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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인간의 숨겨진 식스센스, 놀라운 실체를 드러내다!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인간의 숨겨진 식스센스, 놀라운 실체를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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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포식자와 먹이처럼 서로 다른 종 사이에는 가짜 신호가 전달될 수 있다. 포식자는 먹이의 암컷이 분비하는 페로몬과 똑같은 물질을 발산, 먹이 수컷들을 유인해 잡아먹을 수 있다. 거꾸로 먹이가 엉뚱한 페로몬을 분비해 포식자를 속일 수도 있다. 이렇게 동물들 사이에는 다양한 화학적 신호들이 오가며, 그렇게 의사소통의 도구로 쓰이는 화학물질들을 통틀어 화학통신물질이라고 한다. 페로몬은 화학통신물질의 일종이다.

인간은 시각과 청각에 주로 의지하기에 의식하지 못하지만, 동물은 이런 통신물질을 주고받으면서 살고 있다. 동물은 이를 통해 가족과 동료와 적을 식별하고, 자신의 세력권을 설정하고, 먹이와 짝을 유인하고, 적을 피하기도 한다. 인간은 그 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며, 그다지 관심도 없는 편이었다. 사실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길이가 얼마라고 하면 우리는 쉽게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지만, 냄새가 얼마나 강하고 어떤 종류라는 것을 남에게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생물이 시각이나 청각을 갖게 된 것은 후각이나 화학감각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지구에 먼저 출현한 미생물은 화학적 자극을 감지해 먹이를 찾고 위험을 피했다. 그러니 진화의 정점에 섰다고 자부하는 인간이 후각이나 화학감각보다 시각이나 청각을 우위에 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인간의 후각이 크게 퇴화했다는 것도 그런 관점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페로몬을 감지하는 기관이라고 알려진 보습코기관이 성인에게서는 흔적만 남아 있다는 것도 그렇다.

보습코기관은 대다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의 후각계에 딸린 감각기관의 일종이다. 대개는 코사이막 아래쪽이나 입천장에 있다. 보습코기관에는 페로몬 수용체가 있다. 생쥐나 햄스터의 암컷이 발산하는 화학물질은 수컷의 보습코기관을 자극해 수컷의 남성 호르몬 농도에 변화를 일으킨다. 보습코기관은 페로몬 외에 다양한 화학적 신호에도 반응한다.

인간도 페로몬 분비



사람의 보습코기관은 태아 때는 있으나 태어난 뒤 퇴화한다. 하지만 성인에게 보습코기관이 있는지를 놓고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다. 현재의 해부학적 연구 결과들은 성인의 보습코기관은 있다고 해도 흔적만 있을 뿐 ‘기관’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기능을 못한다고 말해준다. 그 흔적은 뇌와 신경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므로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다.

분자유전학적 연구 결과도 같은 결론을 시사하는 듯하다. 연구자들은 몇몇 포유류 종에서 페로몬 수용체 유전자라고 할 만한 유전자들을 발견했다. 인간도 비슷한 유전자들을 지니고 있지만,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제대로 발현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유전자를 조사한 것은 아니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비슷한 예로 인간은 후각 수용체 유전자의 약 70%가 제 기능을 못하지만 필요한 냄새를 맡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보습코기관이 페로몬을 검출하는 기관이라면, 그것이 퇴화했으니 인간은 페로몬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월경주기 동조현상에서처럼 인간 사이에 화학적 의사 전달이 이뤄진다는 증거와 모순되는 듯하다.

따라서 인간이 보습코기관이 아닌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페로몬을 감지한다고 봐야 모순이 해결된다. 예를 들어 갓 태어난 토끼 새끼가 페로몬에 반응해 어미의 젖꼭지를 찾는 것이나 돼지 암컷이 수컷의 페로몬에 반응하는 것은 진짜 후각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인간도 진짜 후각기관을 통해 페로몬을 감지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제6의 감각기관이 있든지.

대다수 동물이 페로몬을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인간만이 그 능력을 아예 잃었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놀라운 일일 것이다.

월경주기 동조현상을 연구한 지 20여 년이 지난 1998년 매클린톡은 제자와 함께 인간 페로몬이 있음을 시사하는 더욱 구체적인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그들은 냄새로는 검출할 수 없지만, 배란 시기에 영향을 끼치는 페로몬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월경주기가 규칙적인 20∼35세 여성 2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들은 9명을 골라 깨끗이 씻도록 한 다음 겨드랑이에 패드를 붙였다. 패드는 적어도 8시간 이상 붙이고 있도록 했다. 그런 식으로 월경주기의 단계별로 시료를 채취하면, 거기에 알코올을 섞어서 냄새를 없앤 뒤 나머지 20명의 코 밑에 그 혼합물을 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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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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