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신동아 2009년 2월호 별책부록 Brand New|Hangang/Dialogue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과 오세훈 서울시장

CHAPTER _ 1 디자인, 公共, 그리고 한강의 르네상스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과 오세훈 서울시장

3/4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과 오세훈 서울시장

독일 베를린 의사당의 유리돔(위)과 서울 동대문 디자인파크& 플라자(DDP) 개념도.

서울시는 피맛골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향수를 간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이는 서울이 가진, 혹은 모든 도시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이 두 가치관을 조화시키는 문제는 도시 구성원 전체의 공감대가 좌우합니다. 개발하는 것보다 보존하는 것이 더 가치가 크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다면 도시민 전체가 그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해야겠죠. 그러나 지금의 시스템을 갖고는 그러한 작업을 하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변형된 형태의 보존으로 결론이 났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무척 아쉬운 대목일 것입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인 것 같습니다.

로저스 오래된 도시도 현대로 오면서 진화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 도시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이상적인 상태가 따로 있어서 그것만을 조화로운 형태라고 하는 것은 아니죠. 여러 가지 건물이 한 가지 형태로 지어진 도시를 조화로운 도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스타일의 건물이 공존하는 도시도 또 다른 형태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대조적인 것이 하모니를 이루는 도시가 더 많고, 이것이 전형적인 도시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구의 예를 들어봐도, 르네상스의 건물과 중세의 건물은 아주 다르지만, 그렇게 다른 건물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예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디자인적으로 어떤 접근법을 택해야 하느냐가 중요한 질문으로 떠오릅니다. 제가 서울에 대해 연구를 수행한 적은 없기 때문에 이에 대답하기 어렵기는 합니다만, 최근 서울시가 방향을 잡은 것처럼 한강 인근의 수변지역을 발전시켜나가는 계획 같은 것은 옳은 방향성을 찾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도시와 직접 비교할 문제는 아닌 듯하지만, 런던도 최근 몇 년간 아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데요. 템스 강변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의 강변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이 다시 런던으로 모여드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바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 사례였지요. 지난 15년간 이뤄진 공간구조 개선의 결과로 방문객 수가 급증하면서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단순히 관광객이 늘어난 것뿐 아니라 먼저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활력 넘치는 삶을 즐기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부분일 겁니다.

도시 르네상스와 지방정부의 리더십



서울은 이러한 다른 도시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을 테고, 또 훌륭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하면 건축물과 공공장소의 질을 한꺼번에 높일 수 있을지 해법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두 가지 예를 더하자면, 최근 파리에서도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이용해 도시민 삶의 질을 높일 것인지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뉴욕도 유사한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전세계가 공공공간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나은 삶의 질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의 삶의 질 문제를 말하면서 많은 분이 아파트 문제를 지적하는 것 같더군요. 우선 제가 생각하기에는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이 그렇게 보기 흉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도시의 디자인 혁신이라는 아주 높은 기준을 갖고 보면 분명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겠죠. 아파트 단지의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데도 분명 지방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런던에서 제가 관여하고 있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건물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한 자문단입니다. 대학 건물의 모양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렇듯 각 공공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이렇듯 여러 방식의 도시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있는 선진도시들에는 아주 훌륭한 시장님들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방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민 주거형태의 약 55%가 아파트로 구성돼 있고 이 비율은 더 올라갈 것입니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는 물량만 다 완공돼도 서울 시내 80% 정도가 아파트로 변하게 됩니다. 단독주택 주거형태가 20%도 채 안 되는 것이죠. 그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로저스 기본적으로 주거형태는 시민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도시의 집약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요. 도시가 지나치게 넓은 공간을 차지하면 교통문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동거리가 멀어진다는 단점이 있죠. 이렇게 되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도시공간의 집적에 대해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런던을 예로 들자면, 최근 들어 이동형태의 95%가 걷기 또는 대중교통 이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더 이상 자가용이 런던 시내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도시의 발전도 교통문제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처럼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도시의 공공장소는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집적이 진행될수록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보행자가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도시계획이 더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3/4
목록 닫기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과 오세훈 서울시장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