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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비즈니스 인사이드 ①

‘쩐의 전쟁’ 월드컵 마케팅, 지구촌 축제 삼킬라

정면승부 공식후원사 vs 우회침투 매복마케팅

  • 손영일|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scud2007@donga.com |

‘쩐의 전쟁’ 월드컵 마케팅, 지구촌 축제 삼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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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때는 국가대표만 뛰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도 월드컵을 통해 이미지를 높이고자 숨차게 뛴다. 붉은 악마의 ‘서울광장 거리응원 보이콧’ 해프닝도 순수한 거리응원과 월드컵 상업주의가 정면충돌한 탓이다. 공식후원사뿐 아니라 후원 계약을 맺지 못한 기업들의 매복 마케팅까지, 지구촌 축제를 포위한 마케팅 대전(大戰)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쩐의 전쟁’ 월드컵 마케팅, 지구촌 축제 삼킬라
“대~한민국!”

6월12일 한국과 그리스의 월드컵 B조 본선 1차전. 전반 7분 기성용이 올린 날카로운 프리킥을 이정수가 그대로 골로 성공시켜 1대 0으로 앞선 가운데 후반전을 맞이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계속되던 후반 7분. 캡틴 박지성이 아크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의 공을 빼앗아 수비수 2명을 돌파한 뒤, 그리스팀 수문장 알렉산드로스 조르바스의 반대쪽으로 밀어 넣어 골문을 갈랐다.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 월드컵 3개 대회 연속골. 여세를 몰아 한국팀은 일방적으로 경기를 주도한 끝에 첫 경기인 그리스 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2실점에 그친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을 만큼 한국의 완승이었다.

같은 시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삼성동 코엑스 앞길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비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사람들은 목놓아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특히 이날 길거리 응원 장소 가운데 최다 응원 인파가 몰린 곳은 서울광장이 아닌 코엑스 주변이었다. 5만5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인파가 몰린 강남 코엑스 옆 영동대로에는 밤늦도록 승리를 축하하는 뒤풀이가 이어졌다. 수백 명이 태극기를 둘러싼 채 열광적으로 춤을 추고 응원가를 불렀다.

상업성에 응원 장소 번복 논란

이날 축구대표팀 공식응원단 ‘붉은 악마’는 서울광장과 코엑스에서 동시에 거리응원을 벌였다. 하지만 두 군데에서 거리응원을 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붉은 악마는 이번 월드컵 시즌에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코엑스 앞에서 거리응원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시와 접촉을 벌여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반면 서울광장은 붉은 악마가 거부했다. 거리응원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지나친 상업성이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서울광장 응원은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 공식후원사인 현대자동차가 주관을 하고, SK텔레콤 등이 후원사로 참가하는 형태다. 붉은 악마는 여기에 후원 단체로 참가하면 되지만, 일부 후원기업이 ‘오 필승 코리아’ 등의 응원가가 경쟁사를 연상시킨다며 사용하지 말 것을 주장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미 시내 곳곳의 장소를 기업이나 단체에서 선점한 탓에 붉은 악마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응원을 펼칠 수 있는 코엑스에서 응원하기로 내부 협의를 마쳤다.

붉은 악마의 서울광장 포기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서울시와 후원기업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하자 결국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다. 그리스 전을 사흘 앞둔 6월9일 밤 서울시는 붉은 악마,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등 관계자들과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를 불러들여 끝장토론을 벌였다.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토론에서 기업들은 상업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붉은 악마는 예정대로 서울광장에서도 응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서울광장 보이콧’ 공식선언을 한 지 사흘 만이다.

붉은 악마는 “일체의 브랜딩 및 슬로건 노출 금지, 서울시청 앞 광장을 활용한 마케팅 금지, 응원가 제약 금지 등의 조건을 서울시가 모두 수용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울시와 함께 시청 앞 광장에서의 길거리 응원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금 알 낳는 거위 ‘월드컵’

하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서울광장 응원을 둘러싼 해프닝은 기업의 과도한 상업마케팅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붉은 악마의 실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비상업성과 자발성을 기치로 거리응원을 시작했건만 월드컵 상업성이 절정을 이루면서 응원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기업 후원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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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일|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scud2007@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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