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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아저씨 팬이 그룹 ‘소녀시대’에게 보내는 편지

“남들이 뭐라 해도 오빠는 너희가 너무 좋다. 아흑!”

  • 이승재│동아일보 기자 sjda@donga.com │

마흔 살 아저씨 팬이 그룹 ‘소녀시대’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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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아저씨 팬이 그룹 ‘소녀시대’에게 보내는 편지

‘소녀시대’의 청순한 미소와 섹시한 다리는 아저씨 팬들에게 죄스러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소녀시대’ 멤버들아. 요즘 너희를 보면 내가 미친다. 난 사실 너희들이 2007년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갖고 나왔을 때만 해도 그냥 ‘귀여운 애들’ 정도로만 생각했단다. 이후 지난해까지 ‘소녀시대’(가수 이승철의 동명 곡을 리메이크), ‘Kissing You’ ‘Baby Baby’ 같은 노래가 연이어 히트했을 때도 이토록 가슴이 뛰진 않았어. 나를 너희의 ‘포로’로 만든 건, 바로 올해 너희들이 들고 나온 불멸의 히트곡 ‘Gee’였단다.

너희 아홉 명이 레깅스를 방불케 하는, 몸에 심하게 달라붙는 청바지(스키니 진)를 입고 나와선 “너무너무 멋져. 눈이 눈이 부셔. 숨을 못 쉬겠어. 떨리는 걸(girl). Gee Gee Gee Gee,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하고 노래 부르며 깜찍한 얼굴로 일제히 엉덩이를 흔들어댈 땐, 이 마흔 살 아저씨의 마음이 참 혼란스러워졌단다. 그걸 ‘소시지룩’이라고들 하던데…. ‘소시’(소녀시대)가 ‘지(Gee)’라는 노래를 부를 때 갖추고 나오는 ‘룩(Look·외모)’의 약자. 아유, 왠지 야해. 특히 너희가 머리를 좌우로 순진무구하게 흔들면서 일명 ‘게다리 춤’(게가 옆으로 걷는 것처럼 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옆으로 움직이는 춤)을 출 땐, 아저씨 가슴이 터져버리는 줄로만 알았어. 뭐랄까. 딸처럼 귀엽기도 하고,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여대생 애인처럼 싱싱하고 섹시해 보이기도 하고…. 으음, 잘 키워보고도 싶고 뜨겁게 사귀어보고도 싶은, 그런 복잡 미묘한 아저씨의 감정을 이제 갓 열아홉, 스무 살 된 너희들이 이해할까? 콕 집어 표현은 못하겠지만, 피겨의 여왕 김연아를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종류의 감정이었단다.

그건 분명 문근영을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었어. ‘국민 여동생’이라고 칭했던 문근영은 사실 성적(性的)인 감흥을 불러일으키진 않았거든? 그저 ‘귀엽고 착하다’는 느낌이었지. 근데 너희를 바라보면, 이건 달라. 유식한 말로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자기감정이나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그 순간과 과정이 너무 즐거운 나머지 의지와 상관없이 복종하게 되는 감정)’라고 하지? 우리 아저씨들이 겉으론 너희를 딸 취급하지만 속으론 음흉한 생각을 한 번쯤(아니 더 많이) 품어보는, 그런 ‘나쁘지만 어쩔 수 없는’ 마음 말이야. 그런 상태가 되어버리곤 한단다.

난 처음엔 궁금했어. 철없는 10대들을 넘어 30, 40, 50대 아저씨들의 마음까지 미혹하게 만드는 너희의 이런 모습이 상업적으로 철저히 의도된 건지, 아니면 우연히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인지 말이야. 그런데 너희가 ‘Gee’에 이어 최근 ‘소원을 말해봐’라는 노래를 들고 나왔을 땐, 분명히 알겠더라. 이건 10대뿐 아니라 우리 아저씨들까지 타깃으로 했다는 사실을 말이야.

일단 우리 아저씨들은 이 노래의 가사에서부터 확 달아올랐어. 가사를 한번 살펴볼까.



“(태연)소원을 말해봐. 네 마음속에 있는 작은 꿈을 말해봐. 네 머리에 있는 이상형을 그려봐. 그리고 나를 봐. 난 너의 지니(Genie·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야, 꿈이야. 지니야. (서현+윤아) 드림카를 타고 달려봐. 넌 내 옆자리에 앉아. 그저 내 이끌림 속에 모두 던져. (유리) 가슴 벅차 터져버려도, 바람결에 날려버려도, 지금 이 순간 세상은 너의 것. (모두) 그래요. 난 널 사랑해. 언제나 믿어. 꿈도 열정도 다 주고 싶어. 난 그대 소원을 이뤄주고 싶은 행운의 여신. 소원을 말해봐. 소원을 말해봐….”

아, 너를 보라고? 내가 운전하는 스포츠카에서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아 함께 달리겠다고? 회사 일이나 잔소리하는 마누라 같은 복잡한 얘기는 모두 던져버리라고? 그냥 이 순간을 너와 즐기라고? 내게 꿈과 열정을 다 주겠다고? 내 소원을 다 들어주겠다고? 소원을 말하기만 하라고? 그래.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니 나의 소원을 말해주마. 소녀시대 아홉 명 멤버들과 모두 함께 최고급 월풀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해보는 게 내 소원이야. 됐니? 정말 들어줄 수 있니? 내 소원. 아, 하지만 이런 건 마음속으로 생각만 해야 하는 거지, 입 밖으로 내어 말해선 안 되는 거지….

이 아저씨를 너무 저질이라고 탓하진 말아줘. 너희들이 ‘소원을 말해봐’를 부를 때 너희의 옷과 춤을 보면, 아저씨로서 오히려 이런 생각을 품지 않고는 못 배길 걸? 먼저 너희 옷을 좀 봐. 거창하게 ‘마린룩’(해군 복장과 흡사한 패션으로 선원이나 선장 등 바다와 관련된 것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거 일본산 ‘야동’의 대표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세일러복’을 연상시키는 것도 사실 아니야? 게다가 여기에 핫팬츠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아홉 미녀가 늘씬한 다리를 쭉쭉 뻗어대는데…. ‘제기차기 춤’이라고 해서 오른다리 왼다리 차례로 살짝살짝 굽혀가며 제기 차는 시늉을 하는데, 이 아저씨들 뇌리엔 오직 너희의 가녀린 종아리 라인만 확실하게 들어올 뿐이란다.

아저씨들까지 확 달아오르게 하는 ‘Guilty Pleasure’

아, 뭐랄까. 무슨 물랭루즈에서 캉캉 춤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이 묘한 기분! 이런 너희의 모습을 보면서 ‘아아, 참 순수해’라고만 생각할 아저씨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마린룩으로도 모자라서 군복 비슷한 ‘밀리터리룩’을 연이어 입고 나와 아저씨들의 ‘제복 판타지’를 부추기는 건 또 뭐니? 소녀시대 너희, 너무 잔인한 거 아니니?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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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동아일보 기자 sjd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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