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인근 대동강 자락에 있는 노동당 작전부 산하 특수선박조선소 위성사진(왼쪽). 함경남도 신포에 있는 제2경제위원회 소속 ‘봉대 보일러 공장’.
2000년대 이후 북한 전역을 통틀어 잠수함 건조능력을 갖춘 시설은 단 두 군데뿐이다. 하나는 함경남도 신포시 륙대2동에 위치한 ‘봉대 보일러 공장’이고 다른 하나는 평양 인근 대동강 자락의 특수선박 조선소다. 위장 명칭을 사용하는 봉대 보일러 공장은 노동당 제2경제위원회 소속이며, 대동강 조선소는 당 작전부가 담당해왔다. 제2경제위원회는 군수분야를 총괄하며 북한 경제 전체를 주무르는 핵심부서이고, 주로 침투임무에 종사하는 당 작전부는 그 일부 기능이 최근 정찰총국으로 통합됐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1970년대 중국으로부터 기증받은 설비로 지어진 봉대 보일러 공장은 오로지 잠수함 생산을 위해 특화된 시설이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해 보유한 모든 종류의 잠수함을 제작할 수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부품을 직접 제작하는 일관 설비를 갖췄다. 종사자 수만 1000~2000명으로 추정되는 대형 공장. 이 공장에서 제작되는 잠수함은 모두 평안남도 남포에 소재한 8·15 선박설계사업소에서 설계를 담당한다. 8·15 설계사업소의 연구진은 대부분 중국에서 기계설계 등을 전공한 유수의 엔지니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로 인민군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봉대 보일러 공장의 엔지니어는 모두 민간인 신분이다. 성능시험 격인 ‘검열’을 담당하는 소수의 인원만이 해군이나 인민무력부에서 파견 나와 있다. 봉대 보일러 공장의 수장 역시 군인계급이 아닌 ‘지배인’ 직함을 달고 있다. 잠수함 이외의 다른 무기체계나 기계는 제작하지 못하는 공장의 특성상 상시적으로 가동되지는 않고, 잠수함 제작에 필요한 자재가 확보되어야 비로소 작업에 착수하는 식이다.
반면 대동강 조선소는 다양한 선박을 제작할 수 있다. 군함뿐 아니라 북한에서 ‘날개배’로 불리는 유람용 수면부상 보트나 수송선 등 일반 선박도 제조해, 일부는 해외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설비의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소규모 선박만을 건조할 수 있고 잠수함도 130t급 이하 소형만 생산한다. 상급기관인 당 작전부 혹은 정찰총국은 군인이 다수를 차지하므로, 대동강 조선소의 수장 역시 현역 소장(남한의 준장)이고 500명 남짓의 종사자 역시 상당수가 군인 신분이다.
대동강 조선소는 그간 작전부가 직접 활용하기 위해 특화한 소형선박 제조를 오랫동안 맡아왔다. 인민군 해군과 달리 작전부는 주로 침투임무를 고정적으로 담당해왔다. 이 때문에 대동강 조선소에서 제작되는 잠수함·잠수정 역시 침투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설계, 제작돼왔다. 잠수함의 크기는 봉대 보일러 공장에서 제작되는 것보다 작지만 수입자재를 많이 사용해 품질과 성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으로부터 수입한 엔진을 탑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