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시장의 역사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입력2009-01-30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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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가 말하는‘내책은…’

    시장의 역사 외
    시장의 역사 _ 박은숙 지음, 역사비평사, 436쪽, 1만9800원

    오늘날 우리의 일상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시장과 소통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시장은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제 사람들은 미국시장ㆍ취업시장ㆍ결혼시장 등과 같이 ‘시장’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한다.

    인간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능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언제나 같다. 하지만 거래되는 상품과 오가는 사람들, 시장의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생성-발전-소멸의 궤도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역사 속에는 그때 그곳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시장은 시대와 인간의 생활문화를 진열하는 창이자 쇼윈도다.

    시장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과제이며 인간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시장만큼 흥미로운 주제도 드물다. 그럼에도 그간 우리는 시장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 책은 우리 시장의 역사와 문화를 삶의 현장이라는 관점에서 역동적으로 그려보려 했으며, 그런 관점을 반영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은 고대에서 광복까지 시장의 변천사를 중심으로 상거래 풍습의 변화, 상인의 존재양상과 상품의 변모, 돈과 상품이 오가는 와중에서 벌어지는 풍경 등을 담아내고 있다. 종로통의 시전과 이현ㆍ칠패시장, 개항 후 전통시장이 동대문ㆍ남대문시장으로 재편되는 과정, 외세에 의한 명동ㆍ충무로 상권의 형성과 팽창, 근대의 쇼윈도라 불리는 백화점(미쓰코시ㆍ조지아ㆍ화신 등)의 등장, 북촌의 조선인 상권과 남촌의 일본인 상권의 분리 등 시장의 역사와 공간 변천사를 함께 다루었다.

    전통시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제일 끝자리에 위치하면서 장사꾼ㆍ장돌뱅이 등으로 천시받던 상인들이, 개항 이후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만민공동회 회장이 되어 대중연설을 하고, 이왕(李王) 전하와 함께 골프를 즐기는 등 정·관계와 경제ㆍ문화계 등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모습도 살펴보았다. 생활문화의 혁명을 불러온 상품들-고추ㆍ담배ㆍ커피ㆍ성냥ㆍ고무신ㆍ연탄ㆍ아지노모도(味の素)-의 등장과 현재로 이어지는 맥락, 전통시대 필수품이었던 땔나무ㆍ짚신ㆍ다리(여인들 가발) 등에 담긴 역사성을 더듬어보았다.

    에누리ㆍ덤제의 진화, 거래차익을 노리는 여리꾼과 암호인 변어, 광고와 브랜드의 등장과 확산, 오늘날 천원숍에 해당하는 ‘10전균일점’의 등장 등 상거래 관행과 그 변화를 다루었다.

    정치범과 간통사범의 공개처형장이었던 시장, 가뭄과 국가적 애경사에 문을 닫거나 옮기는 시장, 과거에 떨어진 무인(武人)들의 구걸과 거래를 둘러싸고 벌어진 시비와 싸움, 사기와 절도ㆍ강도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시장의 다양한 풍경이 고스란히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에 박제된 시장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연결되어 살아 숨쉬는 시장의 모습을 구현해보고 싶었다.

    박은숙│서울특별시시사편찬위원회 연구원│

    毛난 사람이 되자 _ 대한모발학회 지음

    한방 샴푸를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유인즉슨 탈모 때문이다. 머릿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머리카락 한 올 더 빠질까 겁나 비싼 샴푸를 택한다. 머리카락을 귀히 여기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만한 책이 나왔다. 글을 지은 모발 전문 피부과전문의들은 대한피부과학회 산하 대한모발학회 회원들로 2년 준비 끝에 머리카락의 생리와 다양한 탈모증, 흰머리, 두피 질환, 탈모 해결책 등을 담아냈다. “탈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헤어드라이어 사용을 줄이고, 비누보다는 샴푸로 일주일에 서너 번 감고, 젖은 머리는 빗질하지 말아야 한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금물이다”라는 식의 당부도 빠지지 않았다. 책을 읽다 보면 “과일을 씨째 또는 껍질째 먹고, 오이 해초류를 자주 먹는 것이 좋다”는 유의 실용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무한/ 296쪽/ 1만5000원

    와인&비즈니스 _ 최승우 지음

    여자만 매너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무대가 국제비즈니스계라면 더욱 그렇다. 31년간 해외업무를 한 공로로 2001년 대통령 수출유공표창장을 받은 저자도 비슷한 생각이다. ‘비즈니스 테이블에서의 매너는 사업상의 파트너십 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저자는 업무상 해외거래처 임원들과 와인을 마실 기회가 많았기 때문인지 ‘비즈니스맨에게 필요한 와인 매너’를 자연스레 익혔다. 책에는 저자가 체득한 와인 매너가 듬뿍 담겨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비즈니스맨만큼은 중요한 식사 자리에서 어떤 와인을 마시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고심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세계적인 와인 교육기관인 WSET(Wine and Spirit Education Trust)에서 다년간 공부한 저자의 와인 사랑을 느끼는 건 덤이다. 중앙북스/ 416쪽/ 2만원

    나는 휴머니스트다 _ 최영록 지음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눈감을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함석헌, ‘그대 그 사람을 가졌는가’ 중에서) 지은이는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글을 썼다. “산다는 것은 고통의 바다에서 헤엄치기와도 같지만 글을 공유해 희로애락을 나누는 눈 밝은 친구들을 만난다면 살아가는 동안 고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50대 평범한 가장인 그는 블로그란 공간에서 ‘그 사람’을 만나면서부터 전보다 풍요롭게 살게 됐다. 나의 얘기가 우리의 얘기가 되고, 소통의 채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이런저런 일로 머리가 지끈거릴 때 부담 없이 슬슬 읽히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304쪽/ 1만2000원

    ▼ 저자가 말하는‘내책은…’

    시장의 역사 외
    박정희 정부의 선택 _ 기미야 다다시 지음, 후마니타스, 448쪽, 2만원

    필자는 도쿄대 교수로 한반도 정치를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필자가 20년 전 고려대 대학원 재학 중 민주화라는 격동기를 경험한 후 오랫동안 박정희 정부의 정치경제를 연구해온 학문적 성과물이다.

    1960년대 한국 정치경제는 냉전이 초래한 국제정치경제적 구조와 군사정권으로서 경제발전을 통해 정당성을 증명해야 했던 박정희 정부의 정책 사이의 갈등으로 전개되어왔는데, 이와 같은 과정을 한미일 3국의 외교문서를 통해 해부했다. 박정희 정부가 군사정변 직후 강한 민족주의적 수사로 내포적 공업화 전략을 추진하려 했음에도 왜 결과적으로 수출지향형 공업화라는, 일견 덜 민족주의적 경제정책을 채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그간 주류를 이뤘던 논의는 한국을 둘러싼 냉전체제의 구조적 조건이 필연적으로 수출지향형 공업화정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구조주의적 접근이나 정치지도자가 국익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선택한 결과라고 보는 합리적 선택이론에 따른 접근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런 기존 해석의 대안으로 구성주의(constructivism)적 분석틀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구조적 제약에 대한 행위자들의 서로 다른 인식과 이것들이 구성하는 정치과정을 통해 수출지향형 공업화의 선택과 전개의 정치경제적 동학을 해부하는 것이다.

    제1부는 5·16군사정변 직후 군사정부가 내포적 공업화 전략을 시도했으나 결국 미국과의 관계나 군사정부의 국내 지지 동원의 한계 등으로 인해 좌절되고 말았으며, 잔여적으로 수출지향형 공업화정책이 선택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제2부는 박정희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로 인해 제약받으면서도 한국 정부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출지향형 공업화정책을 전개해나갔는데, 이 과정을 재정안정계획, 환율제도 개혁, 금리현실화 등의 거시경제정책의 결정과정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밝혀냈다. 제3부는 한일수교와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한미일 간의 협상 과정을 밝혀냄으로써 박정희 정부가 수출지향형 공업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한국을 둘러싼 냉전체제에 대한 인식을 변환시킴으로써 냉전체제가 가져다준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밝혀냈다.

    나는 두 가지 자세를 늘 마음속에 새겼다. 1차 사료로 뒷받침되는 실증적 역사 연구를 시도한다는 것과 한국의 정치경제를 보는 이론적 시각을 둘러싼 논쟁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의 정치학 속의 정치사 분야, 역사학 속의 현대사 분야, 경제학 속의 경제사 분야라는 세 가지 연구 분야에서 기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박정희 평가라는 관심을 공유하는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폭넓게 읽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민주화에 관한 두 편의 논문을 추가했다. 구조적 제약을 받으면서도 그런 구조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 제약을 기회로 만듦으로써 민주화라는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새 해석을 제시했다.

    기미야 다다시│도쿄대 대학원 교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_ 윤구병 지음

    빈 지갑 들고 거닐어본 사람은 안다. 돈 없으면 어깨가 얼마나 처지는지. 그런데 도리어 돈 없어 행복해졌다는 사람도 있다. 윤구병 선생이 그렇다. “스스로 선택하는 가난한 삶은 다릅니다. 가난은 나눔을 가르쳐줍니다. 좀 더 가난하게 사는 길, 좀 더 힘들게 사는 길, 좀 더 불편하게 사는 길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길이기도 합니다. 제가 가난하게 살면 그만큼 이웃이 가난을 덥니다. 제가 힘들게 일하면 그만큼 이웃의 이마에 흐르는 구슬땀이 걷힙니다.” 월간 ‘뿌리깊은나무’ 편집장과 충북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10여 년 전 교수직을 그만두고 전북 부안으로 내려가 변산교육공동체를 꾸렸다.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며 대안교육을 해보려는 마음에서다. 결단을 행해 행복을 얻은 그의 일상을 읽노라면 시골농부의 건강한 미소가 보인다. 휴머니스트/ 314쪽/ 1만3000원

    백범 선생과 함께한 나날들 _ 선우진 지음

    누군가를 너무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존경하기 어려워진다. 알면 알수록 상대의 장점은 물론 단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존경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백범 선생의 비서, 선우진은 백범 선생을 최고 지도자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백범 선생의 기억들을 찾아 나선 이유는 그분의 삶이 보여준 감동과 그분의 인간성 때문이다. 백범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자 조국통일에 헌신하신 분이기 이전에 범부(凡夫)를 자처하며 인간애와 검소, 절제를 몸소 보여주셨다. 당신 자신이 으뜸이 되기보다 나라와 국민을 섬긴 겸손한 그분이 진정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푸른역사/ 352쪽/ 1만6000원

    독 안에서 별을 헤다 _ 송호근 지음

    ‘박학으로 칭송이 자자한 자가 있어 질문을 해보니 독 속에 앉아 별을 세는 꼴이었다.’ 저자는 정조시대의 이옥이란 문장가가 쓴 이 글을 보고는 이내 그 글귀를 책 제목으로 점찍어뒀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해서다. 저자는 베버의 말대로 ‘균형감각’과 책임의식을 갖고서 학문에 임했지만 완전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저자가 남보다 조금 더 노력한 점이 있다면 이념적 지향을 공표하지 않은 덕에 “어디 한군데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나대는 야성, 좌우를 두루 살피고 싶은 근성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지난 3년을 다룬 이 책은 ‘해는 또다시 떠오르고’ ‘진보정권이 붕괴한 이유’ ‘떠오르는 녹색한국 3만 불의 사회 지대’ 등의 주제로 엮여 있다. 생각의나무/ 400쪽/ 1만3000원

    ▼ 저자가 말하는‘내책은…’

    시장의 역사 외
    위기의 경제 _ 유종일 지음, 생각의나무, 168쪽, 9000원

    요순시대에 정치를 잘하여 나라가 평안하니 백성은 임금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한다. 경제가 잘되면 사람들이 경제학자를 찾지 않는다. 재테크 전문가를 찾고, 경영서적을 뒤적인다. 그런데 요즘 전세계적으로 경제학자들이 바쁘다. 매스컴에 연일 경제전문가들이 등장한다. 도대체 경제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냐, 정부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질문에 답하느라고 글도 쓰고 강연도 했다. 그 내용을 정리해서 엮은 것이 바로 ‘위기의 경제’다.

    한국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까닭은 크게 세 가지다. 주지하다시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금융경색과 경기침체가 한 요인이다. 이 부분은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외생변수다. 그런데 아무리 외부환경이 어렵다고 해도 이것만 탓할 수는 없다. 마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에도 피해 국가와 피해를 모면한 국가들이 나뉘었던 것처럼, 지금도 상대적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경제와 그렇지 않은 경제로 나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 정도까지 망가진 데는 내부 원인도 작용했다.

    내부의 원인으로 먼저 지적할 점은 우리 경제가 해외 충격에 지극히 취약한 경제라는 점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전임 정권의 잘못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내수기반이 협소해진 까닭에 해외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가 되었고, 실력에 비해 과도하게 금융개방을 하는 바람에 금융시장이 외국자본에 휘둘리게 되었다. 게다가 부동산 투기를 제때에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해 건설사 부실문제를 만들어냈고, 가계대출이 비대해졌다. 특히 2006년 이후 단기외채가 급증한 것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어렵고 국내 경제가 취약하다면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은 당연히 안정우선이어야 했다. 그런데 747 공약에 스스로 발이 묶인 이명박 정부는 고환율, 고성장 정책을 추진해 일을 더 꼬이게 했다. 안이한 상황판단, 거듭된 말 바꾸기, 구시대적 관치경제의 행태들로 인하여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고,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 난 레이건-부시 식의 고소득층 위주 감세와 금산(金産)분리 완화 등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추진하여 국론을 분열시켰다.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돈 푸는 데만 열중이다. 그나마 경기부양책이라고 내놓는 게 토목공사 위주다.

    요약하자면, 미국발 금융위기, 취약한 경제구조,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한심한 경제정책이 합작하여 오늘날의 위기를 만들었다. 본서의 첫 꼭지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 그 영향과 의미를 짚어본 것이다. 둘째 꼭지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따져본 것이다. 마지막은 취약한 경제구조를 튼튼한 경제구조로 바꾸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한 것이다. 나는 경제민주화만이 그 길이라고 주장한다.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새로운 부의 탄생 _ 모하메드 엘 에리언 지음, 손민중 옮김

    요즘처럼 불안할 때는 돈 없는 사람뿐 아니라 돈 있는 사람도 불안하다.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책입안자는 물론 이렇듯 평범한 개별투자자를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 앨런 그린스펀이 고문으로 있는 세계적 자산사 핌코(PIMCO)의 부회장인 그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상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새로운 부의 이동과 탄생은 점점 가속화돼 세계 성장 엔진의 위치가 뒤바뀐다”고 예측하면서도 “변화에 대비해 조정을 거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금융계의 이상 현상과 대처 모습을 묘사하고(1장, 2장), 투자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어려운 이유를 살핀(3장, 4장) 뒤에는 발전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자세를 정리한다. 골드만삭스와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다. 한국경제신문/ 380쪽/ 1만8000원

    힐더월드 _ 국제아동돕기연합 지음

    도심을 걷다 보면 세계 평화(환경보호, 아동보호 등)를 외치는 청년들을 곧잘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 무리에서 나이 든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 나이쯤 되면 삶에 치여 살기 때문인지 본인 이외의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세상에 기여한 바가 적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좋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제 우리 마음이 진화해야 할 때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나약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알고 바꾸기 시작할 때, 지구 또한 우리를 위해 바뀔 것입니다. 회의적인 마음을 거두고 열린 눈으로 지구를 위해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보면, 보다 나은 세상은 이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글을 읽다 보면 하룻동안 휴지 15칸만 쓰기, 변기 물받이에 벽돌 넣기, 3분 동안 샤워하기, 채식하기 등 소소한 실천법도 익힐 수 있다. 문학동네/ 259쪽/ 1만3000원

    미국의 종말 _ 나오미 울프 지음, 김민웅 옮김

    오바마는 신이다. 적어도 현재 미국에서는 그렇다. 오바마의 인기는 신의 인기 못지않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종말’이 올 것이란 저자의 주장은 자칫 극성스러운 진보주의자의 진단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미국 정부의 행태가 급작스럽게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흐름 전체를 바꾸기 위해선 기존 방침을 고수하는 사람들을 설득해내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오미 울프는 “미국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통 시민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고 노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9·11테러 이후 심화된 ‘정부의 개인 자유 제약’을 줄이기 위해 시민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 속성’을 정리한 책을 읽노라면 우리 사회의 자유 계수도 보인다. 프레시안북/ 287쪽/ 1만3500원

    ▼ 저자가 말하는‘내책은…’

    시장의 역사 외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_ 김일권 지음, 사계절, 231쪽, 2만9500원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고구려의 별자리를 국내외에서 처음으로 파헤친 책이다. 13년간의 연구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별은 신비로운 존재이자 농경생활에 필요한 역법을 제공했으며, 광막한 초원과 캄캄한 바다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 역할을 하였다. 인간은 별을 통해 하늘의 질서를 인식했다.

    광복 이후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고구려 천문 연구를 하게 된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서울대 학부에서 자연과학을 수학하고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배경이 이러한 행운을 불러준 것은 아닐까 자답하곤 한다. 요즘 학계의 화두로 떠오른 학문의 통섭을 실현하는 중이라 할 것이다. 별자리 연구라 하면 흔히 현대 천문학 분야인 것으로 오해하지만, 역사 속의 별자리 연구에는 당시 시대의 관점과 내용으로 소통시킬 수 있는 역사학의 안목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역사천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방법론을 수립해 매진하고 있다.

    내 책을 다룬 부산의 모일간지 기사에서 항해가 새로우면 더러 횡재하는 수가 있다고 평했다. 중국과 다른 고구려의 북극삼성 별자리가 고려로 계승되고, 중국 천문도에는 없고 오직 고구려와 고려에서만 출현한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필자가 처음으로 이름 붙인 심방6성, 삼벌6성, 비어5성 별자리, 북두칠성과 남두육성의 남북 대칭, 동서남북 방위별로 구축한 사숙도, 오숙도 방위 별자리 체계 등 기존 천문서에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이론과 이야기들이 잔뜩 쏟아지게 된 것은 이 길을 처음 헤쳐가면서 이룩한 성과들이다.

    이 책은 이처럼 기존에 보도 듣도 못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새로운 이야기에 튼실한 근거를 보이고자 수많은 일러스트 그래픽과 벽화 디지털 복원도, 방대한 사진 자료 등을 수록한 것도 이 책의 자랑이다. 부록에 실은 동서양 대조 천문도는 국내에서 처음 소개하는 것인데, 고구려 별자리에서 더 나아가 동양의 별자리를 소통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이기도 하다. 북한과 중국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고구려 벽화고분의 정밀 분포도를 군-면-동 단위까지 확대해 수록한 것도 기존 벽화 연구에서 없었던 새로운 자료다.

    이 책은 이러한 정밀한 별자리 기초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구려인들이 사유하고 지향했던 천공의 유토피아, 곧 비선의 하늘과 천문의 세계를 다채로운 신화 판타지와 화면 분석을 통해 제시했다. 고구려에서 시작한 별자리 연구는 통사적인 우리 역사의 하늘과 천문 연구로 확장되어, 2008년 KBS 책문화대상 후보에 오른 ‘우리 역사의 하늘과 별자리’(고즈윈)로 출간됐고, 그에 앞서 우리 천문의 기반이 되는 동양 전체의 천문 문제를 풀기 위해 ‘동양천문사상 하늘의 역사’‘동양천문사상 인간의 역사’(예문서원)를 출간했다. 역사 속 별자리 연구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우리 문화의 궁극 배후인 하늘과 천문의 인식 변화를 다루는 ‘하늘의 학문’임을 체계적으로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일권│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콘과 아방가르드 _ 이덕형 지음

    저자인 이덕형 성균관대 러시아문학과 교수는 그리스도교 이콘을 20년간 연구한 이콘 전문가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인 이콘은 ‘종교, 신화 및 그 밖의 관념체계상 어떤 특정한 의의를 지니는 유형화된 미술양식’을 뜻한다. 가톨릭교회와 달리 비잔티움 세계에서 이콘은 “예술가의 상상력에 의한 예술품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증거하는 정교회의 가장 소중한 전례물”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개론서로 “그리스도교에서 이콘이 등장해 비잔티움 동로마 제국을 거친 뒤, 10세기 키예프 루시 공국에 수용된 이래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이콘과 이를 둘러싼 2000년의 사회상을 서술하고” 있다. 서구 라틴 시각이 아닌 정교회의 시각으로 이콘의 함의를 살피고 있다. 생각의나무/ 672쪽/ 3만9000원

    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 _ 보르빈 반델로브 지음, 한경희 옮김

    마음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 사람은 불안하게 산다. 그러나 불안이라는 감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불안은 삶의 원동력이라 불안을 극복한 사람은 불안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보다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예술가 중에는 불안에서 영감을 얻어 성공한 이들이 있다. 문제는 과도한 불안이다. 이는 인생을 해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이런 불안은 훈련을 통해 없앨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가 필요하다. 저자는 “불안장애를 고치는 일은 어렵지 않아, 적절한 치료법만 쓰면 아주 간단하게 치료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기를 놓치는 경우 치료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적시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에는 불안의 원인과 종류,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 등이 담겨 있다. 뿌리와이파리/ 372쪽/ 1만6000원

    수도원의 비망록 _ 주제 사라마구 지음, 최인자 외 옮김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의 원작자인 사라마구. 마르케스, 모르헤스와 함께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해왔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작 전문 번역자로 평가받는 최인자 선생이 초판을 보완해 마침표, 쉼표 외에는 문장부호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작가의 특성을 살려낸 것이다. 사라마구의 유일한 러브스토리인 ‘수도원의 비망록’은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작품 배경은 18세기 포르투갈 최대의 공사였던 마프라 수도원 건설현장으로, 왕정과 교회의 대표들로 구성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삶이 잘 대비돼 있다. 외팔이 발타자르와 마녀의 딸 블리문다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해냄/ 624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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