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단임의 대통령 임기 중반에 이르면 정권을 선호하는 측에서는 ‘임기가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자위하는 반면, 비판적인 측에서는 ‘이제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며 위안을 삼는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은 어떨까. 6·2지방선거 결과는 후자 쪽에 가깝다. 자연 관심사는 ‘포스트 이명박’에 쏠리게 돼 있다.‘신동아’는 지방선거 이후 정치지형의 변화와 차기 대선 전망을 위해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 좌담회에서는 개헌을 포함한 2012년 대선까지의 정치지형 변화, 그리고 대선 구도와 박근혜 대항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한나라당 내 친이(친 이명박)와 친박(친 박근혜) 갈등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면서 정치권에서 군불을 지피고 있는 개헌론에 대해서는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6월10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김민전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와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를 진행하는 시사평론가 이종훈 박사, 문화평론가 진중권 전 중앙대 교수가 함께 했다. |
▼ 6·2지방선거에 대한 평가
사회 : 6·2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로 얘기를 시작하죠.
이종훈 : 이번 지방선거는 2012년 대선과 맞물려 있습니다. 대선주자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전국 각 지역의 풀뿌리 조직을 공고히 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죠.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 행보는 의외였어요. 적극 개입할 줄 알았는데(측근의 개입을) 오히려 말렸다고 해요. 의아했는데, 선거 결과를 놓고 보니 잘한 것 아닌가 싶어요. 물론 자신의 지역구 군수후보가 낙선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친박 전체의 역량을 보존시키는 측면에서, 그리고 차기 주자로서 상황이 더 좋아진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중권 : (박 전 대표가) 최대 수혜자지요. 선거 끝나고 나니까 ‘당대표 해라’ ‘총리 해라’ 하는 얘기가 친이계에서도 나오는 상황 아닙니까.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박 전 대표가) 직접 뛴, 전여옥 여사 표현대로 하자면 ‘조용필이 동네 노래방 가서 노래를 했는데 점수를 못 받았다’는 말입니다. 이런 결과는 박 전 대표의 득표력에 어느 정도 회의적인 면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거든요. 아무리 정권심판이라 하지만, 자신의 텃밭에서 졌다는 것은 좀…. 그래서 두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박근혜 존재감 재확인한 지방선거
김민전<br>●서울대 외교학과<br>●미국 Univ. of lowa 정치학 박사<br>●국회 사무처 법제예산실 정책조사관<br>●YTN ‘생방송 쟁점토론’ 진행<br>●現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br>●저서 : ‘노무현 정부의 딜레마와 선택’(공저) ‘한국 정치제도의 진화경로’(공저)
진중권 :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국민적인 반감을 사는 4대강 문제, 둘째는 세종시 문제입니다. 세종시 문제는 국민은 약간 시큰둥한데 충청권에서는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이것이 선거결과로 나타났잖아요. 셋째는 젊은층인데 현 정부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질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진보냐 보수냐의 가치 문제나, 보수 이념의 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보수층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위기이고, 그런 부분에서 박 전 대표가 조금 빠져 있지요.
김민전 : 저는 그 부분은 조금 다르게 보는데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최근에 와서 빠졌거든요. 왜 빠졌느냐?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고 봐요. 세종시나 4대강 얘기를 할 때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굉장히 높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 낮아졌는데 저는 그것이 천안함 사태와 관계가 있다고 보거든요. 세종시나 4대강은 보수의 어젠다는 아니에요. 사실 이것은 개발이라고 하는 어젠다이지, 순수 보수의 철학적인 의제는 따로 있는데….
진중권 : (세종시나 4대강은) 대통령 개인의 어젠다죠.
김민전 :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어젠다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일정 정도 반대하면서 야당표까지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났거든요. 그런데 천안함 사건이 났을 때, 조금 다른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건 발생 원인과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이‘한반도에서 평화관리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느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봐요. 진보진영에서 정권을 쥐고 있을 때에는 ‘북한을 따끔하게 손봐주는 것도 좋겠다’‘손봐주는 것이 시원하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막상 말로라도 손봐주려고 한다니까 경제도 어려워지고,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봤거든요. 그래서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이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박근혜, 한 것도 없이 로또 맞았다”
이종훈 :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의 예지력이랄까, 직관력이 빛이 났다고 생각하는데요. 처음부터 원칙을 강조하며 원안 사수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충청권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대선에서 충청권을 누가 잡느냐가 언제나 중요한 이슈잖아요. 그런 면에서 박 전 대표가 선점한 측면이 있지요. 그리고 다른 정치공학적인 계산도 들어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자유선진당이 약간 위축됐잖아요. 그러면서 보수대연합 얘기가 나오고, 결국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이 통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얘기들이 있죠. 대선이 가까워지면 학습효과가 나타날 걸로 봅니다. 진보가 뭉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보수도 합치려는 경향이 다음 선거에는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매개로 자유선진당과 연대를 엮어낼 수 있는 중요한 고리가 되죠. 그리고 한반도 평화 관리 문제를 얘기하셨는데 그 점에서도 박 전 대표는 상당히 앞서 있죠. 겉으로 표출되지는 않지만 예전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일도 있고….
사회 : 요약하면 지방선거 결과는 박 전 대표에게 전체적으로 득이 됐다. 세 분 모두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이종훈 :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민전 : 지금 당장 득은 많지만, 환경 자체로 본다면 보수에게 상당히 타격을 준 환경이지요.
진중권 : 별로 한 것도 없이, 로또 맞은 기분일 겁니다. (웃음)
▼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진로
사회 : 한나라당은 앞으로 어떤 진로를 걷게 될까요.
김민전 :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박근혜 대표론이 나왔잖아요. 이런 얘기가 나온 이유는 2012년 총선 때문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18대 국회에서 수도권 의원 대부분이 친이계인데, 이 의원들은 17대 때 ‘길 가다가 지갑을 주웠다’고 하는 386의원들과 운명이 유사해질 가능성이 있어요. 영남이나 호남은 지지율이 출렁이지 않지만 수도권은 심하게 출렁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표론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세(勢)를 불린 효과가 있죠.
대선 풍향계 전여옥의 선택은?
진중권 : 지금 한나라당 내 변수는 역시 친이하고 친박이에요. 그 구도에서 박 전 대표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의 문제였고요. 친이계 의원 가운데에는 강성 인물들이 있어요. 앞장서서 완장 찬 그 사람들이 제가 볼 때는 이번 선거 참패의 주역이거든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야 적당히 봐서 넘어가는데…. 그런 점에서 가장 관심 있게 봐야 할 정치인이 누구냐 하면 전여옥씨예요. 또 저분은 어떻게 갈까.(웃음) 아주 초미의 관심사예요. 그분을 보면 흐름이 보일 것 같아요.
김민전 : 어디로 다시 갈 데가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웃음) 다시 친박으로 갈 수는 없을 거 아니에요.
진중권 : 그건 모르지요. 정치인이라는 게, 신의고 뭐고 이런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논리를 또 만들어내니까요. 아무튼 친이계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가 민주당이 집권하는 것이고, 가장 좋은 것이 한 번 더 잡는 건데, 여의치 않으면 친박하고라도 연대를 해야….
이종훈 : 계파 관점에서 보자면 앞으로 친박이 훨씬 더 생명력이 강할 겁니다. 충성도도 높은 편이고 운명공동체적인 그런 점이 있기 때문에….
진중권 : 그렇지요. 이념적인 측면도 그렇고. 정몽준씨가 이번에 아웃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이재오씨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재오씨는 사실 서울 은평을에서 당선되기도 힘들어요. 왜냐하면 찍혔거든요. 사람들이 심판하려고 하는 MB의 독선적인 그것의 상징이 바로 이재오 같은 인물이라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친이계는 지금 대안을 못 찾아 황당해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이른바 소장파들 또는 개혁파들이 세대교체라면서 치고 나오면 박 전 대표도 저절로 구세대가 되니까 견제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김민전 : 다음 국회의원선거는 대선과 같은 해에 있어 향배가 비슷하게 갈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총선 전까지 한나라당이 하나로 가느냐, 쪼개지느냐가 핵심 관전포인트라고 생각해요. 한국 정치는 쳇바퀴 돌 듯 하는 면이 많은데, 결국 열린우리당과 유사하게 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중권 : 옛날에는 ‘박근혜가 짐 싸서 나가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거꾸로인 것 같아요. ‘친박 너희들 좀 (한나라당에) 있어라’ 하고 친이들이 짐 싸지 않을까….(웃음)
사회 : 집권 이후에도 집권당의 당명이 그대로 유지된 것은 한나라당이 유일하지 않습니까.
김민전 : 구조적인 요인이 있어요.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2개월 만에 총선이 있었거든요. 만약에 1년 후에 총선이 있었으면 아마 열린우리당처럼 개혁당, 뭐 개혁 어쩌고 이러면서 또 창당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시기적으로 창당하기가 너무 힘든 구조였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갔다고 봐요.
▼ 친이계의 선택은?
사회 :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 한나라당이 현재 모습을 유지하면서 불안한 동거를 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모색할 거냐가 관건이겠군요. 이제 곧 있을 전당대회도 당의 진로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까요.
2012 총선 직전 엄청난 싸움 날 것
김민전 :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가시화되지 않으나 2012년 총선 바로 직전에, 공천 문제와 더불어서 엄청난 싸움이 날 거라고 봐요. 같이 가거나 따로 갈 텐데, 같이 간다고 해도 친이 쪽에서 순수하게 그냥 항복하면서 가지는 않을 거예요. 만약 같이 간다고 했을 때, 보기 좋게 간다고 하면 민주적인 경선에는 일단 합의하고 친이 쪽에서 후보를 하나 내보내서 박 전 대표와 경선에서 맞붙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다른 하나는 민주적인 경선의 룰에 합의하지 못하고 싸우다가 찢어지는 방법이 있겠죠.
이종훈 : 저는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 봅니다. 친이계는 일단 박 전 대표에게는 절대로 차기를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친이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박 전 대표의 원칙주의, ‘원칙대로 해라’ 그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박 전 대표가) 집권하고 나서 원칙대로 처리하라고 하면 살아남을 분이 별로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절대로 박 전 대표에게 안 줄 것이라고 전제하면, 친이계에서도 맞수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제3의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도 젊은 주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진중권 : 그럴 수도 있어요.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면서….
이종훈 : 세대교체론은 일단 흥행 차원에서 얘기가 되거든요. 나이 많고 정치인으로서 상당히 완숙한 여성 박근혜와 젊고 참하면서 콘텐츠가 풍부한 젊은 남성. 이 구도가 흥행 측면에서 한나라당에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친이계가 바라는 그림은 박 전 대표와 맞붙어서 엇비슷하게, 팽팽하게 나가다가 막판에 역전시키고, 여세를 몰아 본선까지 가는 그림일 텐데요. 문제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이냐입니다. 분명히 친이계는 대안을 마련할 거예요. 친이계가 계파 응집력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식구들을 보존하면서 차기에도 살아남으려면 정권 재창출이 가장 좋지만, 서바이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거든요. 이를테면 개헌을 고리로 야당과 연대를 시도한다든지….
▼ 2012 대선과 개헌론
진중권<br>●서울대 미학과<br>●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언어철학과(박사과정)<br>●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br>●SBS 라디오 ‘SBS 전망대’진행<br>●저서 :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2’ ‘미학 강의 1, 2’ ‘미학 오디세이 1, 2, 3’ ‘호모 코레아니쿠스’
김민전 : 정권에서는 추진하려고 계속 애드벌룬을 띄우겠지만 여론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개헌논의가 한두 번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종훈 : 일단 대통령이 이야기하면 안 되잖아요.
김민전 : 그동안 모든 집권세력은 퇴임하기 직전에는 내각제 개헌을 원했거든요. 그런데 우리 국민은 항상 안 된다고 얘기해 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봐요.
진중권 : 저는 원래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는데 이 정부를 보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5년도 길어요. 4년 단임제가 낫겠어요. 우리나라 지형에서는.(웃음)
사회 : 정치권은 정치공학적 필요에 의해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겠지만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보시는 거군요.
이종훈 : 국민 여론이 얼마나 떠받쳐주느냐가 핵심 아니겠어요.
사회 : 대선 지형과 관련한 카드로 개헌론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종훈 : 야권에서도 개헌 논의를 바라는 기류가 상당히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야권에 뚜렷한 주자가 없거든요. 그리고 유력 주자가 나오기가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봐요. 그렇다고 집권을 포기할 것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 내각제에 대해 호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김민전 :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진중권 : 내각제 개헌은 일단 국민의 선호에 안 맞고요. 국민은 내각제든 대통령제든 개헌 논의 자체에 흥미가 없어요. ‘여당과 야당이 필요하다더라, 선전물 보니까 이렇게 가는 것이 맞다더라’ 하면서 마지못해 따라갈 수는 있지만 여야가 그 건을 놓고 싸운다고 했을 때 힘을 실어주거나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개헌이 쉽지 않을 겁니다.
김민전 : 진보건 보수건 별 차이 없이 정권마다 매번 낡은 레코드판을 돌리듯 같은 소리를 되풀이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개헌도 그렇고…. 지금 또 중선거구제를 청와대에 제안했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진중권 : 그건 노무현 대통령이 하던 얘기잖아요.
김민전 : 중대선거구제도 국민이 별로 원치 않거든요. 소선거구제를 해야 미운 사람 때려줄 수도 있고…. 중선거구제 하면 미운 후보도 같이 달라붙어서 당선되고 이런 것은 별로 원치 않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중선거구제가 될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봐요.
사회 : 개헌은 국민 호응도가 낮아 대선 지형을 바꿀 동력으로 마땅치 않다는 말씀인 것 같네요. 그러면 현재의 정당체제가 2012년 총선 전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시는 건가요.
김민전 : 주목해봐야 할 것이 민주화 이후의 정권을 보면 임기 4년차 되면 대통령이 탈당을 했다는 사실이죠. 4대강이나 세종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처리할지 알 수 없지만 만약에 국민의 생각과 상당히 다르게 간다면 정부 여당의 지지율은 계속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보고요. 지방선거 이후 언론을 보면 약간의 레임덕 현상도 보여요. 언론 풍토도 약간 변화했고, 그동안에 출연금지를 당했던 사람들도 TV에 출연하기 시작했고….
진중권 : 그렇지 않아도 오늘 출연합니다.(웃음)
김민전 : 저도 출연금지를 당했다가 출연하기 시작했어요.(웃음)
진중권 : 오늘 방송 나가서 그 얘기를 해야겠네요. 지방선거 승리 덕분에 출연하게 됐다고.(웃음)
김민전 :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상당한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 같거든요. 역대 정권을 보면 대통령 임기 3년차가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오는 시점 아니겠어요. 그리고 4년차가 되면 대통령이 탈당하는 시기이고. 4년차 말쯤 되면 분당(分黨)하는 시기인데, 이번 정권에서도 그런 데자뷰가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노선으로 새 경로를 따라갈 것인지, 정치학 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관찰 포인트거든요.
▼ 박근혜 총리? 박근혜 당대표?
사회 :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친이 진영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가 관전포인트가 되겠군요. 친이 진영에서 먼저 움직였을 때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호응할지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죠.
“정운찬, 너 안에 이명박 있다”
진중권 : 친이가 지금은 ‘총리 좀 해달라, 당대표 해달라’면서 같이 가자고 하는데,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당운(黨運)을 같이 하자는 것이지요. 운명공동체로 만들어서 욕도 같이 먹고 수습도 같이 하자 이런 건데요.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것이 총리를 하든 당대표를 하든 실권이 없거든요. 열린우리당 때는 분권형 총리라고 해서 이해찬씨의 존재감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권에서는 총리의 존재감이 없어요. 왜냐하면 아바타형이잖아요. 정운찬 총리도 세종시 문제로 충청도 DNA를 가진 아바타를 보낸 거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모르나요? 딱 보고 ‘너 안에 이명박 있다’ 그러거든요. 박 전 대표가 이 점을 잘 안다는 말이에요. 총리는 분명히 안 할 거예요.
그리고 MB는 4대강, 세종시 계속 강공드라이브를 걸 겁니다. 왜냐하면 이걸 놓게 되면 그날로 식물정권이 돼버리거든요. 그러니까 계속 가는 거고. 박근혜씨는 가만히 있다가 보수의 위기가 왔을 때 또다시 ‘朴다르크’로 나서는 것이 보수층을 결집하는 데도 훨씬 좋겠죠. 그때쯤 되면 보수층도 친이냐 친박이냐 헷갈리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유일한 구원을 찾아서 쫙 결집할 것이기 때문에. 아마 이것이 훨씬 더 좋을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친이계들이 대표 하라고 그러는데 그것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 소위 핫바지 대표? 시켜놓고 자기들이 주무르겠다는 것, 그럴 가능성도 있고 립서비스일 수도 있고.
이종훈 : 당대표도 당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앉히자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MB 마음은 그쪽이 훨씬 더 강할 겁니다.
진중권 : 항상 자기수족처럼 해야 안심하거든요. 정치 리더십은 소통인데, (MB는) CEO 리더십이라서 ‘너는 시키는 대로 하면 돼’거든요.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그거예요. 생각 잘하거나 말 잘하거나 아이디어 잘 내는 사람이 아니라 시키는 일 잘하는 사람, 이런 스타일이잖아요.
사회 : 그렇다면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시점은 그만큼 더 늦춰질 수밖에 없겠네요.
김민전 : 저는 대통령이 탈당하는 시점이 되면 나서려고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웃음) 박 전 대표 입장에서 본다면 한나라당이 적당하게 망해야지, 완전히 망하지는 않아야 하는 거지요. 본인이 리빌드할 수 있는 토대는 있어야 되니까요.
▼ 차기주자 박근혜의 약점
사회 : 주제를 바꿔서 차기 주자로서 박 전 대표의 강점과 약점을 얘기해보죠.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때 ‘무엇을 하겠다는 후보냐’라는 공격을 받았죠.
먼저 던지는 메시지가 없다
이종훈 : 2012년 대선에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우선 명확한 비전이 없어요. 박 전 대표에게 ‘수첩공주’라는 표현이 따라다니는 것도 그렇고, 콘텐츠가 달린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또 국정 참여 경험이 없는 것에 연관 지어 얘기하는 분도 많고요.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은 분명히 있는데 그렇다고 쌍방소통형은 아니에요. 친박계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더라도 그렇고, 밖으로 표출돼서 일반 국민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보더라도 쌍방통행적이지는 않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지 세력 역시 늙었다는 점도 약점이에요. 젊은층이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측근집단 내부의 알력이나 갈등 같은 것, 전형적인 권력집단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 벌써부터 보인다는 거예요.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이라든지, 일의 진행과정이 별로 민주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 부분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민전 : ‘박근혜는 참 실수를 안 하는 정치인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서 다른 주자들이 실수를 많이 하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은 크다고 봐요. 그런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력으로 이기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 전 대표를 인터뷰해보면 정책적인 입장에서는 알려진 것만큼 보수적이지 않아요. 그런데 2007년에도 이명박 후보보다 박 전 대표가 훨씬 더 보수적이다 이렇게 알고 있었지요. 대부분의 유권자가. 그 원인은 따지고 보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유추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진중권 : 박 전 대표가 실수를 안 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아무 말도 안 하면서 할 말 다 하거든요. 적당하게 하면서 욕먹을 빌미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메시지는 다 전달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할 말 없다는 말도 사실 말이거든요. 이런 식이지요. 그러니까 “안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할 말 없습니다”이런 방식이라는 거지요. 약점이라면 ‘먼저 던지는 메시지가 없다’는 거예요. 예컨대 김대중 대통령 그러면 인생역정 자체가 상징이잖아요. 노무현 대통령 그러면 인터넷이고요. 인터넷 대통령이고 IT 이런 것의 상징이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네티즌 문화라든지 이런 것이 시대정신하고 통하고 그러는데, 박 전 대표에게는 시대정신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거버너(행정) 경험이 없다는 게 좀 불안해요. 하다못해 지자체 단체장이라도 하든지, 아니면 총리나 장관이라도 해서 뭔가 실제로 일을 하는 능력을 보여준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겁니다. 그분이 정치권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 옛날에 육영수 여사 돌아가셨을 때 퍼스트레이디 역할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미지가 계속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사회 : 추상적인 애국심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이냐, 이것이 과제가 될 수 있겠군요.
이종훈 : MB정부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했던 것이 뭘까. 그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불편을 해소하는 쪽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본다면 지금 일반인, 직장인들하고 얘기해봐도 가장 불편해하는 것이 뭐냐 하면 ‘말하기가 편하지 않다는 것’이거든요. 쉽게 얘기해서 민주주의의 역행현상이죠.
사회 : 진일보한 민주화?
이종훈 : 그렇지요. 그런데 민주화의 심화라는 관점에서 박 전 대표를 대비시켜 봤을 때 어떠냐는 겁니다.
김민전 : 저는 그 부분에서는 박 전 대표가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지만 박근혜 자체는 그 내부에서의 소통방식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 한나라당을 운영했을 때의 경험을 보면 박 전 대표 아래에서 한나라당이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되었거든요.
군부독재 아닌 기업형 독재체제
진중권 : 세종시에 대해 제대로 된, 힘 있는 목소리를 낸 것이 박근혜씨였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정말 박근혜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 그랬다고요.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는 거죠. 이런 얘기도 들었어요. ‘박근혜가 됐으면 이런 식으로까지는 안 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이명박씨가 하고 있는 독재체제가, 옛날 군부독재 버전이 아니에요. 기업형 버전이죠. 1980년대(시대정신이) 자주·민주·통일인데 자주하고 통일은 남북경협하고 정상회담하고 어느 정도 됐잖아요. 그 다음에 민주도 어느 정도 됐고요. 그러고 보니까 배가 고프네? 경제를 살린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나왔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살리라는 경제는 요 모양 요 꼴인데 말도 못 하게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미 실현되었던 욕구를 사람들이 다시 느끼게 한 거, 그게 이번 지방선거라고 봅니다.
이종훈 :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경제가 문제라서 MB를 뽑았더니 다분히 과거 스타일의 밀어붙이기식 경제라는 거죠. 그러면 다음번에 어떤 경제를 원할 것이냐는 거지요. 그런 경제를 얘기할 때 박 전 대표하고 매치가 되느냐를 생각해봅니다.
▼ 2012년 대선의 시대정신
사회 : 그렇다면 2012년에 국민이 가장 원하는 이슈가 뭘까, 대선주자에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뭘까를 박 전 대표가 소급해서 지금부터 만들어나가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겠군요.
김민전 : 현재 수준에서 보면 첫번째는 다시 민주주의를 얘기할 가능성이 있고요. 두 번째는 생명이라는 것. 단순히 ‘생명’ 이러면 정치모토로서는 와 닿지 않는데, 용산에서부터 이름 없는 농부의 자살, 그리고 유명인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왜 자꾸 죽어나가야만 되는가, 우리가 구조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뭔가, 이런 것에 대한 반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세 번째로 신뢰 회복과 반부패 척결을 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세 가지를 잘 엮으면 하나의 구호가 되지 않을까요.
이종훈 : 저도 첫 번째는 같습니다. 민주주의의 복원 내지는 정상화, 그에 대한 요구가 기본적으로 깔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경제 문제인데요, 신자유주의하고 인본주의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이냐 하는. 요새 사람 중심의 경제 얘기도 많이 하는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답을 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남북관계인데 포스트 김정일 체제 이후의 평화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화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진중권 : ‘잃어버린 5년’이라고 해야 될까요, 저는 그런 얘기가 큰 의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명박 정권이 워낙 이상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지, 심각한 후퇴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소위 CEO형, 그래서 국민을 마치 무슨 자기네 신입사원 다루듯이 다루는 그런 방식에는 사람들이 충분히 지쳤고 그게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민주의 문제하고 평화의 문제, 남북 간 평화의 문제 이런 것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청년실업, 비정규직, 중산층 몰락, 양극화 등 경제적 불안정의 문제 같은 것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답을 내놓아야 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씨가 ‘따뜻한 보수’를 표방해 갈 거예요. 그러니까 ‘보수가 경제적 약자도 보듬어줄 줄 안다’, 이렇게 어필해야 되고, 또 다른 하나는 ‘이명박식이 아니다’라는 것, 커뮤니케이션도 저런 식으로 안 하겠다,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콘셉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불행한 것이 이게 사실은 진보적 의제잖아요. 진보적 의제인데 진보정당은 배제되어 있을 거예요.
김민전 : ‘따뜻한 보수’라는 것이 먹힐까요?
진중권 : 사람들이 요구하는 건데, 그런 개념과 맥락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붙이느냐가 문제겠죠. 지금 이명박식이라는 것이 경쟁시켜서 낙오하면 사정없이 탈락시키고, 말 안 들으면 내치고 이런 거잖아요. 어떤 용어가 될지는 몰라도 복지에서 보수의 온건주의적 측면을 강조하고, 거기에다 박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어머니 이미지가 있거든요. 이것을 묶어서 가지 않을까 싶어요.
▼ 박근혜 대항마
이종훈<br>●성균관대 정외과<br>●성균관대 정치학 박사<br>●국회도서관 연구관<br>●現 iGM 컨설팅 대표<br>●現 명지대 연구교수<br>●現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br>●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이종훈 :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지상욱 후보에게 눈길이 갔어요. ‘지상욱류(流)’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민전 : 무슨 뜻이에요?
이종훈 : 경제력도 있고, 잘 배웠고, 또 똑똑하고 아주 곱게 자란….
김민전 : 그래요? 보통 국민은 그런지 전혀 모르던데….
이종훈 : 영국에서 이번에 집권한 사람들이 그런 유형이잖아요. 명문대학 출신에 집안도 어느 정도 되고 본인 실력도 있고, 그런 유형의 정치인이 보수진영에서 신주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홍정욱이라든지, 이른바 지상욱류의 리더십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요.
김민전 : 장기적으로 보면 그럴 것 같은데요. 저는 이번에는 1번은 김문수, 2번은 오세훈일 것 같아요. 아직 여성 후보를 잘 안 찍기 때문에 남자를 내세우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박 전 대표가 갖지 못한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진중권 : 김문수가 가장 유력하다고들 얘기하지요?
김민전 :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에서 가장 선전한 후보가 김문수라고 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상당한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고, 보수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오세훈은 긴가 민가 이런 부분이 일부 있지만 김문수는 시원시원한 면도 있고…. 박 전 대표가 갖지 못한 경험, 그리고 영남표가 어차피 온다고 하면 수도권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라는 계산. 그런데 어떻게 보면 경기지사는 참 불행한 정치적 굴레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잘못하다가 손학규 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기도 하고….
진중권 : 그런데 사실 여권으로서는 답이 없거든요. 이재오씨가 나와서는 안 되고 MJ(정몽준 전 대표)는 지금 아웃된 상태이고…. 인물이 없어요. 이 두 사람(오세훈, 김문수)을 부르는 수밖에 없는데 과연 이들이 움직일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김문수 지사는 너무 거칠어요. 어차피 보수 세력이야 찍겠지만 중요한 건 중간층이거든요. 대선은 중간층 싸움이잖아요. 중간에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유권자 표를 어느 쪽으로 끌어오느냐가 결국 관건인데, 중간층에 어필하기에는 너무 말이 거칠고 정제되어 있지 않고 과격하거든요.
“인테리어 관심 많은 남편 이미지”
김민전 : 그래도 보수 세력에서는 오세훈보다는 김문수를 좋아하지 않을까요?
진중권 : 그럴 것 같아요. 오세훈은 밋밋해서 무슨 웰빙 비슷한 것 같거든요. 서울시장도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데코레이션을 계속하잖아요? 집 안 꾸며주면서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남편 같은 이미지거든요.
사회 : 정치권 전체로 확대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한명숙 후보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유시민 후보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진중권 : 한명숙씨는 안 돼요. 이번에 서울시장선거 봤잖아요. 이미 다 폭로됐기 때문에 도저히 될 수가 없어요. 제가 볼 때는 손학규, 정동영, 유시민 세 사람이 유력할 것 같아요. 손학규씨는 지금까지 비교적 잘해왔죠. 반성모드로 들어가서 몸을 낮추고….
이종훈 : 현재까지 야권에서는 손학규씨가 가장 유리하죠.
진중권 : 유리하지요. 그 다음에 유시민씨가 들어와서 아마 또 한번 이벤트를 멋있게 벌일 겁니다. 단일화니 뭐니 해 가지고.
이종훈 : 유시민 후보도 이번에 데미지를 많이 입은 것 아닙니까?
진중권 : 그래도 꽤 선전했지요.
김민전 : 예. 데미지를 많이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마무리를 잘하더라고요, 지고 나서.(웃음) 마무리를 잘해서 동정표를 얻게 생겼다고 해요.
이종훈 :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입증된 것이 역시 안티가 많구나….
진중권 : 안티는 있는데 재작년부터 모드가 바뀌었어요. 토론회 나가면 말하는 투가 달라졌더라고요. ‘왜 그래요’ 그랬더니 ‘반성하는 중입니다’ 뭐 이러던데요. 반성한다는 것이 이미지 변신을 하고 옛날에 자기가 했던 역할에서 벗어나서 좀 더 큰 꿈을 품겠다는 것이겠지요.
김민전 : 40대 이상은 반성을 다 연기라고 보던데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떨어지고 나서 ‘다 제 탓입니다, 제가 모자라서 그렇습니다’ 이런 얘기에 감동하더라고요.
이종훈 : 유시민보다도 오히려 김두관 당선자가 저력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진중권 :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데 이제 지자체장이 돼서….
김민전 : 김두관은 이번에 나서기에는….
이종훈 : 빠르다고 볼 수 있지요.
진중권 : 차차기지요. 차차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송영길부터 차근차근 잠룡들이 크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당분간은 손학규씨하고 정동영씨인데 손학규씨가 외적으로는 여태 처신을 잘해왔고 지방선거 때도 잠깐 도와주고 또 칩거에 들어가는 식으로 잘해온 것 같은데, 당내에서는 역시 또 정동영씨잖아요, 지지 세력이 있으니까.
김민전 : 본선에서는 손학규씨가 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씀대로 예선에서 통과할 수 있을까 의문이죠.
진중권 : 그게 문제지요. 정동영씨는 본선 가능성은 아예 %가 없어요, 정동영 내보내서는 아예 희망이 없어요. 해볼 필요도 없는 것이고….
이종훈 : 다음번에는 역시 본선경쟁력 을 많이 보지 않겠어요?
진중권 : 그런데 정당이라는 게 이권으로 움직이잖아요.
사회 : 그러면 과거 노무현 후보가 급부상했던 것처럼 새로운 신예가 박 전 대표의 유력한 대항마로 설 수 있는 토양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고 보시는 건가요?
진중권 : 가장 비슷한 사람이 유시민이지요. 그런데 짝퉁이지요, 짝퉁 노무현.
김민전 : 유시민 이외에 노무현처럼 부상할 수 있는 내공을 가진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사회 : 그러면 2012년 대선이 너무 잔잔하고 조용하게 다가오는 것 아닌가요?
진중권 : 대선이 1년 정도 남으면 그때 튀어나와야 돼요. 차기 주자들은 노출 기간이 길면 길수록 손해예요. 신선한 맛이 다 떨어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그냥 있다가 딱 적당한 때, 너무 늦으면 또 안 되고 너무 빨라도 안 되고 적당한 때에 튀어서….·
이종훈 : 제 생각에는 다크호스가 나올 것 같아요.
진중권 : 그럴 수도 있지요.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5년이면 조선왕조 500년하고 맞먹잖아요.(웃음)
사회 : 박 전 대표가 유력 차기주자로 너무 일찍 부상한 것이, 본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김민전 : 그런 점도 있지만요. 선거라는 것이 상대가 누구냐, 또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예를 들어 손학규씨를 얘기했는데 그러면 박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보이겠지요. 그런데 유시민씨하고 붙는다면 박 전 대표가 중도로 보일 거예요.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 박근혜의 차기 가능성
사회 : 2012년 대선도 결국 1 대 1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는군요.
김민전 : 그럴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이 1992년 선거 이후에 연합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는 것을 다들 너무나 뻔히 알고 있어서 뭉치기 위한 막판 시도를 하지 않겠나 싶어요. 결국 1 대 1 구도로 가겠죠.
사회 : 뭉치는 것이 전제가 된다면, 박 전 대표가 안고 있는 문제가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에 계속 갈등해온 친이, 친박으로 나뉜 한나라당을 어떻게 추슬러내느냐, 어떻게 하나로, 깨지지 않고 본인이 후보가 되어서 본선에 나가느냐가 되겠군요.
김민전 :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한나라당이 적당하게 망하지 않으면 본인한테 기회는 별로 없을 것 같고, 주류 쪽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이기기 위한 프레임을 만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게 또 너무 많이 망해 놓으면 지난번 열린우리당처럼 될 가능성도 있고. 아마 절묘한 시점을 타려고 노력하겠지요.
사회 : 박 전 대표는 6·2지방선거 최대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가장 고민이 깊은 차기 주자가 되겠군요. 박 전 대표의 2012년 대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세요.
이종훈 : 저는 49% 정도.
진중권 :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웃음)
김민전 : 지금 판을 보면 1등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런데 우리 선거가 1등을 해온 사람을 끝까지 1등으로 놔두지 않는 풍토였기 때문에…. 2007년 대선이 박 전 대표가 이길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아니었나 싶어요.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는 적기였고,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업적이라면 한나라당을 살린 것이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때가 참 좋을 때였는데…. 지금은 세종시 등에 대해 반대는 하지만, 본인 스스로 업적을 내놓지는 못하는 상황이잖아요, 구조적으로.
진중권 : 포지션도 그렇고요.
김민전 : 지금의 구조에서 반대만 해서는 참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사회 : 현 정권 초기에는 지방선거 전에 분당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결국 한나라당은 유지됐습니다. 다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또 한번의 분당 위기가 있을 거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이 대오를 유지하느냐가 2012년 대선을 전망하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겠군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선택과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입니다. 긴 시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