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APEC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단독회담을 하는 허남식 부산시장.
“노 대통령께서 북항 재개발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보통 대형시설을 준공할 때 참석하지만, 기본계획을 종합보고하는 자리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죠.”
▼ APEC 정상회담 개최지도 제주와 경합하다 부산으로 결정됐지요.
“부산이 APEC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결정되는 데도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안상영 시장 후임을 선출하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었죠.”
필자가 “노 대통령이 마음먹고 부산에 큰 선물을 했는데,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가 떨어지고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당선됐으니 대통령에 대한 답례가 제대로 안 됐군요”라고 말하자 허 시장은 웃기만 했다.
▼ 부산은 APEC 정상회담으로 무엇을 얻었습니까.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이 제일 큰 성과지요. 외국에 가보면 APEC을 개최한 도시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최근 부산시와 자매결연을 희망하는 외국 도시가 늘고 있습니다. APEC 영향이라고 볼 수 있지요. 부산 기업들의 해외 시장개척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회의를 열 수 있는 좋은 여건도 갖추게 됐습니다. 컨벤션센터 BEXCO가 해운대 인근에 있습니다. 경관이 뛰어난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에는 특급호텔이 밀집해 있죠. APEC을 개최한 저력을 바탕으로 우리 부산을 국제회의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려 합니다. APEC 정상회의를 치른 컨벤션 시설과 21명 정상이 묵었던 숙박시설만 해도 국제회의 도시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죠.
1차 정상회담을 BEXCO 컨벤션센터에서 하고, 2차는 동백섬 ‘APEC 누리마루 하우스’에서 했습니다. APEC 끝난 지 1년이 좀 지났는데 누리마루 하우스에 다녀간 사람이 3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요즘도 일요일이면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부산의 관광명소가 됐죠. 회담장으로 쓴 3층이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랜드마크로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부산의 명물이 됐습니다.”
부시 대통령 묵은 726만원짜리 스위트룸
부시 대통령 부부는 부산 웨스틴 조선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사흘을 묵었다. 부시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3일간 한 도시에 머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동백섬 입구에 있는 웨스틴 조선호텔은 APEC을 앞두고 리모델링을 했다. 방안에서 해운대 백사장과 동해의 일출 장면이 통유리를 통해 들어온다. 지금 같으면 도저히 이런 위치에 호텔을 세울 수 없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이 밀어붙여 1978년 개관한 호텔이다.
“로라 부시 여사가 호텔 방 침대에 누우면 바로 바다가 보이니 바다 위에 누워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웨스틴 조선호텔은 그 방을 부시 대통령이 묵던 당시 그대로 유지하면서 프리미엄을 붙여 팔고 있습니다. 숙박비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손님들은 ‘부시 대통령이 잤던 방에서 내가 잔다’며 흥미로워하는 거죠.”
물론 아무나 미국 대통령 흉내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숙박비는 하룻밤에 726만원이다.
▼ APEC 정상회담 공식 건배주 ‘천년의 약속’은 그 후 서울에 진출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지요.
“부산 동의대 생명응용과학과 정영기 교수가 상황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개발한 술이죠.”
배석한 차용범 부산시보 편집실장이 “APEC은 국가 행사라서 외교통상부에서 주관하는데, 부산시가 ‘장소만 빌려줄 수는 없다’고 나서 부산시장이 주요 국가원수도 직접 영접하고, 공식 건배주로 부산 술을 채택하게 했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