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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정동영의 전략과 한계

‘안전 행보’로 실기(失期), ‘昌 기습’에 실지(失地)…‘3통 정치’로 마지막 승부수

  • 구자홍 내일신문 정치부 기자 jhkoo@naeil.com

상처투성이 정동영의 전략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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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평화전선이다. 정 후보를 비롯해 범여권 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화개혁세력’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과거에 즐겨 사용하던 ‘민주개혁세력’에서 ‘민주’를 빼고 ‘평화’를 넣은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1997년 정권교체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서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구도가 해소됐다는 정치사회적 변화가 반영된 면이 있다.

더욱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맥을 이어 제3기 ‘통합의 정부’ 창출을 꿈꾸는 정 후보에게 평화전선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핵심전략이다. 1953년 7월27일, 휴전 협정일에 태어난 정 후보는 스스로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을 ‘정치인 정동영’의 소명으로 삼고 있다.

“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향후 5년이 우리나라의 100년을 좌우할 시기라고 봅니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5년 뒤에는 또 다르죠. 기회의 문이 열렸는데, 이것을 잘못 관리하거나 낭비하면….”

‘반부패 vs 부패’ 대결구도로

정 후보는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10월17일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길에 가진 인터뷰에서 “올 대선의 의미는 단순히 정동영의 승리냐 패배냐, 당의 승리냐 패배냐를 넘어서는 것이다. 대선 패배는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왔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 근본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한반도 질서 자체가 흐트러진다”고 우려했다.



정 후보는 통일부 장관이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 2005년 9·19 공동성명 제4항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당사국간 논의를 시작한다’는 결정문을 받아들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는 그해 6월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담판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내고,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의 산파 역을 했던 경험을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긴다.

“(9·19 공동성명이라는) 설계도를 가지고 시공해보고 싶습니다. 전문가들은 5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앞당기겠습니다. 적어도 (차기 정부) 임기 중반까지 한반도 평화협정체제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바꾸겠습니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겠습니다. 그게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입니다. 그 소명은 새로운 철학과 추진력에 의해 가능합니다.”

그는 이번 대선을 평화전선과 아울러 ‘반부패와 부패’의 대결구도로 치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2002년 대선 당시 ‘차떼기’의 주역이었다는 점을 부각시켜 ‘정치부패’의 원조로 몰아붙인다는 전략이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BBK 사건과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 최근 불거진 두 자녀의 ‘위장취업’ 논란 등 ‘경제부패’의 전형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계획이다.

삼성 비자금 특검법 제출 등과 같이 ‘부패와 반부패 전선’은 자연스레 비(非)한나라 진영을 한데 묶는 촉매제 구실을 하고 있다. 정 후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선거부패, 정치부패, 경제부패 등 일생동안 축적한 재산에 대해 설명해야 할 내용이 많은 후보가 2007년에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은 상식이 될 수 없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상식에 비추어 법을 어기지 않고, 병역필도 했고, 애국심을 가지고 이 나라의 선진화를 꿈꾸고 노력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지율 3위 후보. 후보 단일화를 앞둔 범여권 후보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면서 정동영 후보는 자신의 꿈과 비전을 국민에게 맘껏 펼쳐 보일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직후에도 그에게 주로 쏟아진 질문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거냐” “후보 단일화 방침은 무엇이냐”였다. 저조한 지지율 극복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러한 현실적 여건에 떠밀려 “왜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일을 할 계획인가”라는 미래지향적 질문은 좀처럼 정 후보에게 던져지지 않는다.

가슴에 묻은 ‘3통의 정치’

비록 원내 제1당의 대통령후보지만 대통령후보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통령후보로서 그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포부 역시 맘껏 펼쳐 보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앞으로 5년 동안 우리가 스스로의 운명을 운전대로 잡고 갈 수 있느냐, 아니면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보는가를 피동적이고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존재가 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 후보는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4대국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2·13 합의 이후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등 한반도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 후보의 4개국 순방은 무산됐다. 무산됐다기보다 연기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10월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부시 대통령 면담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무산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마당에 자칫 4개국 순방 추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연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연기된 4개국 순방은 대선 일정에 밀려 다시 추진되지 못한 채 계획에 그쳐야 했다.

자신이 집권하면 차기 정부를 ‘통합의 정부’로 명명하겠다는 정 후보. 그는 ‘3통의 정치를 해보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3통’이란 ‘남남·남북·동북아 통합’이다. 역사학도로서 ‘동북아 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은 온갖 역경에도 그를 ‘대통령 당선’ 그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고단한 발걸음을 떼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3통의 정치’에 대한 포부는 급변하는 대선 현실에 가로막혀 있다. 정 후보는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지금까지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그에게는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는 언제, 어떻게 할 것이냐”는 현실적 질문만이 쏟아지고 있을 뿐이다.

신동아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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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내일신문 정치부 기자 j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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