얼굴이나 손발의 부종, 빈뇨, 생리통, 생리불순, 자궁근종, 물혹, 만성 설사나 변비, 구취(口臭), 복통, 헛구역질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화병이 있으면 고통스러운 증상이 거의 모두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증상이 화병에 따르는 합병증이라거나, 거꾸로 이런 질환 때문에 화병이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화병과 함께 이들 증상 중 일부 또는 전부가 함께 올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화병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 이유는 여성에게 화병은 대개 치골이 틀어져 고관절이 틀어지고, 이로 인해 몸이 심하게 굽고 공명이 막혀서 오기 때문이다. 고관절 틀어짐이 만병의 원인이 되는데, 여기에다 치골까지 틀어져 있으니 부인병까지 함께 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10월호에서 공명이 막히면 위가 내려앉아 만성적인 소화불량과 속 쓰림의 원인이 된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번 호에는 공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공명(空明)’이라는 말이 독자에겐 생소할 것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①고요한 물에 비친 달그림자 ② 공명=공중(空中)으로 나와 있다. 인체기관으로 설명해놓은 사전은 하나도 없다. 인체에 실제로 존재하면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데도 기공 연구자만 공명이란 말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마저 공명을 하단전(下丹田)의 의미로 추상적으로 이해할 뿐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해부도를 보면 공명을 그려놓은 것도 간간이 찾을 수 있다. 맹장의 아랫부분인 충수(막창자꼬리, 맹장) 옆, 방광 위에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그려놓았는데, 이 지점이 바로 공명이다. 실제로 공명이 트여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배꼽에서 손가락을 세 개 옆으로 포갠 아래 정중앙을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수직으로 누르면 쑥 빨려들어가면서 손가락 끝이 요추 뼈에까지 닿는다. 막혀 있는 사람은 이 지점을 누르면 너무나 아파한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폐호흡을 하지 않는다. 태아도 호흡운동을 하는데, 이는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흡계의 신경과 근육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서이다. 태아는 엄마에게서 직접 제공받은 산소를 공기주머니에 모아놓고 쓰는데, 이 공기주머니가 공명이다.

태아가 세상에 나오면 거꾸로 잡고 엉덩이를 탁 치는데, 그러면 폐 속에 있던 양수가 빠져나오면서 태아는 자신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울음을 터뜨린다. 이때부터 폐호흡이 시작된다. 그러면 탯줄에 연결돼 있던 공명은 어떻게 될까. 공명은 횡격막이 엇갈리면서 생긴 럭비공 모양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공간은 비어 있음으로 해서 제 기능을 하게 돼 있다. 마치 동양화에 여백이 있음으로 해서 작품의 미적 수준이 높아지듯, 공명도 비어 있어야 몸의 기운이 살아나서 한가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서양화가 여백 없이 화폭이 꽉 차버리면 움치고 뛸 수 있는 여지가 사라져 답답해지듯, 사람도 공명이 막혀버리면 가슴이 답답하고 삶의 여유를 잃게 된다.

잊힌 호흡기관

공명이 우리 몸의 기운을 관장하는 호흡기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참으로 괴이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태아 때 산소를 저장하는 기능을 했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이미 폐호흡을 하고 있는 마당에 다른 호흡기관이 왜 필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이는 서양적 사고에 젖어 있다는 방증이다. 서양적 사고에는 좋은 것 또는 맞는 것도 많지만 나쁜 것 또는 틀린 것도 많다. 우리 선조들 중 일부는 장기를 오장육부의 개념적 틀로 이해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한의학에서는 장기를 이런 틀로 본다. 이에 비해 현대의학은 각각의 장기를 따로 떼어놓고 본다. 오행(五行)사상을 철학적 토대로 하는 오장육부의 개념 틀도 잘못된 것이지만, 주체·객체의 이분법적 철학을 토대로 각 장기를 떼어놓고 보는 방식도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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