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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클래식으로 세상읽기 ⑨

황당하고 재미있는 고(古)음악 이야기

  •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황당하고 재미있는 고(古)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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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고  재미있는 고(古)음악  이야기

밀라노의 중심 두오모 광장. 통일 이탈리아의 초대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동상을 마주 보고 있는 대성당 두오모는 1386년에 축조되었지만, 현재의 모습으로 단장된 것은 19세기였다.

오늘날의 지휘봉은 가늘고 짧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바로크시대 전까지는 길이 1.5m 정도의 지팡이 같은 것을 사용했다. 이것을 휘둘렀다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종종 보험금이 지급됐겠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휘두르지 않고 바닥을 두드리는 데 사용됐다. 쿵쿵 소리가 나서 음악에 방해가 되었을 것 같지만, 당시 연주자들은 악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박자를 지킬 수 있어서 편했다. 큰 지휘봉 소리는 타악기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아랫부분이 상당히 뾰족해서 지휘자들이 발을 다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작곡가 장 밥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1632~1687)는 지휘를 하다가 그만 지휘봉에 발등을 찍혀서 끝내 목숨을 잃었다. 발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찍힌 후 발목 절단을 거부하다가 온몸으로 병이 번져 사망했다. 륄리는 아이들이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로 연주하는 그 유명한 ‘가보트’를 만든 사람이다. 프랑스를 70년 넘게 지배한 태양왕 루이14세의 총애를 받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왕을 위해 춤곡을 작곡했고, 유명한 희극작가 몰리에르와 함께 극단을 위한 작업도 했다.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자신의 족보를 고쳐가면서 궁정에 들어가 이름을 날렸다. ‘왕의 춤’이라는 영화는 이런 륄리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아마데우스’에 필적하는 음악영화라고까지 극찬하는 걸작이다. 특히 젊은 루이14세로 열연하는 브누아 마지멜은 이후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교수를 사랑하는 음악청년 역할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Alessandro Scarlatti·1660~1725)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1685~ 1757)는 부자지간으로 둘 다 바로크시대 작곡가다. 하프시코드를 위한 음악을 많이 작곡했는데, 오늘날은 피아노로 많이 연주된다. 특히 아버지는 최초의 현악사중주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이든이 ‘현악사중주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최초는 아니었다. 스카를라티는 현악사중주라는 이름 대신 ‘건반악기 없이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로 연주하는 소나타’라는 긴 제목의 곡을 남겼다. 이것이 최초의 현악사중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후 이런 편성의 곡을 더 쓰지 않았고, 하이든에 이르러서야 이 장르가 엄청나게 발전한다.

토마소 알비노니(Thomaso Albinoni ·1671~1751)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 유명한 작곡가다. 현악기로만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와 오르간이 연주하는 이 아름다운 곡은 중간에 나오는 바이올린 솔로가 아주 구슬프다. 영화에도 자주 쓰였는데, 오슨 웰스 감독이 만든 ‘카프카의 심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요제프 K는 이유도 모른 채 체포되고 소송에 휘말린다. 주연을 맡은 앤터니 퍼킨스는 마치 요제프 K로 태어난 것처럼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현대사회의 암울한 분위기를 극적으로 표현한 카프카의 소설을 영화화한 오슨 웰스 감독은 ‘시민 케인’을 연출한, 영화계에선 교과서적인 인물이다. 이 흑백 영화에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만큼 잘 어울리는 음악은 없을 것 같다. 저음으로 지속되는 오르간의 화음과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 계속해서 하강하는 현악기의 멜로디! 모두가 카프카의 세계를 그리는 데 동참한다. 수많은 클래식 애호가의 사랑을 받는 이 음악은… 그러나 알비노니의 작품이 아니다. 레모 자초토라는 이탈리아 작곡가가 알비노니가 사용했던 멜로디 몇 마디로 10분 넘게 지속되는 아름다운 곡으로 편곡, 아니 작곡한 것이다. 여하튼 덕분에 알비노니의 이름이 세기를 넘기면서까지 알려졌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고(古)음악  이야기
조 윤 범

1975년 서울 출생

선화예고, 연세대학교 기악과 졸업

서울필하모닉 단원 및 다수 오케스트라 객원 악장 역임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겸 제1바이올린 주자

예당아트TV ‘콰르텟엑스와 함께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진행

‘조윤범의 파워클래식’(2008)


혹자는 프로그레스브 록그룹, 혹은 클래식 록그룹으로 불렸던 뉴트롤즈의 ‘아다지오’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라고 말하는데, 비슷한 제목 때문에 혼동한 것이다. 두 음악을 들어보면 전혀 다른 선율임을 알 수 있다. 그룹의 리더가 전주에 등장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바흐의 아다지오’라고 말했다는데, 바흐에게는 이런 작품이 없고, 사람들은 농담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1785년, 헨델과 바흐가 한 달 차이로 태어났다. 이제 바로크 음악이 전성기를 맞이한다. 우리는 그들을 어머니, 아버지로 부르지만 그들도 이전의 음악이 없었다면 그런 업적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선배들처럼 후배들에게 더 낳은 유산을 물려주었다.

신동아 201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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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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