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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공공의 적’ 김만복을 살려준 내막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MB정권 ‘공공의 적’ 김만복을 살려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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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내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이 국가기밀을 유출한 점은 사실로 인정됐다. 유출 동기는 “의혹이 증폭되자 이를 해명하는 차원”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유출 동기’를 ‘입건유예’로 선처한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사건 초기 이명박 정권은 이러한 ‘유출 동기’에 대해 정반대로 평가했다. ‘본인 의혹 해명이라는 사(私)적인 목적으로 국가기밀을 유출한 것’이므로 ‘정상참작’이 아닌 ‘엄중처벌’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김만복 원장은 대선 전날의 방북 목적, 의도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을 받아왔고 이를 가리기 위해 (문건을 유출해) 자신의 행적을 미화시킨 의혹이 든다.”(2008년 1월15일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

“임채진의 중립·엄정 의지”

당시 야당, 언론 상당수도 나 대변인과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검찰도 수사 착수 시점엔 사법처리를 암시하는 ‘형법127조’를 언급하며 “문건 내용이 형법 127조에 규정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이라고 브리핑했다.

기소권은 검찰의 고유권한이며 여론재판에 의한 희생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여론의 판단’과 ‘사법기관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사실의 흐름’만 놓고 본다면, 국가 기밀을 실제로 유출했고 그 동기도 불순하다는 의혹이 있으며 대통령 당선인 측, 여당, 야당, 언론 등 내로라하는 힘 있는 기관에서 일제히 엄중 사법처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검찰도 이에 따르는 움직임을 보여 코너에 몰릴 대로 몰린 김만복 전 원장이 1년 만에 검찰의 사실상의 무혐의 처분과 이명박 정권의 침묵 속에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정권 차원에서 결론”



이명박 정권은 출범 초 노무현 국정원의 ‘이명박 뒷조사’ 및 ‘김경준 기획입국’ 의혹도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며 김만복 전 원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이들 사건도 현재는 봄눈 녹듯 흐지부지됐다.

‘이러한 일련의 급반전이 우연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김만복 입건유예’에 대한 여권의 침묵은 ‘소극적 망각이나 무시’라기보다는 ‘김만복에 대한 적극적 태도 변화’의 산물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먼저 주목해 볼 대상은 임채진 검찰총장이다.

‘국정원장의 국가기밀 유출’ 내사사건은 피내사자가 중요 인물인데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은 만큼 사법처리의 수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 검찰 수뇌부의 판단이나 지휘도 작용했을 사안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는 동향(경남)인데다 부산고-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임 총장과 김 전 원장 모두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어 노 정권 시절 함께 복무한 4대 사정기관의 수장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통념상 임 총장과 김 전 원장은 보통 인연은 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4대 사정기관장 중 임채진 총장과 한상률 국세청장은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되어 유임된 경우여서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사정 기관장들의 충성도’에 대한 의문이 간간이 제기되고 있었다. 검찰이 김만복 사건을 관대하게 처리할 경우 임 총장은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임 총장의 지인 A씨는 “임 총장이 사석에서 김만복 전 원장 사건에 대해 ‘중립적이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상 ‘김만복 입건유예’가 임 총장 등 검찰 수뇌부의 ‘관대한 처리’ 의지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A씨는 “이명박 정권의 최고 권부(權府)에서 국가 위신이나 국정에 미칠 영향 등 다각적으로 국익도 고려한 끝에 ‘직전 정권의 국정원장을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한나라당의 ‘공공의 적’이던 김만복 전 원장과 이명박 정권 사이에 공유(共有)의 여지가 발생한 셈이다. 김 전 원장은 최고 정보기관의 직전 수장으로서 고급 정보를 상당수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카드’ 삼아 대선 직후부터 이명박 정권과의 ‘접촉’ 및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 “김만복 원장은 대선 이후 끊임없이 이명박 당선인과의 면담을 직·간접적으로 시도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당선인에게 뭔가 ‘한 건’을 하기 위해….”(2008년 1월 17일 경향신문 보도)

‘국정원장 결정론’ 이론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만복 무혐의’나 ‘김만복 입건유예’를 이끌어내기 위한 논리도 세밀하게 구성되어 정부 측에 전달됐다고 한다. 다음과 같은 ‘국정원장 결정론’도 그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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