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단문메시지 서비스 ‘트위터(twitter)’ 사용자 수도 폭증하고 있다. 이에 트위터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관계’를 기반으로 삼는 트위터는 홈페이지, 블로그 등 기존 인터넷 매체와는 본질 자체가 달라 많은 기업이 좌충우돌하고 있다. 이 새로운 광장(廣場)에서 살아남는 법과 승리를 거두는 방법론에 대해 탐구해본다.
캠프파이어가 시작되면 아직은 멋쩍은 분위기에 모두가 불 피어오르는 것만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누군가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 하나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점차 어색함이 잦아들고 술 한잔씩 나누며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그렇게 새벽이 지나 아침이 오면 서먹함은 사라지고 모두 친구가 되어 있다.
아스라한 옛 추억을 거론한 것은 대학 첫 엠티 경험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이하 SNS)인 트위터(Twitter)에서 기업과 고객이 어떻게 소통하면 되는지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우선 SNS에 대해 살펴보자.
SNS는 사회적 관계 서비스를 이르는 말이다. 사람 간의 관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란 뜻이다. SNS에는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나누고 싶은 정보를 소문낼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런 기능들은 Web2.0에서부터 제기됐던 개방, 참여, 공유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들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던 초기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물건을 사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으며 이제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일상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있으면서 직접 만나지 않아도 친구를 사귀고, 수다를 떨고, 정치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나아가 자기 속마음까지 털어놓는다. 그만큼 인터넷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또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본격적인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더 많은 생활 접목형 콘텐츠가 보급되고, 더 많은 사용자가 이에 참여하는 추세다. 이런 배경에서 SNS 기반 서비스는 더욱 성장해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메가트렌드 된 SNS
트위터는 바로 이런 트렌드에 잘 접목하는 서비스다. 비록 140자(字)라는 짧은 글을 올리는 도구이지만, 편안하게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친구가 되는 기능을 제공한다. 물론 이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어야-팔로잉(following)-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이는 엠티 경험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캠퍼스’란 서비스 범위 안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엠티를 간다. 그러나 엠티는 관계 맺을 기회를 제공할 뿐, 서로 친해지는 계기 자체가 되진 않는다. 서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캠프파이어를 하며 나눈 대화 덕분이다. 함께 노래 부르며 마음을 열고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관계는 급진전한다.
국내 기업들의 공식 트위터 계정. 기업은행, KT, 삼성그룹, 안철수연구소, 하나투어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
트위터는 캠퍼스 같은 서비스다.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그 안에서 서로 공감하며 신뢰를 쌓아 친구가 되기까지는 본인 스스로가 풀어야 할 과제다. 기업이 트위터에 진출하는 것은 고객과 관계를 맺는 기회를 얻는 것에 지나지 않다. 트위터를 통해 ‘고객과 친구 되기’는 기업이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다.
기업 입장에서 트위터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과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고객은 ‘제3의 직원’ 같은 역할을 해준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제품을 평가해주고, 잠재 고객들에게 기업을 홍보해주고, 기업에 유리한 시장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기업이 이런 파워를 가진 ‘관계 고객’을 확보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이 트위터를 시작했다고 해서 이런 신뢰 관계가 바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인터넷 세상도 현실세계와 마찬가지여서, 대화를 통해 서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신뢰가 쌓이게 마련이다.
이에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트위터는 홈페이지나 e메일 단체발송, 온라인 마케팅과는 다른 전략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메시지를 일방으로 전달하는 마케팅이 주를 이뤘던 것에 반해 SNS는 새롭게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략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트위터 도입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 브랜드가치를 높여 제품 판매를 늘리는 것이겠지만, 우선 1차적 목표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맞춰져야 한다. 다음은 콘텐츠 전략이다. 고객과의 관계 맺기를 위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즉, 고객의 욕구(needs)에 부응해야 한다. 요즘 많은 기업이 트위터 마케팅에 좌충우돌하고 있는 주요 원인이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느긋하게 접근해야
A라는 모 정부 기관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기관은 SNS가 다른 인터넷 매체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전파한다는 장점을 높이 사 트위터를 도입했다. 트위터 진출 첫날부터 이 기관은 공지사항과 뉴스를 신속하게 트위터에 올렸다. 그런데 한 달 남짓 지났는데도 전파도 별로 안 되고 팔로어(follower)도 그다지 늘지 않았다.
A기관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이 기관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 전파에만 치중한 실수를 저질렀다. 트위터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널리 전파하려면 우선 팔로어도 많이 모으고, 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사람들과도 관계를 넓혀나가야 한다. 어느 정도 관계를 구축한 다음에는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공지사항과 뉴스를 올려야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 확산시키는 행위를 하게 된다.
트위터는 라디오 채널을 개설하는 것과 같다. 새로 개설된 라디오 채널에는 당연히 청취자가 없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우연하게 그 채널을 발견해 듣게 되었고, 내용이 재미있으면 지인들에게 ‘한번 들어보라’고 권유할 것이다. 반면 재미도 없고 별로 공감도 안 되고, 자기 입장만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채널이라면 청취자는 다른 채널로 재빨리 돌려버리고 말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은 트위터를 시작하기 전에 트위터 관련 내부 역량을 충분히 쌓아놓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트위터는 관계, 즉 네트워크 기반의 도구이기 때문에 이전의 인터넷 마케팅과 달리 3개월 이상의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다음은 H기업 K대리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그는 평소 트위터를 즐겨왔기 때문에 이를 통한 기업 홍보에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트위터에 기업 계정을 만들고 활동한 지 3주 정도 지난 무렵 상사가 찾아왔고, 난관에 부닥치게 됐다.
상사: “이봐, K대리. 트위터 시작한 지 3주가 지났는데 성과를 보고해야 하지 않겠나.”
K대리: “네? 벌써요?”
상사: “그럼. 회원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방문자 수는 얼마인지, 글은 몇 개나 올라왔고, 댓글은 몇 개나 달렸는지 보고해주게. 이전에는 매주 보고하더니, 이번에는 왜 보고가 전혀 없는 건가?”
미국기업인 델과 컴캐스트는 수십 개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고객들과 긴밀하고도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또 기업은 트위터에서 만나는 고객을 어떻게 응대할지 미리 가이드를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필자는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다양하게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부서별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거나, 트위터를 전담하는 담당자를 두는 것이 좋겠다. 계정을 다양하게 마련해놓는 것이 업무를 분담하는 데 효율적이고 홍보 전략을 운영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델(DELL) 사는 트위터를 통해 2007년 한 해에만 3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이후 제품 판매, AS(After Service), CS(Customer Service), 교육파트 등 분야를 나눠 총 26개 계정을 개설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Comcast) 또한 20개 이상의 계정을 활용, 고객과 소통하는 방송국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기업이 여러 개 계정을 보유하고, 여기에 더해 비공식 계정과 직원들의 개인 계정까지 생성돼 상당히 많은 트위터 계정을 가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과 직원들이 트위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지켜야 할 지침, 또는 내부 가이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C사는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는 회사다. 어느 날 이 회사의 CS 트위터 계정에 ‘인터넷 회선이 느리다’는 고객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이에 CS 트위터 계정 담당자는 ‘나는 해당 불만을 처리할 수 있는 담당자가 아니므로 어쩔 수 없다’는 답신을 고객에게 보냈다. 이에 고객은 즉각 C사에 대한 비난과 함께 ‘C사의 경쟁사가 영원하길 바란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사소한 일화가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 전파, 확산되어 C사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일로 번지고 만 것이다.
만약 직원이 고객의 불만을 처리해줄 수 있는 부서로 연결해줬거나 신중한 답변으로 고객을 응대했다면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기업 트위터의 말 한마디가 큰 이슈가 될 수 있음을 기업과 직원들은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참고로 코카콜라는 내부적으로 10대 운영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오른쪽 상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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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통한 고객 관리 무한 가능성
트위터는 단순한 마케팅 도구가 아니다. 브랜드 가치 향상과 제품 판매, 고객에 대한 관심과 지원 등 포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훌륭한 기반이다. ‘도토리 속 참나무’(http://docham.com/)란 돼지고기 가공업체가 트위터를 통해 나흘 만에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은, 한국에서도 트위터가 충분히 제품 판매와 고객 사이 관계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하겠다.
한편 해외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CS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 수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주로 금융계에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한데, 해당 기업들은 자사 제품과 서비스가 투명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브랜딩 향상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브랜딩 향상은 다시 제품 및 서비스 판매로도 이어진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 기업이 미국의 금융회사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나 웰스 파고(Wells Fargo)인데, 이들 회사는 트위터CS 전담 조직을 만들어 일대일 대응과 신속한 답변으로 신뢰를 높이고 있다. 특히 웰스 파고는 소셜미디어계의 유명 인사인 에드 터프닝을 부회장으로 영입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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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트위터는 기업의 위기관리 수단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 한 사례가 KT다. 지난 3월 아이폰 3G의 업로드 속도 제한에 대한 문제점이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지자 KT는 업로드 속도를 높인다는 해결책을 KT 트위터(@allehkt)를 통해 신속하게 내놓음으로써 고객 불만을 발빠르게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트위터는 ‘140자의 대화를 나누는 도구’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개인에게는 생활의 일부로, 기업에는 고객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場)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기업은 트위터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열린 기업이라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트위터를 통해 기업과 대화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주목해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것은 기업 각자의 몫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