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4일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천안함 침몰을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에 의한 도발로 규정하면서 남북관계, 군사, 외교를 망라한 조치와 함께 대북 교류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다음 날인 5월25일 신문들은 대북제재조치에 대하여 찬성과 반대의 뜻을 담은 차별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날조, 자멸, 초강경, 족쇄…
한 신문의 사설은 “세계 어느 정부도 한밤중에 어뢰로 자국 군함을 두 동강 내 장병 46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상대가 그 잘못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교류협력을 계속하겠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북한의 책임을 단호히 물어나가되…그에 대한 만전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며 대북제재를 지지했다. 다른 신문의 사설은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이번 기회에 외양간이라도 확실하게 고쳐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우리의 하나 된 목소리야말로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가 아니겠는가”라며 적극적으로 제재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신문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친북좌파 정권이 햇볕 정책의 미명 아래 잘못 길들인 북의 버릇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때다…응징은 실효성(實效性)이 생명”이라고 했다.
반면에 어떤 신문들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다. 한 신문은 “이런 강경책은 천안함 사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잘못이다…어제 발표된 대북 조처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단절과 압박이다…이제 남북관계는 1980년대 중반 이전의 적대적 관계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른 신문은 “사실 대북 조치도 한반도 안정과 평화라는 목표를 벗어나서는 안 되며,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주객전도가 될 것이다…대북제재는 제재의 실질적 효과와 한반도 안정, 남북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사려 깊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한 사설의 논조는 신문사별로 뚜렷이 구분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러한 대립적인 보도 경향이 반복되는 것은 우리 신문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신문 보도나 사설이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내보이는 것은 권장해야 할 강점이다. 역사적으로 신문은 독립적인 다양성을 통해 한 사회가 민주적 공동체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환경감시기능과 집단적인 지혜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용어 선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폭침’‘억지’‘응징’‘날조’ ‘모르쇠’ ‘협박’‘경거망동’‘자멸’ 등의 용어가 지칭하는 대상은 ‘북한’이었고, ‘단절’‘압박’‘의도’‘초강경’‘족쇄’ 등의 용어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나 ‘대한민국 정부’를 대상으로 사용했다. 부정적인 과격한 용어를 통해 사건을 묘사하고 주장하는 것은 사건의 분석 및 대안에 대한 이성적인 논의를 방해한다.
사실이 사라진다
신문의 사설은 보도기사와 달리 신문사의 입장과 의견을 대변하는 지면으로 자유로운 주장 표명이 장려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사설의 시시비비도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주는 용어를 사용해야 신뢰받고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사설을 포함하는 신문기사가 기자와 신문사라는 조직의 가치를 담는 것은 불가피하므로 신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객관성 속에 숨겨진 주관을 찾는 것이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을 다루는 우리 신문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기자와 신문사의 주관성 때문에 사라지는 객관이다. 두 동강 난 천안함과 산화한 46명의 대한민국 아들은 엄중한 객관이고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