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포만 깊숙이 자리잡은 두산중공업.
장전된 핵연료가 핵분열을 일으키면 강한 방사선이 나오는데 이 방사선을 가장 먼저 받는 것이 펠렛을 이루는 금속이다. 펠렛을 뚫고 나온 방사선이 있다면 연료봉 금속이 맞고, 연료봉 금속을 뚫고 나간 방사선은 원자로 내벽이 받아내야 한다. 원자로 밖에는 원자로 건물이 있다. 원자로 건물 주변에는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등이 있는데 이러한 시설을 덮고 있는 것이 ‘컨테이너 용기’라고 하는 둥그런 건물이다.
펠렛과 연료봉을 이루는 금속은 핵연료가 원자로에 장전돼 핵분열을 일으키는 4년 정도 방사선을 맞지만, 원자로는 원자로를 폐기하는 날까지 계속 방사선을 맞고 있어야 한다. 원자로의 설계수명은 30년이라고 하나,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60년 정도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자로는 60년 동안 방사선을 맞아도 끄떡없을 정도로 강해야 한다.
쫀득쫀득한 쇠를 만든다
그러나 쇠도 사람과 같아서 일정 수치 이상의 방사선을 오래 쬐고 있으면 물성이 변하면서 약해진다. 구리 안티몬 주석 비소 성분을 갖고 있는 쇠일수록 방사선을 쪼였을 때 약해지는 정도가 빠르므로, 원자로를 만들 때는 이러한 성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은 최고 원료가 바로 자동차 차체(車體)를 만들고 남은 냉연강판의 찌꺼기이다.
잠깐 쇠 이야기를 하고 나서 원자로 이야기로 돌아가기로 하자. 포스코는 한국을 대표하는 제철소이므로 철을 생산한다. 그러나 포스코에서 내놓은 상품은 철이 아니라 강(鋼, Iron)이다. 강은 철의 일종이다. 그러나 철과 강은 엄청나게 다르다.
스틸(Steel)이라고도 하는 철(鐵)은 용광로에 철광석과 코크스 등을 넣고 가열해서 얻은 쇳물을 식혀 얻는다. 이때 일정한 모양의 형틀에 넣어 식히면 형틀 모양대로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가리켜 주철(鑄鐵)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주철 상품이 예전에 시골에서 많이 보았던 가마솥이다. 가마솥은 매우 튼튼한 것 같지만 떨어뜨리면 깨진다.
튼튼한 것 같은 주철(또는 철) 제품이 쉽게 깨지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탄소 성분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를 빼내면 철은 훨씬 강하고 질겨지는데 이를 가리켜 강(鋼)이라고 한다. 통상 탄소가 2% 이상이면 철이라 하고 이하면 강이라 한다. 현대 사회는 철기시대의 첨단을 걷는 만큼 강한 쇠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제철소에서는 철이 아니라 강을 생산하므로 현대는 ‘강기 시대’로 불러야 할 것이다. 철은 강을 생산하기 위한 중간 제품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