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수준 높은 IT 관련 기술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구르가온의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사정이 다르다. 비포장 도로, 인도 없는 차도, 배수 시설이 없는 거리가 도시의 흐름을 막는다. 건물이 들어서고 나서야 도로를 포함한 편의시설이 만들어지는 기형적인 도시건설 방식이 낳은 결과다. 도로를 오가는 야생 돼지 일가는 오히려 귀엽다. 이쯤 되면 이곳이 과연 세계적인 IT국가로 부상하는 인도가 맞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소비 주도 사회
1990년 개혁개방에 나선 뒤 인도는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다. 2005년부터는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2006년 9.7%, 2007년 9%가량 성장했다. 인도가 매우 더운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9% 성장은 엄청난 수치다. 온대지방 국가로 치면 연 18% 이상의 성장률과 맞먹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인도의 국내총생산을 투자, 소비, 순수출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인도는 소비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나라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2007년 국내총생산 비중을 살펴보면 소비가 67%, 투자가 36.2%를 차지한 반면 순수출은 오히려 마이너스 3.2%를 기록했다. 소비비중이 높다고 해서 인도의 내수시장이 그만큼 큰 것도 아니다. 굳이 분석한다면 소비에 비해 투자나 순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이다. 인도와 비교대상이 되곤 하는 중국은 2007년 기준으로 소비는 48.8%에 그친 반면 투자는 42.3%, 순수출은 8.9%를 차지해 투자와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의 국내총생산을 산업별로 구분해 보면 2007년 기준으로 농림수산업인 1차 산업이 17.8%, 제조업인 2차 산업이 26.6%인 반면, 3차 산업의 비중은 무려 55.6%다. 반면 중국은 2005년 기준으로 1차 산업은 12.5%에 불과하고, 3차 산업이 40%인 반면 2차 산업의 비중은 47.5%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우 제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면 인도는 아직도 1차 산업과 3차 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셈이다. 10년 전인 1999년(25.3%)과 비교해도 인도의 2차 산업 비중은 불과 1.3% 높아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인도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IT 소프트웨어 수출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서비스 수출을 통한 서비스 산업의 뒷받침이 있었다. 인도의 IT 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인 한국과는 달리 소프트웨어가 주로 발달했는데 단순 콜센터나 코딩작업이 주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객 기반을 점차 넓혀가면서 좀 더 복잡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IIT(델리공과대학) 같은 세계적인 교육기관에서 질 좋은 IT인력이 많이 배출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외국인 투자가 경제성장 이끌어
필자는 인도 경제를 지금과 같은 성장세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을 ‘외국인 직접투자’라고 생각한다. 인도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실시한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 점진적으로 인도시장에 들어왔고, 이들이 각각의 산업 부문에서 인도 산업 기반을 경쟁력 있게 갖춰나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가전 산업에서 LG 삼성, 자동차 산업에서 스즈키 현대 혼다 도요타, 오토바이 산업에서 혼다, 음식료 산업에서 코카콜라 펩시콜라 맥도널드, 그 외 각종 부품 산업에 뛰어든 외국기업의 직접 투자로 인도의 산업이 살아나고 있고, 국제경쟁력 또한 강화되고 있다고 믿는다.
국내총생산과 외국인 투자의 상관관계(그림 참조)는 이를 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