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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09년 2월호 별책부록 Brand New|Hangang/Dialogue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과 오세훈 서울시장

CHAPTER _ 1 디자인, 公共, 그리고 한강의 르네상스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과 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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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디자인과 도시 경쟁력의 상관관계를 보자면 먼저 그 도시의 정체성을 들여다봐야겠죠. 도시의 정체성은 결국 그 나라 고유의 문화로부터 나온다고 믿습니다. 문화와 예술 같은 이른바 ‘문화자본’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그간 우리가 서울이라는 도시를 지나치게 기능주의적으로, 효율 위주로만 생각하고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오랜 역사로부터 연유하는 문화자본을 형상화하는 작업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도시의 문화적 자산을 도시의 외양에 반영해 외국 방문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이 많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있습니다.

컬처노믹스, 디자인, 삶의 질

저는 기능과 효율에 중점을 두었던 하드웨어 도시를 문화와 예술의 소프트웨어 도시로 바꾸고자 합니다. 비유하자면 자동차로 다니기 편했던 도시가 자전거나 보행자 중심의 도시로 바뀌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이런 비전을 설정한 겁니다. 그 방법론의 핵심으로 디자인을 선택한 것이고요.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자본을 형상화해 ‘소프트시티’로 만드는 과정에 디자인이라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죠. 이러한 형상화가 성공할 때 비로소 경쟁도시들과 차별성도 생기고, 독창성도 두드러지고, 정체성도 드러날 것이라 믿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도시민 삶의 질이 향상되고 도시의 경쟁력도 키워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모두 이러한 목표를 위한 것들입니다. 말씀하신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나 아트남산 프로젝트, 거리 르네상스 프로젝트, 디자인서울 프로젝트 등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 가운데 디자인서울 프로젝트는 지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서울의 색을 추출하고 서울의 서체를 만들어내는 기초작업이 끝났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해 서울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로저스 동의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한 것은 환경이 곧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인데요. 윈스턴 처칠 전 총리도 이야기했듯 우리가 도시를 만들면 그 도시는 다시 우리의 삶을 형성하게 됩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원하는 곳에 잠시 머물러 비즈니스를 할 뿐 한 곳에 평생 머물러 산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은 곳,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곳이 바로 삶의 질이 높은 공간이지요. 그런 공간, 그런 도시를 만드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사람들은 인간성이 보장되는 곳에서 살고 싶어하고, 디자인이라는 요소는 그러한 공간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면 이러한 디자인적 요소를 적용하는 데 돈이 엄청나게 더 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지요.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과 오세훈 서울시장

리처드 로저스 경의 대표작인 런던 로이즈 빌딩(왼쪽)과 파리 퐁피두센터.

다시 청계천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청계천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이 제 눈에도 분명히 보이더군요. 어떤 프로젝트가 성공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사람들이 얼마나 모여드는지가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환경영향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도시의 여러 요소 가운데 가장 덜 환경친화적인 요소로 도로와 자동차를 꼽곤 합니다. 제 시각으로는 도로말고 하천이 들어섰다는 것만으로도 훨씬 나아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그 자체로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과거와 현대의 조화

오세훈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서울의 디자인을 고민할 때, 특히 현대성과 전통성의 조화를 이뤄나간다는 측면에서 보면 고민스러운 주제 가운데 하나가 서울의 고궁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들 옛 건축물이 현대의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도시는 예스러움과 새로움이 공존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조화를 이뤄 서로를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독일의 예를 들자면 먼저 베를린의 의사당 건물이 떠오릅니다. 대표적인 석조건축물이지만 그 위에 유리 돔을 씌워 현대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어냈죠. 파리의 경우에는 유리 피라미드를 채택한 루브르박물관을 예로 들 수 있을 겁니다. 언뜻 몹시 이질적인 소재와 모양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기괴하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도 들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즐겨 방문하는 공간이 됐습니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건축물이 된 거죠.

결국 문제는 얼마나 자신 있게 구사하느냐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어느 한쪽이 너무 위축되지 않게 조화롭게 디자인하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 신청사는 기대되는 바가 큽니다. 기존의 형태가 보존되는 앞의 공간은 시민의 활용도가 높은 도서관이 될 것이고, 뒤의 신청사는 유리 건물로 만들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나중에는 과거와 현재가 매우 잘 어우러진 건축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원칙하에서 꾸준히 보완해나가면서 조화로운 형태가 되도록 추진해야겠지요.

다른 한편으로 도시는 아무래도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서울처럼 면적이 넓지 않으면서 인구밀도는 높은 도시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개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도시는 생명체와 같아서 끊임없이 이동하며 발전해나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성장과 발전을 인위적으로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어떻게 보면 옛 추억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감성일 뿐입니다. 저는 그 대표적인 경우가 종로의 피맛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많은 서울시민이 피맛골에 대해 향수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피맛골을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에 대해서는 또 상당한 불편을 느끼거든요. 지금 그대로 놔둬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견해 사이의 충돌은 도시 발전 단계에서 피해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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