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호

‘쩐의 전쟁’ 월드컵 마케팅, 지구촌 축제 삼킬라

정면승부 공식후원사 vs 우회침투 매복마케팅

  • 손영일|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scud2007@donga.com |

    입력2010-07-01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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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때는 국가대표만 뛰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도 월드컵을 통해 이미지를 높이고자 숨차게 뛴다. 붉은 악마의 ‘서울광장 거리응원 보이콧’ 해프닝도 순수한 거리응원과 월드컵 상업주의가 정면충돌한 탓이다. 공식후원사뿐 아니라 후원 계약을 맺지 못한 기업들의 매복 마케팅까지, 지구촌 축제를 포위한 마케팅 대전(大戰)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쩐의 전쟁’ 월드컵 마케팅, 지구촌 축제 삼킬라
    “대~한민국!”

    6월12일 한국과 그리스의 월드컵 B조 본선 1차전. 전반 7분 기성용이 올린 날카로운 프리킥을 이정수가 그대로 골로 성공시켜 1대 0으로 앞선 가운데 후반전을 맞이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계속되던 후반 7분. 캡틴 박지성이 아크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의 공을 빼앗아 수비수 2명을 돌파한 뒤, 그리스팀 수문장 알렉산드로스 조르바스의 반대쪽으로 밀어 넣어 골문을 갈랐다.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 월드컵 3개 대회 연속골. 여세를 몰아 한국팀은 일방적으로 경기를 주도한 끝에 첫 경기인 그리스 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2실점에 그친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을 만큼 한국의 완승이었다.

    같은 시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삼성동 코엑스 앞길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비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사람들은 목놓아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특히 이날 길거리 응원 장소 가운데 최다 응원 인파가 몰린 곳은 서울광장이 아닌 코엑스 주변이었다. 5만5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인파가 몰린 강남 코엑스 옆 영동대로에는 밤늦도록 승리를 축하하는 뒤풀이가 이어졌다. 수백 명이 태극기를 둘러싼 채 열광적으로 춤을 추고 응원가를 불렀다.

    상업성에 응원 장소 번복 논란

    이날 축구대표팀 공식응원단 ‘붉은 악마’는 서울광장과 코엑스에서 동시에 거리응원을 벌였다. 하지만 두 군데에서 거리응원을 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붉은 악마는 이번 월드컵 시즌에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코엑스 앞에서 거리응원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시와 접촉을 벌여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반면 서울광장은 붉은 악마가 거부했다. 거리응원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지나친 상업성이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서울광장 응원은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 공식후원사인 현대자동차가 주관을 하고, SK텔레콤 등이 후원사로 참가하는 형태다. 붉은 악마는 여기에 후원 단체로 참가하면 되지만, 일부 후원기업이 ‘오 필승 코리아’ 등의 응원가가 경쟁사를 연상시킨다며 사용하지 말 것을 주장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미 시내 곳곳의 장소를 기업이나 단체에서 선점한 탓에 붉은 악마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응원을 펼칠 수 있는 코엑스에서 응원하기로 내부 협의를 마쳤다.

    붉은 악마의 서울광장 포기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서울시와 후원기업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하자 결국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다. 그리스 전을 사흘 앞둔 6월9일 밤 서울시는 붉은 악마,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등 관계자들과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를 불러들여 끝장토론을 벌였다.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토론에서 기업들은 상업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붉은 악마는 예정대로 서울광장에서도 응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서울광장 보이콧’ 공식선언을 한 지 사흘 만이다.

    붉은 악마는 “일체의 브랜딩 및 슬로건 노출 금지, 서울시청 앞 광장을 활용한 마케팅 금지, 응원가 제약 금지 등의 조건을 서울시가 모두 수용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울시와 함께 시청 앞 광장에서의 길거리 응원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금 알 낳는 거위 ‘월드컵’

    하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서울광장 응원을 둘러싼 해프닝은 기업의 과도한 상업마케팅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붉은 악마의 실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비상업성과 자발성을 기치로 거리응원을 시작했건만 월드컵 상업성이 절정을 이루면서 응원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기업 후원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쩐의 전쟁’ 월드컵 마케팅, 지구촌 축제 삼킬라

    과거의 태극전사들을 동원한 대한축구협회 공식후원사 KT의 응원메시지 CF(위)와 국내 유일의 FIFA 공식후원사 현대·기아차의 거리응원 캠페인.

    기업들이 거리응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역시 월드컵이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비롯한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세계적인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이끌어내는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02년 경제백서’에 따르면,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26조46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된다.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가 14조7600억원으로 가장 컸고, 국가브랜드 홍보효과(7조7000억원)와 투자 및 소비지출 증가로 인한 부가가치 유발(4조원)이 뒤를 이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개최국 독일이 100억유로(약 17조8590억원)의 유·무형의 부가가치와 4만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업들이 세계 200여 국가에서 각 나라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만들어 현지 방송과 신문에 실으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그러나 월드컵은 이런 고민을 단숨에 날린다. 월드컵은 축구라는 단일 콘텐츠를 활용해 전 인류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글로벌 기업이 인지도를 1% 상승시키는 데 약 500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월드컵은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기업을 노출시켜 인지도를 높인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일찍부터 월드컵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 월드컵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음은 마케팅 분야에서 정설로 통한다.

    월드컵 마케팅은 마케팅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월드컵의 마케팅(Marketing of World Cup)’과 ‘월드컵을 이용한 마케팅(Marketing through World Cup)’으로 분류된다. 월드컵의 마케팅이 FIFA가 주관해 벌이는 마케팅이라면, 월드컵을 이용한 마케팅은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월드컵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마케팅을 이른다. 흔히 스폰서십(Sponsorship)이라고 하는, 월드컵을 이용한 마케팅은 FIFA의 공식 파트너로서 월드컵 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경우와 해당 국가 축구협회의 공식후원사가 돼 국가대표팀을 활용한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월드컵 마케팅의 선두주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FIFA 공식후원사로 선정돼 3개 대회 연속으로 월드컵 마케팅에 나선 현대·기아자동차다. FIFA 공식후원사가 되면 월드컵 명칭과 로고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경기장 광고판 설치까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2002년부터 대회가 열릴 때마다 월드컵 로고와 해당국 국기, 현대차 로고가 새겨진 대형 축구공 애드벌룬을 본선 진출 32개국으로 보내 굿윌볼로드쇼를 개최해왔다. 또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쏘나타, 투싼, 포르테 등 월드컵 에디션 차량을 한정 판매하며, 월드컵 응원을 위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까지 무료로 공급한다.

    대한축구협회 공식후원사들은 직접적으로는 월드컵 명칭과 로고를 사용할 수 없지만 국가대표팀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KT는 지난 3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붉은 악마와 함께 ‘2010 남아공월드컵 대한민국 응원출정식’을 개최하며 새로운 응원 슬로건인 ‘The Shouts of Reds, United Korea’를 발표했다.

    KT는 또 붉은 악마와 공동으로 응원앨범을 제작, 발표했다. 이 앨범에는 트랜스픽션의 타이틀 송 ‘The Shouts of Reds’를 비롯해 부활, 리쌍, 이은미, 크라잉넛 등 유명 아티스트와 실력파 인디밴드가 참여한 다양한 응원곡이 담겨 있다. 특히 황선홍, 유상철 등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광고가 눈에 띈다. KT 브랜드전략 CFT 남규택 전무는 “응원 앨범과 캠페인, TV 광고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남아공월드컵에서도 국가대표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월드컵은 축구라는 단일종목만으로 대회가 한 달 정도 열려 집중도가 높다는 점에서 마케팅 효과에 목마른 기업들의 구미를 잡아당긴다. 경희대 체육대학원 한진욱 교수는 “월드컵과 올림픽을 비교하자면 올림픽은 2주 정도로 기간이 짧지만, 월드컵은 한 달가량 이벤트가 계속되니 기업으로서도 이익이 된다”며 “월드컵은 인종, 언어, 문화의 벽을 초월해 축구라는 집중도가 높은 종목으로 단시간에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최상의 마케팅 툴”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미지 제고 판매로 이어져

    ‘쩐의 전쟁’ 월드컵 마케팅, 지구촌 축제 삼킬라

    한국과 그리스의 예선 1차전이 열린 6월1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응원 인파가 모였다.

    긍정적인 기업이미지 제고는 기업들이 월드컵 마케팅에서 기대하는 최고의 효과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월드컵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월드컵이 가지는 세계적인 권위와 후원기업의 이미지가 동일시되기를 원한다. 아시아나항공 마케팅팀 관계자는 “경기장 A보드 광고 등을 통해 대한축구협회 공식후원사로서 기업 이미지가 향상되는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쇄매체, 방송,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 노출돼 인지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코카콜라가 대표적이다. 코카콜라는 1920년대부터 각종 스포츠 경기를 후원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에서 음료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무려 60년을 월드컵과 함께하며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세계인에게 확고하게 심었다. 기업들은 단순히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호도를 제고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둔다. KT 코퍼레이트센터 임언석 연구원은 “인지도 상승은 일반적인 광고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월드컵 같은 이벤트 성격인 큰 행사에선 월드컵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가 기업에 긍정적으로 전이돼 기업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단기간 직접적인 매출 증대를 고집하진 않는다. 일부 기업은 경기장이나 특별 전시장에 판매부스를 만들어 판매촉진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한 장기간의 판매증진 효과를 기대한다. 이 때문에 월드컵 마케팅도 1~2년 반짝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피버노바라는 공인구(球)를 개발해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 선보였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FIFA 공식후원사를 맡으며 스포츠 의류용품에서 ‘아디다스=축구’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노력한다. 그 결과 세계시장에서 축구공은 물론 축구 외의 다른 스포츠용품에서도 제품 점유율이 상승하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일부 후원 기업은 경쟁사가 공식후원사가 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는다. 경쟁사가 월드컵 마케팅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같은 기업은 ‘슬리핑 파트너(sleeping partner)’라고 불린다. 월드컵 공식후원사 중에서는 일본 소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FIFA는 공식후원사를 선정하는 데서 동일 업종끼리 겹치지 않도록 한다. 즉, 같은 전자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니 때문에 FIFA 공식후원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 결과 남아공월드컵 중계를 3D 입체영상으로 시청하는 이들은 경기 내내 TV 화면에서 소니 로고를 보게 됐다. FIFA가 3D 경기 중계 때 TV 화면에 소니 로고를 삽입하기로 계약을 맺은 탓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가 벌이는 3D TV 경쟁에서 소니만이 월드컵 수혜를 얻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FIFA나 대한축구협회의 공식후원업체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FIFA의 공식후원사는 국내에선 현대·기아자동차 하나뿐이고, 대한축구협회 공식후원업체도 삼성, KT, 하나은행, 아시아나 등 10개 안팎이다. 그러다 보니 공식후원사로 선정되지 못한 기업들은 마치 자신들이 공식후원사인 것처럼 대중을 현혹하는 매복 마케팅(Ambusher Marketing)도 불사한다.

    매복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은 월드컵을 직접적으로 내세우기보다 축구, 16강, 골 등 간접적인 메시지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표선수, 전임 국가대표 감독 등을 앞세워 공식후원사 못지않은 월드컵 마케팅을 벌인다. 이렇게 보면 지금 기업들이 구사하는 월드컵 마케팅의 대다수가 매복 마케팅인 셈이다.

    매복마케팅 기업들의 역습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나이키는 매복 마케팅을 통해 FIFA의 공식후원사인 아디다스보다 큰 성공을 거뒀다. 나이키는 FIFA의 공식후원사가 되는 대신 본선에 진출한 각국 대표팀을 지원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나이키 유니폼을 입은 한국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고, 역시 나이키 유니폼을 택한 브라질이 우승함으로써 ‘나이키의, 나이키에 의한, 나이키를 위한’ 월드컵으로 막을 내렸다. 2002년 당시 판매된 우리 국가대표팀의 나이키 유니폼은 15만장에 달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KT가 공식후원사임에도 사람들은 SK텔레콤을 공식후원사로 생각했다. ‘대한민국 박수 다섯 번 짝짝짝짝짝’이라는 광고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됐던 탓이다. SK텔레콤은 KT가 대한축구협회와 공식후원 계약을 맺자 재빠르게 국가대표 축구팀 공식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붉은 악마의 구호를 가져와 매복 마케팅을 벌여 명실상부 월드컵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서대웅 브랜드마케터는 “축구 하면 붉은 악마인데 KT가 이를 간과한 것이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2002년의 성공을 재현하기 위해 SK텔레콤은 지난 3월 “당신의 레즈(Reds)는 지금 어디에?”라는 월드컵 캠페인 광고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거리응원’을 주요 전략으로 삼으며 장동건, 비(정지훈), 신민아 그리고 스포츠선수 박지성, 박태환, 최경주 등 스타 마케팅을 앞세워 월드컵의 거리응원 열기를 고조시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02년에는 거리응원 하는 자리를 만들어줬다면, 이번에는 거리응원 자체를 더 즐겁고 재미있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매복 마케팅이 공식후원사의 마케팅 효과를 반감시키다 보니 FIFA는 매복 마케팅을 감시하는 별도의 기구까지 두면서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월드컵 개최도시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구하는 한편, 자체 감시요원을 파견해 부당한 매복 마케팅에 적극 대처한다. 그러나 매복 마케팅의 수법이 워낙 교묘한 탓에 법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김용만 교수는 “매복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은 법적인 측면에서 철저히 준비한 뒤 마케팅을 벌인다. 매복 마케팅을 둘러싸고 소송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판결은 대회가 끝난 뒤에 나온다. 확실한 증거가 없어 판결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월드컵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특히 과도한 상업주의로 일관하는 FIFA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는 공식후원사들에 최대한 혜택을 부여하되, 그렇지 않은 기업이 마케팅을 하는 것에 대해선 월드컵의 ‘월’자도 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엄격한 잣대를 고수한다.

    지나친 상업주의 눈살

    또한 남아공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는 SBS는 월드컵 마케팅에 올인한 기업들의 약점을 이용해 끼워 팔기에 여념이 없다. SBS는 일부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의 광고를 경기 중계와 함께 패키지로만 살 수 있게 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SBS와 협의해 작성한 ‘SBS 남아공월드컵 방송광고 패키지 판매 안내’의 ‘한국전 생중계 실속형 패키지’ 가운데 그리스 편(총 3억8000만원)은 총 15개 광고로 구성된다. 즉, 그리스 전에 자사 광고를 내보내려면 추가로 14개 광고를 더 사야 하는 것이다.

    한국-그리스전 15초 광고(9207만원), 개회식, 딜레이 중계, 경기 재방송과 하이라이트 6개는 경기 관련 프로다. 하지만 광고금액이 5454만원에 달하는 나머지 5개 프로는 경기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월드컵 관련 특집 프로그램이다.

    SBS 독점 중계이다 보니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SBS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비싸도 너무 비싸다. 광고비 증가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데, SBS가 월드컵으로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남아공월드컵은 역대 월드컵이 가져온 경제유발 효과를 넘어서며 기업간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게 할 판이다. 16강을 향한 대표팀의 축구전쟁 한쪽에서 수백억 시청자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대전이 드디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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