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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의 남자 옷 이야기 ⑥

“진짜 캐주얼로 자신감을 높여라”

  •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진짜 캐주얼로 자신감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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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장보다 캐주얼 입기가 더 어렵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충 입은 듯한 캐주얼 차림에서 세련미와 자신감을 물씬 풍기는 이가 있다. 흔히 넥타이 풀고 면바지 입으면 캐주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대한민국 남자들은 캐주얼을 잘 모른다. 개성을 한껏 살리면서 타인을 충분히 배려하는 캐주얼의 진가를 확인해보자.
“진짜 캐주얼로 자신감을             높여라”
영어지만 우리말처럼 익숙해진 ‘캐주얼(casual)’이란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격식을 차리지 않는’의 뜻도 있지만, ‘우연의’ ‘의도 없이’ ‘튀지 않는’ 등의 뜻도 있다. 그러나 정장보다 캐주얼 입기가 더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캐주얼을 정의하는 것은 물론 구현 방법도 쉽지 않다.

캐주얼이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casualis’로 캐주얼이란 단어가 언제부터 의복에 적용되었는지는 좀처럼 알기 어렵다. 다만 세계대전을 두 차례 겪으면서 군인들이 전투를 하지 않을 때 간소하게 입은 복장을 캐주얼이라고 명명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제임스 딘과 말론 브랜도가 젊은 시절 영화에 입고 나온 티셔츠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캐주얼의 존재감이 강해진 것은 분명하다. 실용주의적 기풍이 강하고 격식보다 편안함이 선호되는 미국식 캐주얼은 티셔츠와 청바지 혹은 치노 팬츠로 불리는 면바지로 대표되는 반면, 정통을 중시하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데 익숙한 영국에서는 취향을 반영한 재킷을 기본으로 셔츠나 바지를 자유롭게 매치하는 차림을 캐주얼로 이해한다.

이처럼 캐주얼이라는 말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그 적용 방식도 균일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캐주얼이 격식을 차린 정장과 반대되는 의복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강하다. 격식의 해체나 비공식적인 옷차림을 뜻하는 미국식 개념에 더욱 가까운 셈이다. 이렇게 개념이나 이미지가 제한되면 캐주얼한 복장을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창의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 남성들이 ‘오늘은 캐주얼을 입어볼까’ 생각하면, 무의식적으로 점퍼와 반팔 티셔츠, 혹은 골프용 셔츠를 고르는 것이다.

캐주얼도 원칙과 품위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장과 캐주얼은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비즈니스맨이든 예술가든 한 남자가 24시간 내내 같은 옷을 입고 지내지는 않는다.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이거나 인생 앞에는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사람들과의 조우가 기다리고 있다. 자유로운 예술가라 하더라도 시상식이나 결혼식 같은 공식적 행사에는 슈트를 입음으로써 격식을 갖추고, 늘 비즈니스 슈트를 입는 CEO도 주말 골프에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 수 있는 재킷을 입는다. 그러므로 정장과 캐주얼은 남자의 라이프스타일 중에서 연관성이 높은 두 경우를 대표하는 복장이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제대로 갖추어 입는 신사의 자세다. 이제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들도 ‘품위 있으면서도 고루한 격식에 사로잡히진 않는’ 캐주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점이 됐다.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은 ‘블루종(blouson)’이라 불리는 점퍼류를 입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패턴의 재킷을 즐긴다. 캐주얼도 나름의 원칙과 품위가 필요하다는 증거라 하겠다.



자유분방한 캐주얼과 클래식한 캐주얼을 구분하는 데는 지금 우리가 맞이한 이 뜨거운 여름이 적당하다. 여름에 땀이 좀 나는 것은 당연지사, 누군가는 상의를 훌훌 벗어젖히고 적당히 고른 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사무실에 앉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하고 품위 있는 복식을 추구하는 남자라면 옷을 선택하는 데, 반드시 타인의 기분이나 장소의 성격을 고려한다. 그래서 더운 여름이라 해도,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타인에게도 시원해 보이는 리넨 재킷이나 가벼운 팬츠를 입는 다. 그러니 캐주얼도 남이야 상관없이 나만 편하면 그만인 이기적인 옷차림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편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분마저 편하게 하는 복장이라고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흔히 생각하듯, 캐주얼이란 넥타이를 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재킷을 기본으로 스웨터나 폴로셔츠를 받쳐 입거나, 니트 타이를 하고, 때로 블레이저에 청바지를 입으면서 스스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현대적인 재킷의 원형은 소재 생산 기술이 발달하기 전, 무거운 모직으로 만든 길이가 짧은 윗옷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사냥을 즐기는 신사들을 위해 처음 제작된 길고 큰 외투는 말을 타거나 걸어서 사냥감을 쫓아다니기에 불편했다. 따라서 결국 길이와 사이즈가 슈트만큼 짧아졌다. 재킷은 특히 휴양지에서 유용했는데, 휴양지의 분위기와 풍경을 자유롭게 즐기고 싶은 신사들에게 슈트는 지나치게 딱딱한 복장이었기 때문이다. 슈트에 비해 조금 유연하게 그리고 개성적으로 접근해도 좋은 재킷은 그 기원이 승마나 사냥용 스포츠웨어였기 때문에, 현대에서도 가벼운 아웃도어 스포츠나 캐주얼한 복장이 필요한 경우 가장 먼저 선택받는 아이템이다. 본래 스포츠를 위해 탄생한 옷이기에 재킷을 다른 말로는 스포츠코트(sportcoat)라고도 하며, 상의와 하의를 다른 색상으로 매치한다고 해서 세퍼레이트(separate)라는 별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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