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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진 샤프전자 회장 &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

두 재계 원로의 아름다운 ‘선행 경쟁’

  • 권주리애 전기작가, 크리에이티브 이브 대표 evejurie@hanmail.net

이관진 샤프전자 회장 &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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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은 25년 전 신앙생활을 하다 만난 이관진 샤프전자 회장에게 행복해지는 비결을 배웠다. 늘 환한 표정의 이 회장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선행을 베풀고 있었다. 그런 이 회장을 닮기 위해 사회의 음지를 살피고, 절망하는 이에게 희망을 주고자 노력하는 그는 작은 선행이 얼마나 큰 기쁨으로 돌아오는지 잘 안다.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날 먹을 것도 떨어졌는데,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배부르게 먹어라”고 말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믿음도 이와 같습니다.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야고보서 2장 15-17절


이관진 샤프전자 회장 &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

명동성당에서 만난 류덕희 회장(왼쪽)과 이관진 회장.

탈무드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이스라엘 요르단강 근처에 두 개의 큰 호수가 있다. 하나는 살아 있는 호수이고, 다른 하나는 죽은 호수이다. 죽은 호수는 다른 곳에서 물이 들어오기만 하고 빠져나가지는 못하는데, 반대로 살아 있는 호수는 물이 다른 곳에서 들어오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사람도 이와 같이 받기만 하여 포화상태에 이르면 죽은 호수와 같다. 하지만 받기도 하고 자선을 베풀기도 하는 사람은 항상 생명력과 힘이 넘친다.”

류덕희(柳悳熙·69) 경동제약 회장은 탈무드의 ‘죽은 호수와 살아 있는 호수’를 읽을 때마다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이관진(李寬鎭·79) 샤프전자 회장이다. 류 회장은 25년 전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서 이 회장을 처음 만났다. 류 회장은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긴 시간을 이 회장과 함께하면서 언제나 묵묵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선을 베푸는 이 회장이 ‘살아 있는 천사’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기적을 경험하고 나눔을 알다

류 회장이 가톨릭 신자가 된 계기는 좀 남다르다. 동생인 서울대 류관희 교수가 적극적으로 권유했지만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절에도 다녀보고, 크고 유명하다는 교회들도 다녀봤다. 그러다 나이 마흔이 넘어 부인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용산성당에 발을 들여놓았다. 뒤늦게 시작한 신앙생활이기에 성당 일을 매우 적극적으로 하긴 했으나 이성적으로 하는 것일 뿐, ‘하느님 사랑’의 의미는 잘 몰랐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던 1983년에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추운 겨울, 지방의 상가(喪家)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승용차로 급하게 밤길을 달리던 중 얼어붙은 노면에서 차가 미끄러져 계곡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류 회장만 약간의 상처를 입고, 다른 일행은 모두 아무 탈이 없었다.

“매우 큰 사고였는데, 저만 조금 다치고 동승한 사람들은 멀쩡했으니 기적이었죠. 그때 처음으로 하나님이 저와 함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고 이후 그는 삶에 자신감을 갖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했다. 그 무렵 그에게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고아와 장애아를 수용한 복지시설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사정이 어려우니 몇 가지 약품과 영양제를 보내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좋은 일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가진 약품으로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뻤어요. 그래서 그 복지시설은 물론 다른 곳에도 직원들과 함께 약품을 들고 찾아갔지요. 영양제, 해열제, 소화제 등을 받아든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이, 장애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약품을 전달받은 복지원이나 양로원 측에선 “그간 여러 곳에 도움을 청해봤지만 큰 회사들도 별 소식이 없었는데,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 도와주고,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니 고맙다”고 했다.

마음 가득 보람과 기쁨이 밀려왔을 때 류 회장의 머리엔 문득 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서 만난 이 회장의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떠올랐다. 다른 신자들에게서 이 회장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선행을 베풀고 있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류 회장은 봉사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서 해야 기쁨을 얻는다는 걸 깨달았고, 이 회장의 늘 환한 표정의 비밀도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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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리애 전기작가, 크리에이티브 이브 대표 evejur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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