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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역사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시장의 역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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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내책은…’

시장의 역사 외
박정희 정부의 선택 _ 기미야 다다시 지음, 후마니타스, 448쪽, 2만원

필자는 도쿄대 교수로 한반도 정치를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필자가 20년 전 고려대 대학원 재학 중 민주화라는 격동기를 경험한 후 오랫동안 박정희 정부의 정치경제를 연구해온 학문적 성과물이다.

1960년대 한국 정치경제는 냉전이 초래한 국제정치경제적 구조와 군사정권으로서 경제발전을 통해 정당성을 증명해야 했던 박정희 정부의 정책 사이의 갈등으로 전개되어왔는데, 이와 같은 과정을 한미일 3국의 외교문서를 통해 해부했다. 박정희 정부가 군사정변 직후 강한 민족주의적 수사로 내포적 공업화 전략을 추진하려 했음에도 왜 결과적으로 수출지향형 공업화라는, 일견 덜 민족주의적 경제정책을 채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그간 주류를 이뤘던 논의는 한국을 둘러싼 냉전체제의 구조적 조건이 필연적으로 수출지향형 공업화정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구조주의적 접근이나 정치지도자가 국익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선택한 결과라고 보는 합리적 선택이론에 따른 접근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런 기존 해석의 대안으로 구성주의(constructivism)적 분석틀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구조적 제약에 대한 행위자들의 서로 다른 인식과 이것들이 구성하는 정치과정을 통해 수출지향형 공업화의 선택과 전개의 정치경제적 동학을 해부하는 것이다.



제1부는 5·16군사정변 직후 군사정부가 내포적 공업화 전략을 시도했으나 결국 미국과의 관계나 군사정부의 국내 지지 동원의 한계 등으로 인해 좌절되고 말았으며, 잔여적으로 수출지향형 공업화정책이 선택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제2부는 박정희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로 인해 제약받으면서도 한국 정부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출지향형 공업화정책을 전개해나갔는데, 이 과정을 재정안정계획, 환율제도 개혁, 금리현실화 등의 거시경제정책의 결정과정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밝혀냈다. 제3부는 한일수교와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한미일 간의 협상 과정을 밝혀냄으로써 박정희 정부가 수출지향형 공업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한국을 둘러싼 냉전체제에 대한 인식을 변환시킴으로써 냉전체제가 가져다준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밝혀냈다.

나는 두 가지 자세를 늘 마음속에 새겼다. 1차 사료로 뒷받침되는 실증적 역사 연구를 시도한다는 것과 한국의 정치경제를 보는 이론적 시각을 둘러싼 논쟁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의 정치학 속의 정치사 분야, 역사학 속의 현대사 분야, 경제학 속의 경제사 분야라는 세 가지 연구 분야에서 기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박정희 평가라는 관심을 공유하는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폭넓게 읽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민주화에 관한 두 편의 논문을 추가했다. 구조적 제약을 받으면서도 그런 구조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 제약을 기회로 만듦으로써 민주화라는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새 해석을 제시했다.

기미야 다다시│도쿄대 대학원 교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_ 윤구병 지음

빈 지갑 들고 거닐어본 사람은 안다. 돈 없으면 어깨가 얼마나 처지는지. 그런데 도리어 돈 없어 행복해졌다는 사람도 있다. 윤구병 선생이 그렇다. “스스로 선택하는 가난한 삶은 다릅니다. 가난은 나눔을 가르쳐줍니다. 좀 더 가난하게 사는 길, 좀 더 힘들게 사는 길, 좀 더 불편하게 사는 길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길이기도 합니다. 제가 가난하게 살면 그만큼 이웃이 가난을 덥니다. 제가 힘들게 일하면 그만큼 이웃의 이마에 흐르는 구슬땀이 걷힙니다.” 월간 ‘뿌리깊은나무’ 편집장과 충북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10여 년 전 교수직을 그만두고 전북 부안으로 내려가 변산교육공동체를 꾸렸다.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며 대안교육을 해보려는 마음에서다. 결단을 행해 행복을 얻은 그의 일상을 읽노라면 시골농부의 건강한 미소가 보인다. 휴머니스트/ 314쪽/ 1만3000원

백범 선생과 함께한 나날들 _ 선우진 지음

누군가를 너무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존경하기 어려워진다. 알면 알수록 상대의 장점은 물론 단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존경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백범 선생의 비서, 선우진은 백범 선생을 최고 지도자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백범 선생의 기억들을 찾아 나선 이유는 그분의 삶이 보여준 감동과 그분의 인간성 때문이다. 백범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자 조국통일에 헌신하신 분이기 이전에 범부(凡夫)를 자처하며 인간애와 검소, 절제를 몸소 보여주셨다. 당신 자신이 으뜸이 되기보다 나라와 국민을 섬긴 겸손한 그분이 진정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푸른역사/ 352쪽/ 1만6000원

독 안에서 별을 헤다 _ 송호근 지음

‘박학으로 칭송이 자자한 자가 있어 질문을 해보니 독 속에 앉아 별을 세는 꼴이었다.’ 저자는 정조시대의 이옥이란 문장가가 쓴 이 글을 보고는 이내 그 글귀를 책 제목으로 점찍어뒀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해서다. 저자는 베버의 말대로 ‘균형감각’과 책임의식을 갖고서 학문에 임했지만 완전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저자가 남보다 조금 더 노력한 점이 있다면 이념적 지향을 공표하지 않은 덕에 “어디 한군데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나대는 야성, 좌우를 두루 살피고 싶은 근성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지난 3년을 다룬 이 책은 ‘해는 또다시 떠오르고’ ‘진보정권이 붕괴한 이유’ ‘떠오르는 녹색한국 3만 불의 사회 지대’ 등의 주제로 엮여 있다. 생각의나무/ 40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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