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2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7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폐막회의.
5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체제를 출범시킨 중국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후진타오 2기 지도부를 구성하고 의욕적인 국정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나간 5년의 성적표도 화려하다. 10%를 오르내리는 성장률에 힘입어 각종 경제지표는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역동적이다.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당대회를 통해 2020년에는 2000년의 4배에 달하는 1인당 GDP 4000여 달러 달성 목표를 내걸고 성장일변도 정책에서 탈피, 환경을 중시하고 인민에게 고르게 혜택이 돌아가는 균형성장 정책을 펼치겠다고 천명했다.
반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한국은 새 정권 등장을 앞두고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혼란에 휩싸여 있다. 선거가 1개월여 앞으로 임박했지만 국가적 비전 제시는 실종된 채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네거티브’ 전략이 만개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 5년의 성적에 대해선 극소수 집권세력을 제외한 대다수가 이구동성으로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회 각 분야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경제성장의 동력은 크게 떨어졌으며, 통일 외교 국방 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국론이 분열돼 좀처럼 효율적인 처방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양국의 정치 기상도 역시 상이하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가 각 정파와의 사전조율과 협상을 통해 최고지도부를 물갈이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는 데 반해, 노무현 정권의 권력 엘리트들은 분열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 역시 대립과 반목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과 중국은 국가의 규모와 체제, 자연환경과 사회문화적 특성이 크게 달라 평면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상이함을 감안한다고 해도 집권세력 교체기의 대조적인 풍경은 예사롭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일까. 민주국가 대한민국이 공산국가 중국에 뒤져야 할 체제상의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권력 엘리트층의 차이 때문일까.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드러난 중국 정치의 실상을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17차 중국공산당대표대회를 통해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권력승계의 제도화가 상당부분 정착됐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로 민주집중제 원리에 의해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다. 7336만여 명에 달하는 공산당원이 질서정연하게 조직화돼 있다. 웬만한 나라의 인구보다도 당원이 많은 중국 공산당은 2200여 명(17기 2270명)으로 구성되는 전국대표대회를 5년에 한 번씩 개최한다. 우리로 치면 전당대회인 셈이다. 당의 헌법인 당장(黨章)의 개정과 당중앙위원회의 주요 정책보고를 듣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국대표대회는 일상적인 당무를 중앙위원회(17기 371명)에 위임하고 대표들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안착하는 권력승계 메커니즘
중앙위원회는 1년에 한 차례 회의를 열어 중요한 사안들을 논의하며 일상적인 당 업무는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하는 총서기와 정치국 상무위원회(9인), 정치국(25인), 서기처(6인), 군사위원회(11인)에서 처리한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9명 상무위원이다. 이들이 중국 정치의 핵심지도부인 셈이다. 9명의 상무위원은 당의 중대사를 결정할 뿐 아니라 서열 1위인 총서기는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가주석을 맡고, 2위는 국회의장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3위는 국무원총리를, 나머지 상무위원들도 정치협상회의 주석, 부총리 등 요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