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전선언-평화체제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지구에서 유일하게 냉전체제가 존속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냉전을 종식하고 비핵, 평화, 번영, 통일을 향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핵심적인 국제적 장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후 국내에서는 그 방법론, 협상 개시의 주체 등 구체적인 내용에서 이견이 적잖게 표출됐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다른 의견들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논란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종전선언과 평화체제의 분리 여부 : 종전선언을 평화체제에서 분리해 종전선언 협상부터 할 것인가. 아니면 평화체제 자체가 종전의 의미이므로 별도의 종전선언 없이 평화체제 협상을 할 것인가.
2 협상 개시 주체 : 현 정부에서 협상을 개시할 것인가, 차기 정부에서 할 것인가.
3 종전선언 혹은 평화체제의 협상 시점 :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진전 상황과 관련해 언제쯤 종전선언 혹은 평화체제 관련 협상을 시작할 것인가.
4 평화체제의 형식 : 평화체제는 평화협정을 통해 구체화하는데, 한국의 협상 주도성, 남북한의 협상 주도성, 평화보장의 실질적 효과, 협상의 수월성, 북한의 수용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남북한의 자주-평화구축-번영을 위한 최적의 평화협정 모델은 무엇인가.
‘盧 임기 내 종전선언’ 불투명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평화체제에서 분리할 수 있는 여지를 명시적으로 남긴 것은 이 회담에서 가장 주목할 내용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 측은 2006년 11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하노이 선언’ 이후 종전선언을 먼저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평화체제는 평화협정을 통해 담보될 수밖에 없으므로 종전선언은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평화협정 등 평화체제의 하부 구조가 없는 종전선언은 한국에서 오히려 이데올로기 갈등을 더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 폐기의 가시적 조치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주변 동맹국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9월12일 “갑자기 종전선언을 하면 전쟁은 끝나지만 평화는 없는 상태가 오기 때문에 혼란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임기 내 종전선언 문제와 관련한 가시적 진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종전선언-평화체제를 둘러싼 위의 4개 논의는 개념적 차원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통일·외교 분야의 주요 현안이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0월11일 “내 희망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임기 내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11월13일에도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을 시간에 늦지 않게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정상들의 선언으로 결정적인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을 보다 확실한 흐름으로 굳혀서 북한이 조속히 핵 폐기를 이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4자 정상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종전선언이라는 명칭을 두고 그것이 평화협정의 끝에 하는 것이므로 협정 이전에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종식과 평화구축을 위한 정상선언이라면 그 명칭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배경설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