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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명사들의 공부법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영어 정복기

“영어공부에 왕도(王道)는 있다”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영어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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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든 안 되든 큰 소리로 외우며 내 입에서 소리가 나올 때,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귀로 들으며 암기할 때 영어는 살아있는 자신의 언어가 된다.

“한때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중국의 ‘미친 영어(Crazy English)’가 바로 이러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서 한 권을 큰 소리로 읽으며 암기하다보면 어느새 머릿속에는 영어의 메아리처럼 숱한 단어와 다양한 구문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그는 ‘누구나 만드는 단어장’이지만 활용 여하에 따라 그 효율은 천양지차라고 강조했다. 두꺼운 노트에 단어를 적어내려가는 것은 단어를 한 번 ‘기록’해본다는 것 외에 다른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

“손에 잡히는 크기의 카드 모양이 좋다. 큼직한 노트 들고 다니면서 단어 외우기는 힘들지 않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보다가, 심지어 무겁거나 거추장스러울 때는 버릴 수도 있는 그런 단어장이 좋다. 단어 구문 문장, 특이한 표현 등 조금이라도 필요가 있겠다 싶으면 다 적어놓고 외워야 한다.”

문장 중심 영어는 영자신문으로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교과서와 참고서 외에 ‘타임’ ‘뉴스위크’ 같은 시사잡지를 매주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주로 커버스토리를 읽었다. 물론 고교1년생 수준으로는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영어 시사잡지를 읽으면 교과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살아 있는 단어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어 위주가 아닌 문장 중심의 학습도 이뤄진다.

특히 시대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조어들은 영자신문이나 시사잡지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중공(中共)’을 방문, 마오쩌둥 주석을 만나 미중 외교관계 수립을 통한 데탕트(detente)에 전격 합의했다. 당연히 시사잡지의 커버스토리로 다뤄졌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그 기사를 몇 번이고 읽었다. 당시 ‘데탕트’라는 말은 그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그야말로 격변하던 와중이었다. 결국 ‘타임’지로 영어 공부를 하다가 3학년 2학기 때 이과에서 문과로 진로를 전격적으로 바꿔버렸다. 국제정치를 공부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겠다는 작은 소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법대 진학 후 외무고시를 거쳐 외교관이 됐다. “한 줄의 영어 문장이 단초가 돼 인생이 바뀌어버린 케이스”라고 한다.

그는 영자신문 읽기와 영어 라디오 방송 청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자신문은 영어 공부에 비타민과 같은 요소다.

“모자라면 결핍증이 생긴다. 내과 의사이던 아버지께서 영자신문을 매일 집에 가져오셔서 읽어보라며 주곤 하셨다. 영자신문을 하루에 30분만 읽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시간이 없다면 제목이라도 훑는 습관을 붙이면 좋다.”

그는 인터뷰하는 날도 기자에게 양복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낸 A4용지 4장을 보여줬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주장에 대한 뉴욕타임스 기사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지역 미군 증파 계획에 대해 쓴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인쇄한 것들이었다. 그는 요즘도 틈나는 대로 영어를 보면서 머리에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결핍증이 생길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어느 정도 독해력이 생긴 뒤로는 ‘까만 것은 영어요 흰 것은 종이’라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글을 대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대신 글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똑같은 말을 왜 이렇게 어렵게(혹은 쉽게) 썼을까” “직설적으로 안 쓰고 돌려서 표현했네”라며 수시로 자문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무언가 자극을 준 색다른 표현들은 1차적인 관심이 컸던 만큼, 적어놓고 암기하면 더 쉽게 자신의 영어 자산으로 승화된다고 한다.

그는 집중적으로 듣기 훈련을 하는 데는 영어 라디오 방송 청취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고 확신한다. 비주얼(visual)의 방해 없이 듣는(hearing) 연습을 하는 것이야말로 귀를 제대로 틔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그 역시 학창시절 틈만 나면 AFKN 뉴스를 들었다. 해설서를 구입해 들리지 않은 부분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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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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