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5월 싱가포르 근해에서 실시된 다국간 해상훈련에 참가하고 하이난도 싼야항으로 귀환한 중국 해군 호위함 ‘샹판(襄樊)’호(함번 567). 중국은 서태평양 해군포럼 창설 멤버의 하나로 이전에도 옵서버를 파견해왔지만 이 포럼의 다국간 해상훈련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가장 좋은 예가 지난 3년 동안 중국 해군이 새로 선보인 051C식, 052B식, 052C식 세 종류의 대형 구축함이다. 구축함은 현대 해군에서 주력 군함이다. 원래는 어뢰정을 공격하기 위한 소형 전투함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덩치가 커지면서 전투기를 상대하는 대공(對空), 수상함을 상대하는 대함(對艦), 잠수함을 상대하는 대잠(對潛) 등 거의 모든 방식의 해전에서 쓰이는 팔방미인이다. 이 핵심적인 전투함의 면면이 3년 사이에 확 바뀐 것이다.
세 종류의 신형 구축함 가운데 가장 먼저 선을 보인 군함은 2004년 배치된 052B식 구축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권에서는 루양Ⅰ급, 혹은 첫 번째로 건조한 배의 이름을 따서 광저우급으로도 부르는 이 구축함은 중국 함정 중 최초로 러시아 기술을 직도입했고 서방권 기술도 광범위하게 참조해 건조한 배다. 배의 크기를 따지는 데는 여러 척도가 있는데 무장, 식수, 식량 등 전투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물자를 탑재한 상태의 군함 무게를 만재배수량이라고 한다. 052B의 만재배수량은 6500t으로 구축함 중에서는 중간 크기에 해당한다.
052B 루양Ⅰ급은 중국 구축함 중에서는 최초로 스텔스 설계를 적용했다. 스텔스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스텔스 설계를 적용한 군함은 상대방에게 포착될 확률이 낮고, 설사 적에게 존재를 들켜도 공격당할 위험이 줄어든다. 덩치 큰 구축함도 스텔스 설계를 제대로 적용하면 상대방 레이더에는 고속정 정도의 크기로 보일 수 있다.
현대 해전에서는 함포보다는 미사일 위주로 전투가 진행된다. 052B 루양Ⅰ급은 적의 군함을 공격하기 위한 대함미사일로 중국산 YJ-83 16기, 적 전투기를 공격할 수 있는 대공미사일로는 러시아제 SA-N-7B(SA-N-12) 그리즐리 48기를 탑재했다.
현대 군함은 상대방 미사일을 격추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무기로 근접방어체계(CIWS)를 탑재한다. 근접방어무기는 보통 레이더와 연동된 기관포를 자동적으로 빠른 속도로 발사하는 방식으로 적 미사일을 격파한다. 052B 루양Ⅰ급은 730식 중국산 근접방어무기도 탑재하고 있다.
이처럼 052B 루양Ⅰ급은 현대 군함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구색을 제대로 갖춘 구축함이다. 052B 루양Ⅰ급의 출현만으로도 ‘중국 구축함은 시대착오적 퇴물’이라는 선입관을 무너뜨린 엄청난 변화였다. 그러나 중국 해군의 ‘깜짝쇼’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줄잇는 ‘깜짝쇼’
2003년부터 2004년에 걸쳐 중국 인터넷에는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낯선 신형 구축함 사진이 때때로 공개되어 세계 군사 전문가들의 시선을 끌었다. 군사정보에 대해 여전히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건조 중인 군함 사진이 공개된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이 구축함 함교의 모양새가 매우 특이하다는 사실이었다.
이 새로운 함정은 기본적으로 052B식 루양Ⅰ급과 비슷해 보이지만, 비교적 높고 뚜렷하게 각이 진 함교의 형태는 미국 이지스 구축함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도 없이 느닷없이 사진으로 공개된 구축함의 정체를 놓고 군사 마니아부터 전문가들에 이르기까지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 배가 바로 2004~05년 정식으로 취역한 052C식 루양II급 구축함이다. 뚜껑을 열고 보니 052C식 루양II급은 예상대로 만만치 않은 면모를 갖춘 구축함이었다. 우선 위상배열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위상배열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하는 소자 수십~수천 개를 배열(array)하는 방식의 레이더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일반적인 기계식 레이더와는 달리 전자적인 조작만으로 3차원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