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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진단 원천기술 개발한 천종윤 (주)씨젠 대표

“AI, SARS, 암 정복도 멀지 않았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유전자 진단 원천기술 개발한 천종윤 (주)씨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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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검증된 검사법은 금세 소문이 퍼져나갔다. 천 대표는 이후 인도로 향했다. 인도는 2006년 한 해만 7000건 이상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해 1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진단과 치료만이 뎅기열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린 인도 정부는 지난해 11월 천 박사팀을 뉴델리로 초청해 진단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정부 인사와 함께 인도의학협회, WHO 관계자, 국공립병원과 임상검사센터 등 여러 의료 관계자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시료(바이러스, 박테리아)만 있으면 에이즈, 조류인플루엔자 가릴 것 없이 감염성 질환 여부를 세계에서 가장 값싼 가격에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모두 검사할 수 있습니다. 진단법 개발은 한 달 안에 끝날 수 있고, 진단의 정확성은 씨젠이 책임집니다. 문제는 진단법을 개발하려는 의료계와 정부의 의지지요. 진단의 중요성을 너무도 모릅니다.”

성병 검사의 신기원

천 대표는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놀라운 얘기를 들려줬다.

“한 번에 여러 개의 병원체를 검출할 수 있는 우리의 신기술을 실험하기 위해 성병(性病)이 의심되는 670명에 대해 성병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기존의 2종 성병검사로는 19%만이 감염 환자로 나왔지만 우리의 검사법으로는 82%가 감염환자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성병 환자 10명 중 6명이 다수의 성병 원인균에 중복 감염돼 있었는데, 기존의 검사로는 이를 알 수가 없었지요. 당시 6가지 성병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검사한 성병 병원체의 종류를 10개 이상으로 늘렸으면 그 이상의 감염 수치가 나왔을 겁니다. 성병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불임이나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니 충격적인 결과였죠.”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임산부가 찾아오면 소변검사를 통해 성병 검사를 하는데, 대표적인 성병인 매독과 임질에 대해서만 진단을 한다. 하지만 성병의 종류는 6가지가 넘고 소변 검사만으로 확인되지 않는 성병도 있다. 이 때문에 매독과 임질이 아닌 성병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진단기술로는 매독과 임질 외의 성병을 검사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씨젠이 2006년 2월 내놓은 성병 병원체(STD) 진단 검사 키트는 바로 이런 점에 착안했다. 기존 진단법보다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한 번에 6가지 성병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이 검사법은 8개월 만에 전체 성병 검사시장의 80% 이상을 대체하는 효과를 거뒀다.

천 대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고 불임을 막을 수 있다는 보람이 더 크다”며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벤처 기업을 설립한 것도 진단의 이런 매력에 끌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B형 간염 라미부딘 약제내성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법도 개발했다. 간염 바이러스는 투입되는 약제에 반응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내성을 키우는데,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는 검사에서 정확히 가려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또한 기존의 검사법과 달리 한 번의 검사로 결핵성, 비결핵성 등 각각의 유형까지 구별할 수 있는 결핵균 검사법도 개발했다.

천 대표는 인간 질환 외에도 돼지 설사병, 감자·박·고추·난 채소류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까지 진단할 수 있는 동·식물 바이러스 진단법도 개발해 판매에 나섰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정부와 14만달러 규모의 식물병원체 진단제품 개발 계약을 맺었고, 추가로 수백만달러 규모의 바이러스 진단제품 개발에 관한 제안을 받았다.

“세계적 독점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하고 돈도 벌게 됐지만, 제 꿈은 유전자 기술로 인류에 공헌하고 싶은 것입니다. 임신진단 시약처럼 약국에서 진단 키트를 사서 자신이 직접 매일 암을 체크하고, 질환 여부를 살필 수 있는 세상이 이제 멀지 않았습니다.”

신동아 200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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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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