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과 지구력을 보면 그녀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가히 ‘초인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지금은 작고한 코미디언 이주일씨를 간판으로 한 ‘이주일 쇼’에서 ‘달밤에 체조’라는 코너에 고정출연을 시작한 이래 연예 프로그램의 MC로 성장했다. 그녀 스스로 요즘 같은 리얼리티 버라이어티 쇼가 유행할지 몰랐다고 놀라워하지만, 이 트렌드 속에서도 승자는 역시 현영이었다. 문화평론가, 혹은 연예전문 칼럼니스트 입장에서 그녀의 프로필은 보면 볼수록 신기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오늘, 그녀의 모든 것을 낱낱이 해부해보기로 했다.
스타 현영의 재해석
▼ 솔직히 현영씨는 너무나 익숙한 캐릭터여서 다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프로필을 조사해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현영씨의 콘셉트는 백치미거나 좀 무식하지만, 죄송해요.(웃음) 낙천적인 성격, 또는 S라인으로 상징되는 몸매를 먼저 뽐내는 속물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현재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한편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죠? 재테크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내셨고, 그러면서 30건의 방송에 출연했거나 출연 중이며, 12편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한 한편 가수로서 싱글까지 포함 10장의 앨범을 내셨단 말이죠. 이렇게 지적인 여성이면서 열정적으로 활동한 프로필은 정말 드물거든요. 제가 알아온 그 현영씨가 맞나 헷갈릴 지경이에요. 어찌된 일입니까?
“어머, 정말요? 제가 그렇게 지적이에요? (예의 그 카랑카랑한 웃음을 보이며) 그렇게 정리해주시니까, 정말 그런가? 저도 몰랐네요. 그냥 늘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채우고 싶고, 더 배우고 싶고, 어느 분야든 전문적인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고, 그런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제가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패션예술학부와 개그·MC학부에서 가르치는데 제가 활동하는 방송에 대해서 가르치면서 새삼 스스로 깨닫게 되죠. 무식한 척하는 게 콘셉트라고 생각하고 행동한 적 없어요. 그냥 솔직하게 잘 모르는 것은 그렇다고 인정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렇게 비친 걸까요? 사실 전 제가 놀림 받고 망가져서 다른 분들에게 웃음을 주거나 희망을 준다면 다 괜찮아요. 좋아요.”
▼ 전에 마릴린 먼로 전기를 읽다보니 백치미로 섹스어필한 그녀가 실제로는 매우 지적이고, 똑똑한 여자였다는 인물평이 있더군요. 이렇게 얘기를 나눠보면서 현영씨도 방송에서의 이미지와 실제 존재감은 사뭇 다른 것 같아요. 남들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은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은 쑥스러운데….(웃음) 노력하는 사람? 전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어릴 때부터 방송이 꿈이었어요. 참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뤘고, 전 여전히 노력하면서 활동하고 있지요. 변화도 많고 새로운 인재도 많이 나타나고, 점점 힘들어지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한 저의 존재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기고백
▼ 그렇게 치열하게 노력하는 삶은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을 텐데요. 늘 밝아 보이신단 말입니다. 그 낙천성은 본래 성격인가요? 아니면 역시 노력의 결과인가요?
“원래 이래요. (웃음) 늘 즐겁고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 맞아요. 저라고 왜 속상할 때가 없겠어요? 그래도 사람들과 어울려서 풀어요. 전 혼자 있지 못해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면 스트레스나 시름이 풀리더라고요.”
▼ 인생의 키워드는 뭡니까? ‘노력’이라는 단어는 이미 얘기하셨고.
“음, 행복? 전 행복한 게 좋아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저 자신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고, 또 다른 사람들도 다 행복했으면 해요.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노력해야죠. 또 ‘노력’이네?(웃음) 전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해요. 책 읽는 시간만큼은 다른 세상에 몰입해서 행복감 속에 사는 것 같은 느낌? 소설도 좋아하지만, 자기개발 서적을 많이 봐요. ‘시크릿’같은 책들 많이 보셨잖아요? 요즘 읽는 책에 나오는 대목인데 몸의 감각에 집중해보기도 하고, 혼자 있을 때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하지요.”
▼ 짧은 질문들로 가보겠습니다. 현영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음… 독서는 얘기했고, 평범하게 산책하는 것? 연예인은 일반사람들과 섞이는 것을 싫어할 거라는 선입관이 있잖아요. 전 아니에요. 어제도 한강공원에 나가서 산책을 했는데 좋더라고요. 화장도 안 하고, 집에서 입던 트레이닝복 차림 그대로 나가서 슬슬 걸었는데 의외로 몰라보는 사람이 많고, 또 알아보고 인사하거나 말을 거시는 분도 있고요. 쇼핑도 그렇고, 길거리도 그렇고, 전 사람 많은 곳을 다니는 게 좋아요. 그러고 보니 제가 돈에도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군요.(웃음)”
▼ 현영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배신! 배신하는 걸 가장 싫어해요. 저도 방송생활하면서 등에 칼 참 많이 맞은 것 같아요.(웃음) 전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서 마음이 가면 많이 친해지고 싶고, 믿음을 다 주고 그런 편인데 아닌 사람들도 있더군요. 신의를 저버리는 모습이 가장 가슴 아프고 싫어요. 그리고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는 것도 싫어하는데….(웃음)”
▼ 술이 약하신가 봐요?
“소맥(소주+맥주)으로 열다섯 잔 정도 되는 것 같아요.”
▼ 그러니까 폭탄주 열다섯 잔이요?
“네. 보통 그 정도는 다들 마시지 않나요?”
▼ ….
40대 사업가를 꿈꾸는 그녀
▼ 이야기하신 것처럼 노력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오셨는데 앞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방송활동을 해 나가고 있으니 먼저 이 일을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싶고, 40대엔 훌륭한 여성 사업가로 잘나가고 싶어요. 돈도 좋아한다고 아까 얘기했죠? 방송과 사업을 병행하는 성공녀?(웃음) 미래가 기대되죠?”
▼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있나요?
“아, 지금 인터뷰하는 이곳이 제 사업장이에요.”
▼ 앗, 그렇군요. 몰랐네요. 그럼 이미 시작하신 사업에 대한 소개를 좀 부탁하지요.
“이곳은 ‘런투비’입니다. 여성 전용 호신술 아카데미이자 피트니스 센터죠. 제가요, 한국 범죄 피해자 지원 중앙센터 홍보대사를 맡았는데요. 활동을 하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많이 향상된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나영이 사건 등에서 보듯 어린 여성이나 나이 든 여성이나 위험과 가해가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요. 많은 여성이 하는 운동은 아름다움에 집중되어서 몸매관리 중심이잖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기초체력과 근력을 균형 있게 발달시켜서 생활 속의 다양한 위험에서 자기를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연한 기회에 해외에서 자기방어(Self-Defence) 프로그램을 접했는데, 와닿더군요.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웬만한 스포츠는 거의 해봤는데 이건 내 사업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사업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으니까요. 제니퍼 로페즈나 안젤리나 졸리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해외스타들도 배워서 효과를 본 프로그램이랍니다.”
▼ 그런데 호신술이라면 어떤 종류의 무술을 가르치나요?
“무술 이전에 여성들이 취약한 것이 상황대처 능력이에요. 꼭 범죄자와 대면했을 때처럼 큰 위기만이 아니라, 나이 든 분들이 계단에서 미끄러지거나 길에서 자전거를 피하다가 넘어지는 것처럼 작은 위기도 많죠. 그런데 다치시는 분들이 몸의 균형 문제도 있지만 먼저 놀라거나 두려움에 빠져 올바른 대처를 못하는 경우가 더 위험하거든요. 여기서는 몸의 균형, 유연성, 근력도 향상시키지만 다양한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마인드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킵니다. 그리고 단계에 따라 호신용품 사용법도 가르치고, 일년 반 이상 수련해서 고급반이 되면 호신도구나 총기에 대한 특강도 있어요. 무엇보다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고 싶어요.”
강하지만 섹시한 여성의 아이콘
사업을 설명하는 그녀는 확신에 차 보였다. 그리고 진지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현영의 모습이 아니었다. 내부시설을 둘러보니 회원에 따라 맞춤형 개인교습을 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고, 도발적인 몸매로 발차기를 하고, 사격을 하는 현영의 카리스마 넘치는 사진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 혹시 하루키의 베스트셀러 ‘1Q84’를 읽어보셨나요? 아오마메라는 여주인공이 노부인에게 호신술을 가르치는 강사로 나오는데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또 범죄에 희생된 여성들의 복수를 위해 싸우는 설정도 인상적이었지요. 상황은 다르지만 현영씨의 사업을 들으며 그 책의 스토리가 겹쳐지네요.
“아, 그 책 읽으셨군요? 저도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안 그래도 그 주인공과 제 사업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싶었거든요. 워낙 베스트셀러라 많이들 읽었다는데도 제 주변에선 여주인공 직업까지는 기억을 잘 못하시더라고요.(웃음) 아오마메는 강하면서도 인간적이고, 매력적이었어요. 전 그런 모습이 참 멋져 보여요.”
▼ 현영씨도 그 이상으로 강하고 매력적으로 보여요. 사업 얘길 듣고 나니 더 그런걸요. 그런데 원래 이렇게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있는 성격이었나요?
“아뇨. 제가 어릴 때나 청소년 시기엔 천생 여자였어요. 제 목소리도 그렇고, 친구들 사이에선 무슨 공주?(웃음) 그런데 방송활동 하면서 남자들과 경쟁하고, 싸워서 이겨야하니까 점점 목소리도 커지고 남성호르몬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대부분의 여성이 원래 나이를 먹으면서 남성호르몬이 많아진다고 하던걸요.”
현영은 너무나 결혼하고 싶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마치 특명을 내리는 사령관처럼 인터뷰어에게 한 가지 임무를 부여했다. 바로 신랑감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어떤 남자를 찾아와야 하나? 현영은 느끼한 남자는 싫다고 했다. 무엇이든 자신이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연상연하 상관없고, 돈이 많지 않아도 괜찮단다. 다만 자신의 직업에 성실하고 자부심이 있는 남자,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어느 방송에선가 현영 스스로 남자를 잡는 스타일이라고 말한 대목이 생각나서 물었더니, 그것은 그동안 사귀어본 남자들이 자기개발을 안하고 한심해서 그랬던 것이지 제 짝을 만나면 아주 잘해줄 거라고, 얼마나 조신한 여자인지를 알게 해줄 거라고 첨언했다.
기사에 ‘현영, 공개구혼’이라고 써도 되는지 물었다. 그녀는 “신동아 독자들에 대한 구혼광고”라고 당당히 답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관심 있는 분의 연락을 바란다. 다만, 인터뷰에서 그녀가 밝힌 주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결심해주시길. 그런데 주량에도 불구하고 현영은 매우 스마트하고 화통한, 매력 넘치는 여인임이 틀림없었다. 이는 인터뷰어가 보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