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국, 의리, 인간애의 DNA
- 박근혜의 긍정적 성격 실체 있다
- 평범한 행복 찾는 소탈한 성격이 어필
- MB와 갈등으로 여성성 잃고 있어
- 장점이 약점 되기 쉬워… 박근혜는 박근혜를 극복해야
이들은 당장 2012년 4월 총선이 걱정거리로 다가올 법하다. 서울 경기 인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66곳 중 46곳이 민주당에 돌아갔고 한나라당은 15곳을 얻는 데 그쳤다. 서울은 2006년 지방선거에선 25곳을 싹쓸이했으나 이번엔 강남 송파 서초 중랑 등 4곳에서만 당선돼 몰락에 가까웠다.
세종시 수정에 올인 해온 정운찬 국무총리는 충청 광역단체장 선거 전패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이 당의 얼굴로 나선 전국단위 선거에 패배한 책임으로 위상에 금이 갔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는 의회와 기초단체장이 민주당에 장악된 ‘사면야가(四面野歌)’의 상황부터 헤쳐 나가야 할 처지지만 한명숙, 유시민 후보 등 야권의 거물을 꺾고 재선에 성공한 것만으로 차기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오 시장과 김 지사로선 의회가 한나라당 일색이던 때보다 지금이 정치적 위상을 키워나가기에 더 나을 수 있다.
6·2지방선거 이전 2년여가 신생 이명박 정권의 국정 경연의 장이었다면 6·2지방선거 이후는 시간이 지날수록 여야 차기주자들 간 각축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장이 된다. 자연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를 달려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눈길이 쏠린다.
선거 후 박근혜에 쏠리는 눈
2006년 11월30일 중국 칭다오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한 중국여성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득실에 대해선 계산이 엇갈린다.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아 당내에서 비판을 받고 있고 지원 유세한 대구 달성군수 선거의 패배로 입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선거 패배 책임은 여권 주류와 당 지도부에 있는 만큼 ‘박근혜 역할론’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한국일보 6월3일자 보도) 친박근혜계 김재원 전 의원은 6월9일 “한나라당이 내세울 (친이 측) 카드는 몽땅 소진하고 그 카드는 별로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이 당원과 지도자에게 깊이 각인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가장 중요한 관점은 ‘지금의 지지율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대세론’이 추락하는 걸 경험한 바 있다. 대선주자의 지지율 등락에는 소속 정당의 지지율 변화, 경제-남북관계의 여건 변화, 특별한 사건의 발생, 유권자 의식의 변화, 검찰의 수사, 언론의 보도태도 등 여러 외부 요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수많은 국내외 연구 결과(최영재, 김현주, 이준웅, 이강형, Jacobson, Ragsdale 등)에 따르면 대선주자의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대선주자 본인의 ‘성격(personality)’ 및 그것이 외부로 표출되어 나타나는 ‘이미지(image)’이다.
차기 대선의 근원적 주제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은 다른 말로 ‘박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될 만한 성격의 소유자인가’라는 의미가 된다. 한 사람의 유력 정치인의 성격을 ‘두껍게’ 탐구해보는 작업은 흥미와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뉴스 스타일로서 정치인 발언의 중계 등 기존 정치 보도와는 차별화될 것이다. 박근혜 성격 탐구는 향후 1~2년간 차기대선구도를 결정짓는 다이내믹한 정국의 근원적 주제와도 관련이 된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성격 분석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론으로 박 전 대표를 자주 만나는 측근 다수를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박 전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함께 이와 관련된 숨은 일화들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박 전 대표의 성격과 이미지를 연구한 사회과학논문 및 저서 20여 편을 검토해 일관성 있는 결론이 도출되는지 살펴봤다. 논문은 전문검색사이트에서 키워드를 ‘박근혜’로 입력해 구했다. 그리고 정치인의 성격과 이미지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을 만나 이들이 박 전 대표의 성격을 분석하는 내용도 청취했다. 또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박 전 대표의 공·사석 발언(A4지 300쪽 분량)을 국회속기록, 연설문 등에서 찾아내어 살펴봤다. 박 전 대표의 반대 진영 등 정치권에서 박 전 대표의 성격을 평가하는 내용은 기존 언론 보도에서 참조했다.
그 결과, 박 전 대표의 성격에 대해 각각 5가지의 ‘긍정적 대표이미지’와 ‘부정적 대표이미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표1 참조) 박 전 대표의 성격에 대한 인상과 평가는 무수히 많을 수 있지만 대체로 이들 대표이미지로 압축, 수렴된다고 할 것이다.
을 보면 긍정적 대표이미지와 부정적 대표이미지는 서로 적대적 대칭이 되는 구조임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원칙과 신뢰’는 ‘고집과 융통성 부족’과 대칭 관계로서 후자가 전자의 가치를 상쇄시킨다.
흥미 있는 점은, 박 전 대표의 성격에 대한 긍정적 대표이미지는 대체로 사회과학적 조사를 통해 실증되는 반면 부정적 대표이미지는 주로 정치인의 언명(言明)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증된 이미지 vs 말로 만든 이미지
동아시아연구원(EAI) 등이 2007년과 2009년 각각 전국 성인남녀 944명과 800명을 대상으로 유력 정치인의 신뢰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는 2007년 조사에선 조사대상 정치인 11명 중 2위(1위 이명박)에, 2009년 조사에선 조사대상 정치인 10명 중 1위(2위 김대중, 3위 이명박)에 올랐다. 2009년 박 전 대표에 대한 신뢰도 점수(10점 만점)는 5.01점으로 3~4점대인 다른 정치인들과 격차를 보였다. 박 전 대표의 성격에 대한 제1의 긍정적 이미지인 ‘원칙과 신뢰’는 다수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이 실증된 것이다.(표2 참조)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2006년 정치인 이미지를 회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경우 신뢰감, 친근감, 매락감이 득표에 영향을 준다. 박 전 대표의 성격에 대한 긍정적 대표이미지인 ‘원칙과 신뢰’‘대중적 소통’‘여성성(멋스러움)’이 유권자에게 먹히고 있음이 검증된 셈이다. 박 전 대표의 미니 홈피는 국내 정치인 중 최초로 방문객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반면 ‘원칙과 신뢰’에 적대적으로 대칭하는 ‘고집과 융통성 부족’ 이미지의 경우 다수 국민이 박 전 대표에 대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실증하는 조사(연구)결과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고집’ 이미지는 “박근혜는 고집스럽다”라는 정치인의 단정적 주장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됨으로써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친이계인 진수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국회의원)은 2월4일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은 본인이 대표 시절 주도한 안에 대한 소신이자 집착이다. 이러한 소신이나 고집이 국익을 꺾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월9일 케이블TV에 출연해 세종시 논란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빨리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야 한다. 두 사람이 너무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게 문제”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부정적 이미지가 반대정파 정치인의 말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실증하는 조사도 있다. ‘신문과 방송’의 양승혜·강혜주 기자가 2006년 3~4월 10개 전국종합일간지의 박근혜 관련 기사 166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친일파의 딸” “절대 권력자의 딸” “아버지의 후광” “가장 보수적인” “수구 3각 편대” 등 박 전 대표에게 ‘독재자의 딸’ 이미지와 ‘수구보수성향’ 이미지를 씌우는 표현은 주로 노무현 정권 정치인들이 발화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논의가 있다. 2005년 3월13일 열린우리당 전남도당 대회에서 한명숙 전 총리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해 “유신공주와 싸워 이기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간학 사전’에서 “한명숙은 과거 민주화투쟁과 후덕한 인품으로 존경을 받는 인물인데도 ‘유신공주’와의 싸움을 외쳤다니 놀랍다”며 오히려 한 전 총리를 나무랐다. 그리고 “박근혜는 유신공주인가? 물론이다. 그러나 박근혜를 유신공주로만 인식하는 좁은 시각이…그들 스스로 판 함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여성’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때 ‘여성’은 박 전 대표의 과오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성(性) 편견’에 기인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금희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의 2006년 논문에 따르면 전통적 성 고정관념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성 차별적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일수록 박 전 대표를 비호의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민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등은 2008년 논문에서 박 전 대표는 여성에 대한 성 차별적 보도태도 때문에 남성인 이명박 후보와 경쟁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불이익을 봤다고 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당시 텔레비전 뉴스는 이명박 후보를 박근혜 후보에 비해 먼저 등장시키고 먼저 인용하고 더 많이 인용함으로써 시청자가 여성 후보를 선거의 주류 인물이 아닌 변방 인물로 인식하도록 했다. 여성 후보의 선거전략에 대한 보도는 오히려 여성후보의 경쟁력 부족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냈다. 전반적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여성 후보가 경선에서 중요하지 않고 당선가능성이 낮은 후보로 인식하게 할 소지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양문희 숙명리더쉽개발원 연구원의 2003년 연구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할수록 그의 도덕성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박 전 대표의 성격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와 부정적 이미지가 적대적 대칭관계를 이루고 있지만 긍정적 이미지가 ‘주류 이미지’로서 국민에게 더 설득력 있게 수용되고 있다는 점이 설명가능해진다. 이러한 박 전 대표 개인 성격에 대한 높은 평가는, 비록 그가 선거와 정치의 일선에서 물러나 있음에도, 그의 일성(一聲)이 총선결과, 미디어법 개정, 세종시 논란 등 정국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도록 할 뿐 아니라 그를 차기주자 1위로 떠받치는 실질적 근간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라는 인물을 구성하는 상당 부분은 부모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20세기 최고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2), ‘첼리스트’ 정명화(64),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정명훈(57)씨는 196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6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 측근에 따르면 정 트리오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청와대에 있을 때의 어느 날이에요. 이들이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해 음악을 했다’고 했어요. 그것을 보며 나는 ‘어머니는 지금 내게 무엇을 가장 원하실까’라고 생각해 봤어요. 어머니가 내게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났어요. 그 이후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를 익혔어요.”
측근들은 박 전 대표의 성격 이미지는 그의 특별한 가족사에서 나온다면서 다음의 사례를 제시했다.
“어머니는 무엇을 원하실까”
1973년 2월 제9대 총선당시 박정희 대통령 내외와 근혜양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1998년 펴낸 자서전 ‘고난을 벗 삼아 진실을 등대 삼아: 박근혜 일기모음집’에는 ‘권력의 행운’보다는 ‘평범한 행복’을 원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부모를 총탄에 보낸 뒤 선친의 명예를 지키려 노력해온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 장녀로서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평범하게 산다 해도 행과 불행은 있게 마련이겠으나 평범한 인생이 부럽기만 하다. TV를 통해서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편해진다. 보람, 성취 다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마음의 평온만 할 수는 없다. 항상 폭풍우, 비바람, 번개 등 바람 잘 날 없이 불안하고 위태위태하여 마음 한 번 푸근하게 가져보기 힘든 것이 내 운명인가 하고도 생각해 본다.”(1989년 11월29일)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결국 평범한 속에 있다고 느껴진다. 비범하셨던 부모님을 모셨던 것부터가 험난한 내 인생길을 예고해주었던 것이다.”(1990년 1월7일)
얼마 전 박 전 대표 일행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다. 박 전 대표는 건물 옆 나뭇가지에 달팽이가 기어가는 것을 보고는 나뭇잎으로 달팽이를 톡톡 건드려봤다고 한다. 그러더니 달팽이가 약간 움찔하며 반응하자 매우 좋아하며 한참동안 달팽이와 놀았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그 모습이 의외였지만 퍽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였다”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되요”
박 전 대표는 한번 맺은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고 한다. 의원실 보좌진은 그가 1998년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될 때 채용한 직원들 그대로다.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석패한 뒤 여러 참모가 눈물을 보였으나 박 전 대표의 눈시울은 전혀 붉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선을 함께 겪어온 한 참모의 죽음 앞에서는 달랐다.
다음은 한 측근이 전해준 이야기. LG애드 임원 출신으로 ‘사랑해요LG’ ‘참이슬’ 등의 카피로 명성을 날린 허유근씨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그가 지휘해서 만든 홍보 동영상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다음해 허씨는 불의의 중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박 전 대표는 유정복 의원(전 대표 비서실장)과 함께 병문안을 갔다.
박 전 대표가 온다는 사실을 미리 전해들은 허씨는 임종이 임박해 몸을 움직일 기력이 없음에도 입원복을 벗고 단정한 차림으로 갈아입었다. 병환으로 초췌해진 얼굴에는 메이크업을 했다. 허씨가 박 전 대표에게 “대표님…”이라고 말문을 열자 박 전 대표는 “말하지 않아도 돼요. 어서 빨리 쾌차하셔야죠”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박 전 대표는 의연한 태도를 보이며 그에게 용기를 주려 했다. 그러나 병실을 나선 박 전 대표는 복도의 벽 쪽으로 몸을 돌린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조용히 스며드는 물과 같다”
강준만 교수가 ‘인간학 사전’에서 전하는, 박근혜 지지자들이 박근혜를 지지하는 이유는 이렇다.
“박근혜는 말에 군더더기가 없다. 누구나 쉽게 알아들으므로 말 바꿈의 여지도 없다. 높낮이가 없어 대중을 휘어잡지 않는다. 다만 가는 방향이 뚜렷하다. 조용히 스며드는 물과 같다. 믿음은 거기서 생긴다.”
2월23일 국회 한나라당 세종시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유정복 의원이 정몽준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2004년 4·15 총선기간 중 박근혜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어느 찜질방에 모인 주부들 사이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너무 괜찮아. 박근혜 참 괜찮아.’ ‘그게 인간이야.’ 박근혜는 진솔하고 헌신적이고 경망함이 없고 허영이 없다. 인간적인 면이 몸에 배였다.”
김동률 KDI 연구위원(박사·미디어 전공)은 “박근혜 전 대표의 그간의 언행을 MBTI 모델에 적용해보았을 때 박 전 대표의 성격은 16가지의 성격 유형 중 ‘정신적 지도자(INFJ)’ 유형에 해당하리라 추정한다. 박 전 대표가 검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실증된 결과라고 말할 수 없지만 언행이 많이 노출된 유명인사에 대해서는 그런 공개된 언행 자료로 성격 유형을 추정해보기도 한다”고 했다. MBTI는 ‘Myers Briggs Type Indicator(마이어스와 브릭스가 만든 유형지표)’의 약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성격검사 도구 중 하나다.
조성환 MBTI상담연구소 소장(박사·상담심리 전공)은 저서 ‘MBTI 내 성격은 내가 디자인한다’에서 “박근혜의 성격에 대해 가만히 살펴보면 그의 언동이 INFJ에 가까운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혜는 테러를 당한 상황임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전은요?’라고 했는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광우병 사태에 ‘재협상이 필요하다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간단한 말이 국민의 마음을 파고든다. 조용하면서 품위 있는 말은 INFJ 성격의 사람들이 잘한다. 그래서 MBTI를 만든 마이어스와 브릭스도 INFJ에 대해 ‘나이가 들수록 인격이 돋보이는 성격’이라면서 ‘단지 이 유형의 숫자가 적어 아쉽다’고 했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 테레사 수녀, 반기문 UN사무총장도 이 유형이 아닌가 생각한다.”(88~89쪽)
그러나 조성환 소장의 INFJ형 성격 분석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본인의 예리한 판단력에 덧붙여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강력한 실천적 리더십을 갖춘 참모들을 주변에 배치하지 않으면 ‘여성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할 수 있다.
박근혜 이미지의 변화
사람의 성격 이미지는 평생 고정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퍼스트 레이디’ 박근혜, 부모 사후 외부활동을 하지 않아온 박근혜, 초선의원 박근혜, 유력 대선주자 박근혜 등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드라마틱한 변곡점을 안고 있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는 정치인이 된 후로는 원칙의 이미지에 통합의 이미지를 부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한다.
박 전 대표는 ‘신동아’ 1998년 10월호 인터뷰에서 “아버지 시대의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자식 된 입장에서 그 피해자들께 깊이 사과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2002년 5월 평양에서 박정희의 딸과 김일성의 아들이 만났다. 김정일 위원장은 박 전 대표에게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습격사건을 사과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엔 한나라당 의원들을 이끌고 5·18묘역을 참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인 신안에 다섯 번 방문한다. 2005년 11월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자 김 전 대통령은 “극단적 대립이 아니라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서 고칠 것은 고쳐야 하는데 박 대표가 적임자”라고 했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의 호남 충청 다가서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한 측근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또 다른 변화를 준비 중이다. 세잎클로버의 평범한 행복을 구현할 ‘복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차기대선 준비를해나아갈 것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는 18대 국회 첫 상임위로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택하면서 그 소회를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남겼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먹거리와 연금, 육아, 건강과 의료 등 우리가 실생활에서 피부로 접하는 문제들을 다루는 곳이고, 또 매번 이와 관련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이유는 우리의 기초적인 삶에 대한 문제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이야말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꼭 겪는 삶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서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변화는 항상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으면서.”(2008년 9월15일)
“여성성이 예전만 못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에 대해선 ‘아버지의 시대에 더 포용적인 성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아버지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는 데 1980, 90년대를 바쳐온 효(孝)는 이해가 되나 아버지의 시대에 대해 ‘아무리 애써도 해결되지 않는 정당한 비판(강준만)’도 있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선 이제 박 전 대표는 1980, 90년대의 약자가 아니라 대통령을 꿈꾸는 차기지도자로 성장한 만큼 역사적 균형감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박 전 대표의 성격 이미지가 향후 부정적인 쪽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지율 1위 대선주자인 만큼 견제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긍정적 대표이미지는 해석 여하에 따라 부정적 이미지로 바뀔 수 있으므로 그의 경쟁자들은 앞으로도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고 공격할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애국심은 긍정적 성격의 이미지이지만 ‘박근혜는 대한민국과 결혼’이라는 오버한 국가주의(Statism) 메시지는 20, 30대에게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일부 연구에서 나타난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박근혜는 박근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심상영 한국심층심리연구소 소장(미국 San Francisco Seminary 박사)은 박 전 대표의 이미지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이미지는 언행이나 표정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여권의 내분으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자주 대립하면서 박 전 대표의 여성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 소장의 시(詩)적이고 은유적인 설명은 다소 길지만 들을 만했다.
“여성성은 사물을 연관짓고 포용하고 인내하고 지혜롭고 자상하고 돌보고 서로 사랑하고 생명이 되는 속성이다. 남성성은 사물을 분별하고 분석하고 진취적이고 도전적이고 목표를 달성하고 결단하는 속성이다. 남성에게도 여성성(anima)이 있고 여성에게도 남성성(animus)이 존재한다. 얼마 전 학계에서 잘 나가는 40대 여성 교수가 내게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녀는 남성이 중심인 세계의 생존경쟁에서 성공하고 있었지만 남성적 가치에 사로잡혀 있었다. 여성적인 것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여성으로서의 멋스러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해주었다. 이후 그녀의 표정, 언행, 말투,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고 그녀와 그녀의 남편 모두 이런 변화에 만족해한다.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엔…”
원래 같은 편끼리 싸우는 게 더 무섭고 극단적이고 보는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나는 세종시 수정도 4대강도 반대지만 누구의 주장이 더 정당한지를 떠나 한 지붕 아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상대를 공격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신 안에 여성성과 남성성이 조화되어야 ‘멋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는데 요즘 박 전 대표의 표정이나 언행에서 여성성이 예전만 못하다. 이러한 이미지가 고착화되면 문제다. 괴테의 ‘파우스트’ 마지막 구절은 ‘영원한 여성이 높은 하늘로 우리를 이끌고 올라간다’이다. 여성 대통령에게 지지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원칙과 신뢰를 지키면서도 온화한 미소로 감싸주고 진솔한 말로 위안을 주며 통합을 이끌어내는 정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