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1890년경, 캔버스에 유채, 89×68㎝,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사랑을 깨우는 키스를 담은 작품이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다. 이 작품은 피그말리온 신화 중 가장 극적인 장면을 담았다.
피그말리온은 여인들의 타락한 모습을 보고 평생 여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상아로 여인을 조각한다. 그러나 피그말리온은 너무나 완벽한 조각상을 만든 뒤 이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사랑과 열정을 다해 갈라테이아를 돌보지만 피그말리온은 만족할 수 없어 살아 있는 여인으로 만들어달라고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한다.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기도에 감명을 받아 그의 소원을 들어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내용이다.
화면 중앙에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의 허리를 껴안고 키스하자 생명을 얻게 된 그녀는 몸을 활처럼 구부려 응답하고 있다.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의 머리를 다정하게 끌어당기면서 한 손으로는 피그말리온의 손을 가져와 자신의 가슴에 대고 있다.
공중의 큐피드가 화살을 쏘고 있는 것은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임을 나타내며 배경의 그림과 조각상들은 피그말리온이 조각가라는 점을 설명한다. 갈라테이아의 자세는 사랑의 기쁨을 암시하고 있으며 상아색 다리는 아직 현실 속의 여자가 아니라는 점을 나타낸다.
장 레옹 제롬(1824~1904)은 신화에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여자의 다리는 조각대 위에 고정시켰지만 상체는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펴는 자세로 표현하고 있다.
<에로스에게 첫 키스를 받는 프시케> 1798년, 캔버스에 유채, 180×132㎝,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관능의 세계로 이끄는 첫 키스를 표현한 작품이 프랑수아 제라르의 ‘에로스에게 첫 키스를 받는 프시케’다. 이 작품은 2세기경 아폴레이우스가 쓴 ‘황금나귀’에 나오는 프시케와 에로스 이야기의 한 장을 묘사하고 있다.
아프로디테는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프시케를 질투해 아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남자와 프시케를 맺어주라고 명령을 한다. 하지만 에로스는 프시케를 보는 순간 자신에게 사랑의 화살을 쏜다. 사랑에 빠진 에로스는 프시케에게 키스를 하고 연인으로 행복한 날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숲 속에서 에로스는 프시케의 이마에 다정스럽게 키스를 하고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에로스의 손과 반쯤 벗겨져 허리춤에 걸쳐 있는 프시케의 옷은 관능의 세계를 암시하며 가슴에 올린 프시케의 손은 키스의 흥분을 암시하고 있다. 배경의 숲은 초자연적인 프시케와 에로스의 사랑을 의미하며 푸른 하늘의 먹구름은 다가올 시련을 암시한다. 프시케는 그리스어로 영혼과 불안정을 의미하는 나비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어서 머리 위에 나비를 그려 넣었다.
(위) <제우스와 이오> 1532년경, 캔버스에 유채, 163×74㎝,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 (아래) <키스> 1897년, 동판화, 32×26㎝, 오슬로 뭉크 미술관 소장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최고의 방법은 키스지만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다. 키스는 닦고 조이는 혀의 전투라고 할 수 있는데 시도때도 없이 입술을 들이댄다고 해서 여자의 마음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혹의 기술이 뛰어난 남자일수록 부드럽고 달콤하게 속삭이듯 키스한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듯이 여자의 몸을 급히 탐색하면 댕겨졌던 불도 꺼진다. 여자는 생리학적으로 가늘고 길게 절정의 순간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키스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진 여인을 그린 작품이 코레조의 ‘제우스와 이오’다. 이 작품은 초기 르네상스 그림 중에 가장 에로틱한 그림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를 유혹하려 다가갔으나 이오는 도망을 간다.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 제우스는 어둠의 장막을 내려 이오를 도망가지 못하게 한 다음 구름으로 변해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거대한 잿빛 구름이 여인의 몸을 휘감고 있고 여인은 다가오는 구름에 온몸을 내맡기고 있다. 구름은 제우스로 이오를 껴안고 있는 구름은 인간 손의 형태와 비슷하다. 구름 속에서 얼굴을 보인 남자는 여자의 입에 키스하고 있다. 남성의 손길에 수줍음을 느끼면서도 저항할 수 없는 황홀감에 빠진 여성은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다.
코레조(1494~1534)는 두 가지 방법으로 신화의 내용을 충실하게 표현했다. 첫 번째가 이오의 입술과 키스하고 있는 제우스의 얼굴이고, 두 번째가 그녀를 껴안고 있는 사람 손을 닮은 구름이다.
키스는 성교의 전 단계로 육체의 합일을 이루기 위해 달려간다. 오로지 서로의 육체에 대한 언어를 듣기 위해 잠시라도 떨어지지 못한다. 사랑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키스를 그린 작품이 에르바르트 뭉크의 ‘키스’다. 이 작품은 뭉크의 경험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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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 있는 창문 커튼 사이로 밝은 빛이 들어오지만 정념에 불타오른 연인들은 벌거벗은 채 서로를 꼭 끌어안고 열정적으로 키스하고 있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건물은 두 사람이 있는 곳이 호텔이며 불륜임을 암시한다.
에르바르트 뭉크(1863~1944)는 이 작품에서 뒤엉켜 있는 남녀의 얼굴을 보이지 않게 처리했는데 두 사람의 불안한 심리를 나타낸다. 뭉크는 세 살 연상의 유부녀를 사랑함으로써 처음으로 육체적 욕망과 쾌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녀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로 뭉크에게 만족하지 않았다. 질투와 의심에 사로잡힌 경험으로 뭉크는 이 작품을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