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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점검, 호남 표심 & 호남 정치권

“노무현에 배신당한 전라도가 정동영한티 몰표 줄 것 같여?”

  • 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막판 점검, 호남 표심 & 호남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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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에서 이른바 ‘제3후보’에게도 큰 애정을 주지 않는 것은 한나라당 처지에서는 고무적인 대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정당 단일화가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문국현씨까지 포함해 모두 다 연합으로 해서 대통령 당선시키고, 설사 안 되더라도 최선의 투쟁을 해서 국민적 인정을 받으면 나중에 총선 끝나고 나서 통합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근히 문 후보를 띄워주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진보·개혁 성향임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서는 7%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호남권에서는 2%대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16개 시·도 중 최저 수준이다. 이와 관련, 문 후보측에 합류한 여론조사전문가 김헌태씨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했던 영남지역 보수층 중에서 문 후보 지지율이 의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호남 지지율이 5~6%대로,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나라당측의 시각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광주·전남·전북을 합쳐 평균 92.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은 4.9%에 그쳤다. 당시 두 후보의 전국 전체 표차는 57만표에 불과했다. 이회창 후보가 호남권에서 10%만 더 얻었다면 3만여 표 차이로 승리할 수 있었다.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39만표차로 누른 1997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호남에서 3.27%를 득표했다. 그가 호남에서 10%만 득표했어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호남’을 승리 방정식으로 삼았던 예전의 야당 선거 패턴이 이번에 한나라당에 적용되지 말란 법도 없다. 특히 아무리 마지막 거품이 빠진다 해도 호남에서 10%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렇게만 돼도 한나라당으로서는 ‘대박’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서부 벨트 부활 가능성은?



이와 관련해, 대선 한 달을 앞둔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범여권의 양대세력을 형성해온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기로 한 데 대해 호남표가 어느 정도로 결집할지의 문제다.

예전과 다른 부분은 호남이 결집한다고 해서 ‘호남-충청-수도권’ 서부벨트가 모두 곧 완벽하게 복원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도라는 점이다. 앞서 설명했듯 실제로 수도권 표심이 호남과 엇박자를 보이는 가운데 충청도에서도 이명박, 이회창 후보가 60% 정도의 지지율을 비슷하게 나눠먹고 있고 정동영 후보는 20% 남짓한 형편이다.

아직도 ‘현존하는 범여권의 최대 정치권력’으로 실체를 인정받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각이 다소 다르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 나를 당선시킨 사람들, 또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사람들은 같다. 그 사람들을 집결시킬 수만 있다면 선거는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에 두 번 이겼으니까 또 한 번 이길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호남에 끼치는 영향력도 예전 같지는 않다는 게 범여권 정치인들의 전언이다. 일례로 이번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과정 막후에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가교 노릇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범여권 정치인들에게 미친 소구력이 예전처럼 크지는 않았다고 한다. 몇몇 민주당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호남에서 ‘김대중 선생님’이란 말이 많이 사라지고 김대중씨, 심지어 ‘김대중이가’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요즘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은 지난 7월 그의 아들 김홍업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류하면서부터 조금 더 지역 밑바닥으로 퍼졌다는 게 정설이다. 앞서 4월 민주당은 어려운 당내 사정을 무릅쓰고 ‘전략공천’ 카드를 뽑아 들어 김홍업씨를 전남 무안·신안 보궐선거에서 당선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그런 김 의원이 결국 3개월 만에 탈당계를 낸 것이다.

믿고 찍어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속적인 실망감도 이번 대선 호남 표심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은 했지만, 아직도 ‘국정실패세력’ 이미지가 강한 노무현 대통령 색채가 당에 많이 투영돼 있는 데다 정동영 후보 역시 노 대통령의 정책이나 이념을 ‘비판적으로 승계’하겠다고 밝힌 점 등은 범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11월8일 노 대통령은 무안 국제공항 개항식에 참석한 직후 전남 나주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광주·전남지역 주요인사 오찬 간담회’에서 “내가 열린우리당 창당을 응원했던 것은 호남 안에서도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로지 지역만을 근거로 단결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부르게 되고 영원히 큰 판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화를 참지 못해서 그러는데 ‘호남 뭉치자’는 말만 거듭하며 저급한 전략을 쓰는 전라도 정치인들하고 일을 못해먹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사실은 다음날 지역 유력언론 1면 톱기사를 장식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취임 초기의 ‘내가 좋아 찍었겠냐,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찍었겠지’라는 발언을 비롯해 노 대통령이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호남 불신’ 발언을 남긴 것을 호남 유권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런 비토 여론까지 가슴에 묻고 한나라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정동영 후보에게 몰표를 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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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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