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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중앙대 실험’ 1년 관전기

“1라운드는 두산 勝, 2라운드는 이제 시작?”

  • 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omedy9@donga.com│

두산의 ‘중앙대 실험’ 1년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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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학성적 1% 상승 부른 두산효과
  • ● 성과급형 연봉제, 총장임명제 도입… 술렁이는 교수들
  • ● “예술가도 대차대조표는 볼 수 있어야” 전체학생 교양회계 의무화
  • ● “긍정 7, 우려 3” 두산베어스 응원 가는 학생들
  • ● 하남캠퍼스 이전, 교육단위 구조조정 둘러싸고 2라운드 시작
두산의 ‘중앙대 실험’ 1년 관전기

대대적으로 공사 중인 중앙대 캠퍼스.

“내 발목을 잡는 놈이 있으면 그놈 손목을 자르겠다. 그래도 잡는다면 내 발목을 자르고라도 가야 할 길을 가겠다.”

지난해 여름 중앙대 교수들은 두산중공업 본사 및 두산계열사 공장이 있는 창원에 내려가 ‘주인 없던 집에 들어온 새 주인’과 1박2일을 보냈다. 박용성(69) 두산중공업 회장(이하 이사장으로 통일)은 지난해 6월 이사장 취임 직후 3개월간 교수 및 교직원들과 20여 차례만났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시절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해 ‘Mr.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박 이사장은 중앙대 개혁계획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발언하며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파격 발언은 일부 언론에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대학평의회에 학생들이 포함되는 건 좀 재고했으면 한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왜 대학 경영에 대해 간섭을 하려 하나. (중략) 마치 기업 이사회에 노조위원장이 들어와 감 내놔라 하는 것과 같다.” - 2008년 10월 2일 기자간담회

“솔직히 말해 자본주의 논리가 어디 가나 통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 2008년 11월호 월간조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판매가 되듯 대학도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 2009년 5월 4일 중대신문



그 발언의 파격만큼은 아니더라도 두산그룹 법인 참여 후 지난 1년간 중앙대는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더불어 그 변화에 대한 평가와 반응도 제각각이다.

기업의 대학 경영을 바라보는 시선

참고로 기자는 중앙대 출신이다.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대학을 다니는 동안 선배와 동문 교수, 재학생들 사이에서 “우리 학교가 옛날엔 A, B대학 못지않았다” “요즘 들어오는 애들 점수가 정말 아니더라” 식의 이야기를 적잖게 들었다.

학교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학교 발전이 더디다는 것은 중앙대 내부에서 오랫동안 공유해온 위기 혹은 패배의식 같은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대학에 투자하지 않는 김희수 전 재단을 ‘1000원 재단’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특기할 점은 ‘돈 없는’ 재단이 문제라는 인식은 공통적이었지만 기업의 대학 경영 참여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더 우세했다는 사실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어떤 명문사학도 기업이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는 없다”는 대화가 오갔다.

기업에 대한 견제는 비단 중앙대뿐 아니라 당시 대학사회의 분위기이기도 했다. 1996년 삼성이 성균관대 법인에 참여할 초기 일부 재학생들과 교수의 반대로 진통을 겪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10년 남짓 흐른 지금 분위기는 역전됐다. 많은 대학은 투자해줄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학 경영에 관심을 갖는 기업 역시 늘고 있다.

신입생 백분위 1% 높인 두산효과

두산의 중앙대 법인 참여는 최근 일고 있는 대학과 대기업의 ‘만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중앙대의 대기업 인수설 역시 2007년경부터 돌았다. 현 박범훈 총장이 SK와 롯데 등 몇몇 대기업을 찾아가 법인 참여를 권유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 때문에 두산그룹이 “(전 중앙대 재단인) 수림재단에 현금 1200억원을 지원하고 재단이사회 운영에 참여한다”고 발표한 직후 학교 분위기는 “기대에 부풀었다”는 편이 적절했다. 학교 게시판에는 ‘두산효과’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실제로 올해 2009년 대학입시 정시모집에서 중앙대는 2008년 입시보다 높은 5.9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앙대 측은 비단 경쟁률만 상승한 게 아니라 전반적인 입학 평균성적이 올랐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상규 중앙대 입학처장(통계학과 교수)은 “백분위 점수에서 평균적으로 1% 정도 상승했다”면서 “특히 하남캠퍼스 이전설로 인해 안성의 상경학부는 5% 정도 점수가 올랐다”고 밝혔다. 편입생 모집을 포함한 전체 입시 지원자 수 역시 전년 대비 2만명 정도 증가한 7만5000명으로 연간 지원자 규모에서는 사상 최대수치다. 박 처장은 “특히 고무적인 것은 대학 위상을 보여주는 특목고 출신 지원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입시 결과를 보면 학교 위상이 눈에 바로 보이고 성과를 알 수 있다. 특히 두산 거점지역인 영남 쪽에서 선호도가 높아진 걸 피부로 느낀다.”(박상규 교수)

두산의 법인 참여로 인한 후광효과에 그 누구보다 높은 기대감을 가졌던 것은 중앙대 내부구성원들이었다. ‘중대신문’이 2008년 6월 두산그룹 법인 참여에 관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2%가 법인 교체에 긍정적으로 응답했으며, 교수 및 재학생 등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9월 여론조사에서도 81.5%가 새로운 법인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정경대의 A교수는 “재벌기업 인수에 대해 우려가 없던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가 발전해야 한다는 것,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여기에 딴죽을 걸기 어려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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