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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이 쓰는 이 사람의 삶

박람강기(博覽强記)의 ‘서울맨’ 제타룡

습관성 ‘미래 읽기’로 서울을 용(龍) 만들다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박람강기(博覽强記)의 ‘서울맨’ 제타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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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강기(博覽强記)의 ‘서울맨’ 제타룡

도시철도공사 사장 시절, 제타룡씨는 직접 지하철 기관실, 심지어 선로 안까지 직원들과 함께 돌아보며 개선점을 연구했다.

그는 제때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고졸 9급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어쩌면 그게 콤플렉스가 되어 일생 책읽기에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통신과정으로 대학졸업장을 따고 그 후에도 네댓 개의 대학을 더 다니고 ‘타임’ 등 시사잡지를 30여 년 정기 구독하는 중에 절로 세상 보는 눈이 떠졌다.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가 대충은 짐작된다. 아니, 환하게 보인다.

“세계 정세를 분석하는 책을 700~800권 읽어봐요. 병신 아니면 미래를 읽는 눈이 저절로 생기게 될 겁니다. 다만 다들 책을 읽지 않아서 문제인 거지….”

‘IMF 사태’는 1997년 11월에 터졌고 4월 무렵 그는 이미 수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주변에 경고를 했지만 믿지를 않았다. 사태 발발 후에야 사람들은 어떻게 예견했더냐고 그의 안목을 비로소 인정했고 제타룡이라는 조용한 사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 인간형인 것 같다. 부드러운데 실천력이 탁월하다. 한 집단의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는 도시철도공사 사장일 때 몇 가지 탁월한 방식으로 보여줬다. 서울 지하철 총연장은 152km, 그 선로를 매주 금요일마다 걸어서 다녔다. 어둡고 좁은 구역을 직원들과 함께 직접 걸은 후 통닭파티를 하면서 그 구역의 문제점들을 파악하는 방식을 취했다.

“위험하진 않아요. 사람이 걸어다닐 만한 공간이 나 있으니까. 지시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발벗고 나서니 선로점검이 저절로 되데요. 그렇게 걸어다닌 이후 사고율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어요.”



그리고 파격적이게도 월급의 반을 회사에 반납했다. 경영 적자인 공기업에서 사장이 월급 전액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한달 200만원씩 35개월분을 회사 금고로 다시 집어넣었다.

한 달에 한 번 평직원의 생일잔치에도 찾아다녔다. 케이크 하나, 꽃다발 하나 사들고 집으로 찾아갔다. “첨엔 부담스러워하다가도 나중엔 다들 좋아했어요. 같이 저녁 먹고 얘기하다 돌아오는 거지요.”

그는 직원들이 공부하는 것도 적극 도왔다. 대학원에 가겠다면 낮에 가도 좋다고 등을 밀며 격려했다. “미래엔 사람이 자본이 됩니다. 회사가 억지로 공부를 시켜도 시원찮을 판에 하겠다는데 왜 지원하지 않겠습니까. 당시 대학원에 진학한 직원이 60명쯤 됐을 겁니다. 한 조직에 박사가 60명씩 있어봐요. 조직 파워가 절로 강해집니다. 공부하느라 못한 업무는 다른 시간으로 돌려주면 고맙다고 되레 더 열심히들 일해요.”

조직의 리더란 직원들의 능력을 발견하고 이용하여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란 것이 그의 견해였다. 이런 관점을 물론 그는 책에서 얻었다. 어린 시절 ‘대망’을 읽으면서 도쿠가와 이예야스가 행하던 영웅적인 일들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날씨에 1만명 군사가 먹을 식량은 5000명분밖에 없어요. 도쿠가와는 졸병들부터 쌀을 씹어먹게 했어요. 그래야 배탈이 나지 않는다면서…. 자기는 결국 쌀 한톨도 씹지 못하고 굶지요. 그런 희생적인 리더들의 이야기가 감동으로 남아 있어요. 어릴 때 읽는 소설은 사람됨의 철학을 만들어줘요. 아랫사람들에게 말로 암만 따르라고 설득해봤자 소용없어요. 직접 몸으로 시범을 보여줘서 감성적으로 공감할 때 비로소 설득력이 생기는 거지요.”

모범과 감성의 리더십

그는 책을 읽을 때 건성으로 읽지 않는다. 반드시 요약노트를 만들면서 읽는 정독형이다. 핵심내용을 정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끊임없이 나눠준다. 그가 만들어놓은, 리더십에 관한 요약 노트를 봤다. 리더십과 영향력이란 항목에서 나는 제타룡 사장이 왜 직원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녔는지를 이해했다. 그건 ‘대망’에서 배운, 그리고 숱한 리더십 책이 공통으로 지적한 ‘직원 가까이 하기’ 철학의 일단이었다.

리더십 정의의 핵심은 ‘영향력’이다. 영향력에는 몇 가지 계발 단계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사람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직원들을 격려하고 감정적인 교류가 가능할 만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직원들은 리더로부터 체득한 내용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한다. 그러면서 리더가 재생산되어 영향력은 증폭되어 나간다(중략). 영향력 있는 리더의 특성은 윤리 도덕적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남이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알고 도와주는 것이다. 리더에게 필요한 힘은 영향력뿐 아니라 좋은 성품, 포용력, 지성, 지도력, 추진력, 돌파력, 분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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