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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후계자설 논란

“왜곡된 북한 정보시장 메커니즘이 낳은 뜬소문”

  •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haewookoo@hanmail.net |

김정은 후계자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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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후계자설 논란

북한 정세 오판이 심각하다.

5월3~7일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은 동북아 질서의 중대한 변동을 알리는 서곡이다. 1980년대 말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와 이에 따른 한중 수교 등으로 인해 탈냉전 시대의 새로운 동북아 질서가 구축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러한 질서에 지각 변동을 수반할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의 선대 지도자들이 손수 맺어 정성껏 키워낸 전통적 우의 관계는 시대의 풍파와 시련을 겪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교체된다고 해서 변할 리가 없다”고 했고, 이에 대해 후 주석은 “북중동맹을 자자손손 발전시켜 나가자”고 언급했다. 상당수 북한 전문가와 언론은 이 같은 언급의 의미를 북한의 김정은 후계자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정은 후계자설은 뜬소문

또한 2010년 3월 조선중앙방송에서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백두산이 낳은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혁명 수위에 모신 건 행운이며 그이를 자자손손(子子孫孫) 충실하게 모시는 데 조선 민족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어떤 국책연구기관 박사가 “북한이 ‘자자손손’을 부각한 대목에서는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정은(26)으로의 3대 세습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읽힌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같은 김정은 후계자설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확산됐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진보 성향 잡지 ‘민족21’이다. 이 잡지는 2009년 6월호에서 “김정운(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라는 이름이 맞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이 후계자로 최종 결정됐으며 북한이 후계자 지도체계 수립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시기 보수 성향의 민간단체 ‘북한민주화네트워크’도 소식지 15호에서 “평양 시민들 사이에 김정운이 후계자로 낙점돼 후계자 수업을 받는다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세계적 주간지 ‘타임’은 2009년 6월1일 인터넷판에서 ‘북한 김정일의 후계자-부친이 총애하는 김정운’이란 제목으로 “김정운이 북한의 권력을 장악 중인 국방위원회 지도원이 된 것으로 미뤄볼 때 김정운이 김정일의 후계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상당수 정부 관계자도 김정은 후계자설을 사실인 양 받아들였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대다수 북한전문가와 언론 심지어 상당수 정부 관계자까지 김정은 후계자설을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와 다른 주장은 소수 견해로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김정은 후계자설은 심각한 오보이고 나아가 북한정세 오판을 낳는 주요한 원인이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시대의 풍파와 시련을 겪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교체된다고 해서 변할 리가 없다”라는 말의 의미는 김정은 후계자설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의 북중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직후 중국은 한국과 수교를 맺음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강한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뒤이어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해 1990년대 말 200만명가량이 아사했다는 이른바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혈맹이라는 중국은 특별한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 같은 북중관계의 균열과 북한이 느낀 배신감은 결국 북한을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내몰았다. 2006년 1차 핵실험, 2009년 2차 핵실험 과정에서 북한은 중국과 협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복잡 미묘한 갈등을 겪었다. 김 위원장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의 북한 방문(2009년 10월)과 올해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이 시대의 풍파와 시련을 극복하고 혈맹관계를 재정립하자는 취지에서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교체된다고 해서 변할 리가 없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를 두고 북한 김정은 후계체제를 암시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주관주의의 전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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