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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상상력으로 세운 서양 문화 바벨탑

  • 박기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dumal@chonnam.ac.kr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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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이의 ‘지배 반사’

뒤랑은 이러한 반사학을 길잡이 삼아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의 500여 쪽(번역판 목차 중 제1권과 제2권)에 달하는 원형과 상징의 거대한 분류 체계를 세운다. 그는 세 가지 지배 반사에 입각해 상상계의 주된 내용을 세 가지 구조 혹은 도식 그룹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분열형태 구조로서 이는 자세 지배 반사와 연관된다. 분열형태 구조라고 뒤랑이 명명한 것은 이 구조가 분열 행위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분열, 분할, 대조가 중시된다.

둘째는 신비 구조로서 이는 분열형태 구조와 상반되는데, 영양섭취 지배 반사와 연관된다. 동화(同化), 동일시, 결합 같은 행위가 이 구조의 특징을 이룬다.

그리고 마지막은 종합 구조인데, 상이한 요소들을 결합시키는 과정을 강조하기에 ‘종합적’이라는 형용사를 부가했다. 그러나 이는 정립과 반정립의 지양을 의미하는 헤겔식 종합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후일 뒤랑은 헤겔적인 함의를 피하기 위해 ‘종합적’이라는 형용사 대신에 ‘산종적(散種的)’ 혹은 ‘드라마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구조는 짝짓기 지배 반사와 결부된다. 무한한 반복의 힘을 표현하는 바퀴나 나무 원형으로 분화되는 리듬 도식들이 이 구조로 분류된다.



뒤랑은 이 세 구조를 두 개의 체제로 설명한다. 분열형태 구조는 이미지의 낮 체제에, 그리고 신비 구조와 종합 구조는 이미지의 밤 체제에 배속된다. 이처럼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은 경험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 상상력의 소산인 이미지와 상징을 이 두 ‘체제’와 세 ‘구조’의 틀 속에 분류함으로써 상상계의 보편적이고 동일한 실재가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동양의 상상계다

이미 50년 전에 상상력의 거대한 문법체계를 완성한 질베르 뒤랑이 최근 20여 년에 걸쳐 관심을 가진 주제는 문화적이면서 예술적인 상상계의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 연구를 통해 상상계의 변화가 주기적이며, 리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뒤랑의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이 공시태(共時態)적이라면, 이후의 연구들은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에 나타난 오류를 교정하면서 상상계의 또 다른 면, 즉 차이나 서로 구별되는 변별성 있는 요소들을 신화 분석 혹은 신화 비평이라는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19세기와 20세기는 프로메테우스와 디오니소스, 그리고 최근에는 헤르메스라는 세 신화 구조가 연이어 서양을 지배해왔다고 지적한다.

질베르 뒤랑의 이러한 최근의 업적은 이미 진형준·유평근(전 서울대 불문과 교수)에 의해 ‘상상력의 과학과 철학’(살림, 1997), ‘신화비평과 신화분석’(살림, 1998)이란 제목으로 번역 소개된 바 있다. 마침내 두툼한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마저 번역됐으니 상상학에 관한 기본적인 저서들은 대부분 번역된 셈이다.

이제 우리는 서구의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참조하면서 동양의 상상계 구조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우리나라의 문화 원형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질문할 차례다. 그래야 뒤랑이 ‘상상력의 과학과 철학’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에게 던진 질문 - “한국 불교의 ‘상징 사전’을 언제나 가질 수 있나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신화 백과사전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족이지만, 번역에 기나긴 시간을 투자한 번역자의 노고를 치하하며, 다만 신화와 종교, 철학에 대한 주석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려웠음을 밝힌다. 서양 문명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서이기에 이미 많은 원주와 번역자 주석이 있음에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동아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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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dumal@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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